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게시판에 "투명인간 취급 못 참겠다"... 파업 불 껐지만 내부 불씨 더 커졌다
비반도체 홀대 인식에 노조 가입 급증
주주들 "영업이익은 미리 떼가면 위법"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을 불과 1시간 30분 앞둔 20일 밤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하면서 한국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배분 등 절충안을 뜯어본 직원들의 반발 기류도 커지고 있어 27일까지 진행될 조합원 찬반 투표까지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반도체(DS)부문 부문장은 갈등을 딛고 사내 결속을 다질 것을 당부했다.
"독소 조항" 반발... 큰 편차에 불만 속출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잠정 합의에 따라 삼성전자 DS부문의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1인당 6억 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받을 전망이다. 연봉 1억 원을 받는 직원이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로 영업이익 1.5%를 현금으로 받고, 신설된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영업이익 10.5%)을 주식으로 받는 합산액이다.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는 1인당 최소 1억6,000만 원의 성과급을 받는다. DS 특별성과급 재원 40%를 DS 소속이 균등하게 나눠 받고, 나머지 6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합의안에 따른 추산치(영업이익 300조 원 달성 시)다.
이는 영업이익 15%에 부문 70%·사업부 30% 배분율을 주장한 노조안과 영업이익 10% 규모에 DS 부문 40%·사업부 60% 배분율을 내세운 회사안 사이 절충안이다. 적자 사업부에는 올해 DS 부문 공통 재원을 균등하게 받게 하되, 내년부턴 공통 지급률의 60%만 주기로 한 단서가 달렸다. 노조는 배분율을 양보하면서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을 더 확보하는 실익을, 회사는 성과주의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파업으로 치닫기 전에 정리하려 한 결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사업부별 성과 편차가 큰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최종 타결이 될지는 미지수다. 유례없는 영업이익을 낼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자신들의 몫이 적자 사업부로 일부 돌아가는 데 불만을 분출하고 있다. 파운드리 등에선 내년부터 자신들의 몫이 크게 줄어드는 안을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직원은 "대외적으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턴키' 경쟁력을 강조하는 회사에서 파운드리 등을 적자 사업부로 치부하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안이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적자 사업부 기피와 우수 인력 유출 우려를 감안해 적자 사업부 페널티를 1년 유예한 안이 나온 측면도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비(非)반도체 부문 '홀대론' 확산도 번져 불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날 사내 게시판에는 "'투명인간' 취급은 참을 수 없다"는 완제품(DX) 부문 직원들의 불만 글이 올라왔다. 교섭을 주도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DX 부문의 의견 수렴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합의안이 나온 뒤 DX 조합원이 대다수인 삼성전자노조 동행의 덩치가 급격히 커졌다. 이날 오전 9시 2,000명대이던 이 노조 조합원은 5시간 만인 오후 2시 1만1,172명으로 5배 급증했다. DX에 600만 원 상당 자사주 지급안 등에 불만을 품고 합의안 투표에서 부결시키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특별성과급 전액 주식... "불확실성 크다"
특별성과급을 영업이익 달성을 전제로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안도 내부 구성원 사이에선 '보이콧' 여부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2028년까지 매년 영업이익 200조 원 달성, 이후 2035년까지 매년 영업이익 100조 원을 달성해야 지급되는 조건과 최대 2년까지 일부 주식 매각이 제한되는 안이 실제 손에 쥘 성과급의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회사는 한 번에 전액 현금으로 하는 것보다 주주와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걸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이번 합의안에 반발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연 집회에서 "영업이익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할당하는 건 위법"이라며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라고 주장했다.
'표준' 따라 성과 요구 빗발치나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10년간 도입하면서 산업계에 미칠 후폭풍이 적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등 여러 기업들에서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 보기 드문 방식의 명문화에 재계는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 축소와 주주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우려하고 있다. 법인세와 이자 등이 빠지기 전인 영업이익은 기업이 실제로 쥐는 이익과 괴리가 크다면서다. 이에 당기순이익을 성과급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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