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많이 해 본 장관이 밝힌 삼성전자 타결 막전막후

"저도 파업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철도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을 거친 장관.
바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입니다.
이른바 '파업 전문가(?)'인 김영훈 장관, 삼성전자 교섭 고비마다 파업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했습니다.
1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뒤 대화를 단절한 노사를 각각 직접 만나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고 왔습니다.
2차 사후조정에선 회의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조정에 들어간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과 수시로 연락하며 안건 조율에 힘을 썼습니다.
사후조정 결렬 이후 파업 만을 남겨둔 시점에는 직접 조정을 주재해 합의안 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등 돌렸던 삼성전자 노사를 다시 대화하게 만들고, 잠정 협의안까지 도출하도록 한 비결은 뭘까요?
김영훈 장관이 유튜브 <매불쇼> 채널에 출연해 삼성전자 교섭 막전막후를 직접 밝혔습니다.
■평행선 달리던 '적자 사업부 성과급', 어떻게 풀었나?
삼성전자 교섭의 마지막 걸림돌은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문제였습니다.
사측이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부분을 수용하지 못해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됐던 겁니다.
김 장관은 자신이 주재한 마지막 교섭에서 '예외 없이는 원칙도 없고, 원칙이 없으면 예외도 없다'는 걸 강조하며 이 문제에 물꼬를 텄습니다.
김영훈 장관은 "사측 설득이 쉽지 않았다"며 "회사의 원칙도 존중은 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예외 없는 원칙이 없다"며 "세상일이 그렇지 않은가? 정답이라는 게 따로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법 규정도 즉시 시행이 있고 6개월 준비 기간이 있고 그렇다"며 "저는 시행 시기를 조금 유예하자(고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적자 사업부 차등 지급을 1년 유예해 2027년부터 적용하기로 하며 합의했는데, 이 묘수를 김 장관이 제안했다는 겁니다.
김 장관은 "2027년부터 (적자 사업부인) 비메모리에 적용하게 되면 그 친구들도 동기 부여가 될 것 아닌가"라며 "그런 식으로 회사에 말씀드렸는데 다행히 회사 측도 (받아들여) 물꼬가 트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장관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반도체 부문 내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LSI(시스템반도체 개발)는 고질적 적자 사업부로 꼽힙니다.
사측의 잣대를 관철할 경우 이들 사업부 직원의 성과급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는 상황.
김 장관이 제시한 '1년 유예안'은 현재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성과를 공유하는 동시에 성과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를 높이는 탁월한 중재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종합반도체업체(IDM) 삼성전자 입장에서 끌고 가야 할 구성원인 데다, 파운드리는 최근 주문이 늘면서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업해도 결국 교섭으로 풀어야"…노조 설득
파업 전문가(?)에게도 이번 노조 설득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반 노조와 달리 상급 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고, 무엇보다 젊은 노조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영훈 장관은 "기존 문법으로 이야기하기 어렵고, 자칫 또 가르치는 것처럼 보이면 그것도 부작용이 날 거 같았다"며 "언론에 공개적으로 행보를 보이면 그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을 거 같아 보이지 않게 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파업을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파업보다 어려운 게 교섭이라는 말을 했다"며 "파업은 일방적으로 선언하면 되는데, 파업해도 결국에는 교섭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중동 전쟁을 보면, 전쟁보다 어려운 게 휴전 협정"이라며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제일 무서운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금과옥조로 주장했던 '제도화'에 대해서는 '신뢰'를 내세우며 타결을 도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훈 장관은 "(노조가) 제도화를 요구했는데, 제가 제도화는 결과지, 제도를 통해서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며 "신뢰가 쌓이면 제도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부 장관, 개별 기업 교섭에 직접 나선 이유는?

아무리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 중요하다지만, 장관이 직접 개별 기업 교섭에 뛰어드는 건 부담스러운 일일 겁니다.
김 장관은 어떤 이유로 직접 나서게 된 걸까요?
김 장관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제약할지도 모르는 그런 일들을 절대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대화를 호소했다"며 "다행히 노사가 진심에 호응해 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던, 동시에 양대 노총에선 반발하고 있던 긴급조정권을 에둘러 언급한 거로 보입니다.
김영훈 장관은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하면서 노사 관계에 밝지 못했다"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도 신생 노조다 보니까 상급 단체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천문학적인 초과이윤이 발생했고, 어떻게 분배할 건지가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다"며 "욕망과 욕망이 충돌해 (간극을 좁히기가) 어려웠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 문제는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며 "새로운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많은 부가가치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건지(고민하는 계기)"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술 혁신에 따른 사회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번 삼성전자 교섭을 계기로 빠르게 사회적 대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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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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