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풍력 '잰걸음'…'K-GX' 핵심 거점으로 부상

이미경 2026. 5.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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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법 시행으로 인허가 일괄 처리…에너지대전환 가속
전남 진도군, 21조 자본 투입…3.6GW 해상풍력 본궤도 올라

[특집 기획]진도, 바람으로 미래를 열다① 

김희수 진도군수와 박지원 국회의원이 진도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도군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3.6GW 지정’ 보고회에 참석해 사업 추진 방향과 지역 상생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사업 체계를 민간 중심에서 국가 주도의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면 개편한 가운데, 총 21조원 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진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3.6GW)’가 K-GX(코리아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26일부터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법)’ 시행령을 본격 시행했다. 이에 따라 전력망 재편과 탄소중립, 지역소멸 대응을 아우르는 진도 해상풍력 사업도 강력한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인허가 일괄 처리…전력망·RE100 수요 대응 속도

그동안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직접 입지를 발굴하고 개별적으로 인허가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이 과정에서 전력계통 확보 실패, 군 작전성 협의, 주민 반대 등 각종 변수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하지만 해상풍력법 시행 이후에는 사업 전 과정에 대한 정부의 공적 책임이 대폭 강화된다.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가 신설돼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예비지구·발전지구 지정을 심의·의결한다. 특히 발전지구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공유수면허가와 전기사업허가 등 총 28개 법령, 42개 인허가 사항이 일괄 의제 처리된다.

통상 수년이 소요되던 인허가 절차가 범정부 차원의 통합 시스템으로 처리되면서, 진도 해상풍력의 2031년 상업운전 목표 달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진도 3.6GW 프로젝트를 단순 발전단지를 넘어 국가 에너지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하고 있다. 원전 여러 기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등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규제와 RE100 이행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 대기업들에 안정적인 친환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전남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벨트 구축과 전력시장 재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풍황과 어업활동, 환경, 해상교통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입지정보망을 구축해 예비지구와 발전지구를 선제적으로 검토·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환경 수용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환경성 논란을 사전에 최소화하고, 실증 기반의 계획입지 체계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진도군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3.6GW 지정 보고회에 참석한 군민들과 관계자들이 ‘바람연금으로 여는 진도의 밝은 미래’ 현수막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바람연금 현실화 기대”…주민 수용성 확보가 관건

해상풍력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주민 수용성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해상풍력법 시행령의 핵심 중 하나는 지방정부 중심의 주민 참여 구조를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민관협의회에는 주민 및 어업인 대표가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 참여하도록 의무화됐다. 기존처럼 주민이 배제된 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구조가 아니라, 어업인과 군민이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형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진도군이 추진 중인 연간 약 700억 원 규모의 이익공유 모델인 ‘바람연금’ 역시 제도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묘수됐다는 평가다.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주민과 어업인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마련되면서, 장기 국책사업 특유의 정책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 추진 방향과 주민 참여 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정부는 부처합동 사무국인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통해 지속적인 행정 지원도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편이 단순한 발전사업 확대를 넘어 지역 기반의 ESG 모델 구축 실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주민 수익 공유와 지역 참여 구조를 제도화함으로써 해상풍력 사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갈등과 반대 문제를 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객체에서 주체로'…지역 기업·청년 인재 육성 과제

다만 대규모 투자의 실질적인 낙수효과를 지역 경제와 일자리로 연결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역 기업들이 대기업 중심 건설 시장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법인 정비와 안전 인증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지보수(O&M), 해상안전, 기자재 관리 등 장기적인 운영 분야에서 지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지속가능한 지역 산업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역 청년 인재 양성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해상풍력 산업은 건설 이후에도 유지보수와 전력 운영, 안전관리 등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고용이 발생하는 산업인 만큼, 지역 청년들이 관련 기술과 자격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해상풍력법 시행을 통해 개별 사업자 중심이던 재생에너지 개발 방식을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하게 됐다”며 “국제 에너지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민과 지역이 이익을 함께 나누고 환경성과 수용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해상풍력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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