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구조견 양성… 생명 구했을 때 큰 보람 느껴” [차 한잔 나누며]
소방청, 15년간 100마리 키워 투입
화재 등 재난 현장서 맹활약 펼쳐
휴일 빼곤 매일 2시간 훈련 반복
“은퇴견 분양 지원·전환교육 필요”
‘1만여건 현장 출동, 생존자 293명과 사망자 394명 등 687명 수색·구조.’
소방청이 2011년 ‘119구조견’ 양성에 나선 이래 15년간 전국을 누빈 구조견 약 100마리의 활약상이다.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견교육대(대장 김춘환)’가 구조견의 산실이다. 지난달 1일 교육대 전신인 옛 중앙119구조단 첨단장비팀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구조견 양성을 시작한 지 15주년이 됐다.

지난 14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견교육대에서 만난 이 훈련관은 “교육대에서 훈련시켰던 구조견이 사람을 구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구조견은 1998년 소방 현장에 처음 배치됐다. 당시엔 삼성이 양성해 무상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대학에서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전공한 이 훈련관은 이듬해 7월 삼성에 입사해 구조견 교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서인지 동물들을 좋아한다”며 “사역견 관련 실습을 나가 동물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고 돌아봤다.
2011년 4월 중앙119구조단 첨단장비팀에 이 훈련관을 비롯한 훈련관 4명이 경력 채용돼 구조견 양성이 본격화됐다. 현재 교육대 훈련관 9명 중 박남순·현광섭·정소애 훈련관은 이 훈련관의 ‘입사 동기’다. 중앙119구조단 첨단장비팀은 2014년 인명구조견센터, 2021년 지금의 119구조견교육대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 훈련관은 “모든 구조견이 동료이자 교감한 친구들”이라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구조견으로 ‘소백’을 꼽았다. 그는 “각종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고생을 많이 한 녀석”이라며 “훈련견으로 입소해 애교를 부리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털어놨다. 소백이는 2022년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등 각종 현장에서 맹활약하다 이듬해 은퇴한 지 며칠 안 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 훈련관은 “현역 구조견 41마리 중 ‘화재 탐지견’ 2마리, ‘수난 탐지견’은 3마리이고 나머지 36마리는 산악 실종 및 건축물 붕괴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산악·재난 구조견’”이라며 최근 활약상을 소개했다. 지역별 119특수구조대 등에 배치된 다른 구조견들과 달리 화재 탐지견은 교육대 소속이다. 화재 탐지견은 현장 활동이 끝나면 곧바로 병원에서 특별 건강검진을 받는다.
“전국의 구조견과 전담 핸들러(운용자)는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구조견 활동이 가능한지 현장 상황을 판단해 출동하는 게 원칙입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화재 현장엔 농연과 열기가 남아 있으면 안 됩니다.

구조견 견종별로는 벨지안 말리노이즈가 22마리로 가장 많다. 독일 셰퍼드가 13마리,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6마리다. 이 훈련관은 “구조견이 되는 견종은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파니엘과 보더콜리까지 크게 5가지”라며 “우리나라 기후와 지형, 사회적 환경 등에 적합하고 그간 활동을 통해 성품, 체력 등의 타당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조견은 5년 정도 활동한 뒤 소방청 훈령인 ‘119구조견 관리운용 규정’상 8세, 길게는 10세가 되면 은퇴한다. 이에 따라 매년 평균 5마리 이상이 은퇴하게 된다. 가호와 하나도 내년 은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대에선 예비 구조견인 훈련견 21마리가 훈련을 받고 있다. 교육대는 나라장터 훈련견 ‘구매’ 입찰 공고를 통해 반려견 관련 민간 협회·단체에서 태어난 지 2년 안 된 훈련견을 들여와 약 2년간 집중 훈련시킨다. 훈련견은 교육대 입소와 동시에 산악·재난 구조나 화재 탐지, 수난 탐지 중 하나의 임무가 주어진다. 성별은 무관하다. 훈련 기간 동안 나타날 수 있는 성품 변화, 질병 예방 등을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한다.
이 훈련관은 “훈련관 한 명당 훈련견 또는 구조견 2∼3마리를 맡고 있다”며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2시간씩 개별적으로 훈련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출동뿐 아니라 훈련도 지정된 핸들러가 담당한다. 훈련 과목으로는 계단 같은 ‘장애물 훈련’, ‘복종 훈련’, 도심지·소음·승차·암실 등 ‘환경 적응’이 공통적이다. 복종 훈련은 “앉아”, “엎드려”, “서” 등 15개 이상 명령어 인식, 방향 전환, 장시간 대기 등으로 구성된다.
가장 중요한 ‘수색 훈련’은 산악·재난 구조, 화재 탐지, 수난 탐지 분야별로 다르다. 화재 탐지견은 다른 구조견과 달리 수색 목적물 발견 시 짖지 않고 주시하도록 훈련된다. 화재 현장에서 구조견이 짖으면 분진이 날리기 때문이다.

