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초고위험군 골형성촉진제 우선사용 요구..."골흡수억제제 선행기준 완화해야"
해외선 초고위험군 초기 투여 확대…국내는 여전히 ‘2차 치료제’ 제한
“단기 약제비보다 골절 예방 따른 의료·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 커”

대한골대사학회는 '골절 초고위험군을 위한 골든타임'과 '골형성촉진제의 올바른 사용'을 주제로 국내 급여기준 개선 필요성을 집중 제기했다. 학회는 수년 전부터 골형성촉진제의 급여 확대를 요구해 왔지만, 정부 정책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회가 강조하는 골절 초고위험군은 최근 1년 이내 취약골절이 발생했거나, 2개 이상의 다발성 골절이 있거나, 골밀도 T점수가 -3.0 이하인 환자들이다. 이들 환자는 일반적인 골다공증 환자보다 골절 위험이 매우 높고, 단기간 내 추가 골절 가능성도 커 빠른 골밀도 회복과 골절 예방이 핵심 치료 목표가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건강보험 기준상 골형성촉진제는 사실상 2차 치료제로 묶여 있다. 기존 골흡수억제제를 1년 이상 사용했음에도 효과가 없거나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만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65세 이상 ▲골밀도 T점수 -2.5 이하 ▲골다공증성 골절 2개 이상 발생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로모소주맙의 경우에는 기준이 더 제한적이다. 65세 이상 폐경 후 여성에게만 급여가 인정되며, 생애 총 12회 투여만 가능하다. 테리파라타이드는 생애 총 24개월까지만 인정된다.
학회는 이러한 기준이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보고 있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골절 초고위험군에 대해 골형성촉진제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으며, 호주 역시 최근 급여기준을 완화해 로모소주맙의 초기 사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호주는 과거 한국과 유사하게 골흡수억제제 실패 이후에만 로모소주맙 급여를 인정했지만, 2024년부터는 골밀도 T점수 -2.5 이하이면서 최근 24개월 이내 고관절 또는 척추 골절을 경험한 환자 등 초고위험군에 대해 1차 치료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학회는 국제적 흐름이 '골절 이후 치료'에서 '골절 예방 중심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주요 학회 진료지침 역시 초고위험군에서는 골형성촉진제를 먼저 사용하고 이후 비스포스포네이트나 데노수맙 등 골흡수억제제로 순차치료하는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뿐 아니라 미국내분비학회, 미국임상내분비학회, 미국폐경학회 등도 비슷한 방향의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골형성촉진제는 뼈를 형성하는 조골세포를 자극해 새로운 뼈 형성을 촉진하는 약제다. 대표 성분으로는 테리파라타이드와 로모소주맙이 있다. 반면 골흡수억제제는 파골세포 작용을 억제해 뼈 손실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비스포스포네이트와 데노수맙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초고위험군에서는 골흡수억제제보다 골형성촉진제가 골밀도 개선 효과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로모소주맙 등 골형성촉진제를 먼저 투여한 뒤 골흡수억제제로 이어가는 치료 전략이, 반대로 골흡수억제제를 먼저 사용한 뒤 골형성촉진제를 사용하는 전략보다 골밀도 증가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퇴골 골밀도의 경우 골형성촉진제를 먼저 사용했을 때 치료 3년 내 목표 T점수에 도달할 확률이 60% 이상으로 나타난 반면,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흡수억제제를 먼저 사용할 경우 해당 확률은 10% 미만 수준이라는 설명도 제시됐다. 학회는 특히 대퇴골 골절은 고령 환자 사망률과 장기요양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예방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골절 예방효과 역시 주목된다. 학회 발표에 따르면 테리파라타이드는 척추골절 위험을 최대 70%, 비척추 골절 위험은 약 50%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로모소주맙은 1년 사용만으로 데노수맙 장기 치료에 준하는 골밀도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설명도 나왔다.
다만 문제는 비용이다. 골형성촉진제는 약가가 높아 건강보험 재정 부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로모소주맙의 비급여 연간 투여비용은 약 290만원 수준이다. 급여 적용 시 환자 본인부담금은 약 89만원 수준으로 감소하지만, 급여 확대 시 단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학회는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의료비 절감 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다공증 골절은 수술·입원·재활·요양 등 장기간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초기 적극 치료를 통해 골절 자체를 줄이면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논리다.
학회 발표에서는 골형성촉진제를 먼저 사용하는 전략만으로도 전체 골절 발생 건수를 약 12%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또 골형성촉진제는 보통 1~2년 정도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약제비 증가가 평생 지속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도 나왔다.
골다공증 골절의 사회경제적 부담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학회는 국내 골다공증 골절 사회경제적 비용이 이미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향후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회는 이에 따라 현행 급여기준 개편안을 제안했다. 우선 골흡수억제제를 먼저 사용하도록 한 조건을 삭제하고, 로모소주맙 사용 대상을 65세 이상 폐경 후 여성으로 제한한 연령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골형성촉진제 1차 급여 인정 기준으로 ▲T점수 -2.5 이하이면서 골다공증성 골절 2개 이상 발생 ▲최근 1년 이내 대퇴골·척추·기타 취약골절 발생 ▲T점수 -3.0 미만 환자 등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가 골다공증 관리체계 자체도 치료 연계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건강검진이나 보건소 검사에서 골다공증 위험군이 확인되더라도 실제 치료와 사후관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 검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병·의원 치료와 연계되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교육·상담·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다만 학계 내부에서도 급여 확대가 쉽지 않은 현실적 한계는 인정하고 있다.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등에 비해 정책 우선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구조 속에서,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골다공증 골절 역시 고령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단순 골절 문제가 아니라 노인 장애, 장기요양, 사망률 증가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방 중심의 급여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