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기고] 묵시적 갱신의 함정

충청투데이 2026. 5.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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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정 법률사무소 희승 대표변호사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는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흘렀다.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침묵이, 법적으로는 이미 무언가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집주인이 나중에 집을 팔겠다며 퇴거를 요구했을 때, 법원은 그 요구가 효력이 없다고 봤다. 아무 말 없이 흘러간 시간이 계약을 2년 더 연장시켜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묵시적 갱신'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는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사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을 통지하지 않으면, 종전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묵시적 갱신이다. 임차인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안에 계약 종료나 조건 변경을 요구하지 않으면 동일하게 갱신된다. 말 한마디 없이도 계약이 2년 더 연장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자동 연장'이 임대인과 임차인 어느 쪽에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든다는 데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집을 팔거나 가족이 입주하려 해도 묵시적 갱신이 성립한 이후에는 쉽게 내보낼 수 없다. 반대로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올리라거나 갑자기 계약을 끝내자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묵시적 갱신이 성립하면,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임차인이 해지를 통보하면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날 계약이 종료된다. 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묵시적 갱신 기간 중 임대인이 임의로 퇴거를 요구하더라도 임차인은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필자가 실제로 대리한 사건에서도 집주인이 매매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했으나, 묵시적 갱신이 성립됐음을 확인한 후 임차인이 3개월의 유예기간을 확보하고 합의하여 상호간 합의하에 이사를 마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도입된 계약갱신요구권과 묵시적 갱신은 다른 제도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갱신을 '요구'해야 하고, 묵시적 갱신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성립한다는 차이가 있다. 두 제도를 혼동하면 자신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 어떤 보호를 받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6개월 전부터 의사를 명확히 문자나 내용증명으로 남기는 습관이 필요하다.

계약서에 서명한 날만큼 계약이 끝나는 날도 중요하다. 아무 말 없이 살다 보면 계약이 연장되고, 그 연장이 뜻밖의 권리가 되기도, 예상치 못한 분쟁이 되기도 한다. 만료일 6개월 전, 달력에 먼저 표시해 두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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