“훈련견에게 구조견 훈련은 고된 일이 아니라 그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돼야 합니다.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힘든 줄 모르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 친구들도 어린아이와 같다고 생각해요. 상과 벌을 구별해 각자 자발적으로 좋아하는 것, ‘소유욕’을 개발하고 훈련 과목과 연계해 나가는 게 핵심 아닐까 싶습니다. 목적물을 찾으면 공이나 먹이 같은 보상과 함께 즐거움이 항상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해요.”
교육대는 훈련견과 구조견 복지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30칸인 견사를 10칸 더 늘리고 견공들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육 관리실을 중앙에 설치하는 증축 공사가 다음 달 마무리된다. 교육대엔 사육 관리사 2명이 있다.
훈련견은 구조견 공인 인증 평가 시험을 거쳐 구조견으로 거듭난다. 평가는 1급과 2급으로 나뉘는데, 최소 2급에 합격해야 구조견으로 합류할 수 있다. 이 훈련관은 “평가에서 불합격하면 2∼6개월간 보충 훈련을 받는다”며 “2차 평가에서도 불합격하면 구조견심의회를 통해 경계견 등으로 임무가 전환되거나 일반 분양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구조견 합격률은 현재 80% 수준에 달한다”면서 “나머지 20%는 공격성 등 성품 변화나 고관절 이형성 같은 유전적 질병 때문에 탈락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국가 유공견’인 구조견들의 평생에 걸친 헌신과 노력에 비해 은퇴 이후 예우는 턱없이 부족하다. 반려견으로서 제2의 견생을 살아가도록 무상 분양되는데, 현재 살아 있는 은퇴견은 15마리 정도다. 대부분 일반인이 입양하고 핸들러인 소방관도 더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부터 ‘국가 봉사 동물 입양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구조견 등 입양자에게 연간 100만원 한도로 양육비 최대 60%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구조견 분양 조건은 까다롭다. 이 훈련관은 “이 친구들의 노고 등을 고려해 좋은 가정에서 살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서류 심사와 현지 확인을 통해 안전 펜스가 있는 마당, 옥외 견사 등 사육 환경, 경제적 여건, 반려견에 대한 지식 등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 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많은데, 구조견도 밖에 나가면 반려견”이라며 “구조견들의 제2 견생을 위해 더 많은 지원과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소방청 차원에서 예산 3000만원을 확보해 은퇴견 건강검진을 지원해 줍니다. 또 농림부 사업으로 경제적 부분이 한층 더 좋아졌어요.
다만 은퇴하는 구조견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공무원이 퇴직 전 공로 연수를 받는 것처럼, 반려견으로 살아갈 수 있게 훈련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은퇴견들은 훈련받은 걸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합니다. 구조견 ‘세빈’이가 2020년 은퇴하고 나서 2022년 풀숲에 쓰러져 있던 어르신을 구한 게 단적인 사례죠. 세빈이는 2023년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은퇴견들이 노후를 평안하게 보낼 수 있게 예산 증액, 법적 근거 마련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속돼야 합니다. 구조견은 첨단 장비로도 대체 불가능한, 고도화된 수색 능력을 갖춘 국가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대구=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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