[김종석의 그라운드] 계절의 여왕 5월, 캠퍼스에 부는 '브리지' 바람

김종석 기자 2026. 5. 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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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이화여대 이어 연세대까지 대학축제 체험 부스 확산
-세종시 토너먼트엔 전국 6개 시도 165명 참가…초등 교육·유소년 대표까지 저변 확대
- 10월 중국 세계대학마인드스포츠선수권 출전 목표로 대학 대표팀 발굴 시동
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해방이화' 축제 현장에 마련된 브리지 체험 부스에서 학생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설명을 들으며 브리지를 배우고 있다. 한국브리지협회 제공

계절의 여왕 5월, 대학 캠퍼스에 낯선 카드가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축제의 계절을 맞은 고려대와 이화여대, 연세대 캠퍼스에 두뇌 스포츠 '브리지'가 찾아가고 있습니다. 음악과 먹거리, 동아리 공연으로 채워지던 대학 축제 한쪽에 경기용 테이블이 놓이고, 학생들은 네 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카드 패를 맞춰 보며 전략과 추리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브리지협회는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브리지 저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9일 고려대 석탑대동제 체험 부스에 이어 21일 이화여대 '해방이화' 축제 현장을 찾았고, 28일에는 연세대 캠퍼스에서도 체험 행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단순한 홍보 부스가 아닙니다. 오는 10월 중국 랴오청에서 열리는 세계 대학 마인드 스포츠 선수권대회 출전을 목표로 대학생 선수 발굴에도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브리지는 4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하는 전략 카드게임입니다. 운보다 기억력, 집중력, 추리력, 파트너와의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 '두뇌 스포츠'로 불립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즐기는 게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중장년층과 시니어층 중심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전략 게임과 심리전에 익숙한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적 스포츠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석탑대동제 현장에 마련된 브리지 체험 부스에서 국가대표 출신 김혜영 회장이 학생들에게 직접 게임 요령을 가르치고 있다. 동아일보  캡처

고려대 축제 현장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학생들은 "이런 카드게임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했고, 직접 카드를 만지고 상대 수를 읽어가며 승부를 펼쳤습니다. 단순히 높은 숫자의 카드를 내는 게임이 아니라 파트너와 신호를 주고받고 상대 패를 추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할 게 많아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화여대 축제 현장에서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규칙과 경기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스페인 출신 다니엘 푸에르토모레노 코치를 비롯해 강성석, 노승진, 김대홍, 이수익 등 국제대회 경험을 지닌 선수들이 참여해 브리지의 매력을 전했습니다. 강성석은  "브리지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경기이면서도 개인전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하는 게임"이라며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3회 세종시협회장배 브리지 토너먼트에 참가한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국 6개 시도에서 165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브리지의 지역 저변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브리지협회 제공

지역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종시에서는 제3회 세종시협회장배 브리지 토너먼트가 열려 전국 6개 시도에서 165명이 참가했습니다. 초등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장면은 브리지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교육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세종시에서는 학교 현장 연구회와 브리지 수업 문화랩 등도 운영되며 '공교육 속 마인드 스포츠' 가능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유소년 성장 흐름도 주목됩니다. 세종 지역 선수들은 국내 대회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7월 스웨덴 브리지 페스티벌 유소년 국가대표 출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의 체험 열기와 초등 현장의 교육 실험, 유소년 국제대회 도전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장은 대학 대표팀 구성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김 회장은 "올해 10월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 대학 마인드 스포츠 선수권대회에 체스와 브리지 종목이 열린다"며 "대학생들을 꾸준히 가르쳐 대표팀을 만들고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2023년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리지 국가대표로 출전한 바 있습니다.

 브리지는 아직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낯선 종목입니다. 하지만 낯설다는 것은 곧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학생들은 이미 보드게임, 전략 게임, e스포츠, 심리전 콘텐츠에 익숙합니다. 여기에 국제대회 출전이라는 목표가 더해지면 브리지는 단순한 카드게임을 넘어 대학 스포츠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5월의 캠퍼스는 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실험실이었습니다. 올해 그 무대에 브리지가 섰습니다. 고려대에서 시작된 작은 카드 한 장은 이화여대와 연세대로 이어지고, 세종의 교실과 토너먼트장, 나아가 세계 대학 무대까지 향하고 있습니다. 두뇌 스포츠 브리지가 대학가에 놓은 '지혜의 다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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