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재 공장’ 정원 8배 늘린 까닭… 중국은 천재를 어떻게 키우나 [오늘의 대화]
“역사 속 천재들은 10년가량 재능 개발에 몰두한 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대도시로 떠났습니다.”
세계적 교육학자이자 ‘다중 지능 이론’을 창시한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가 설명한 ‘천재가 완성되는 조건’이다. 뛰어난 지능은 어느 나라에나 일정 비율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 지능이 꽃을 피우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재능을 일찍 발견해야 하고 오랜 시간 몰입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인재들과 부딪치고 협력할 환경도 갖춰져야 한다. 세계 각국이 엘리트 교육을 운영해 왔지만 ‘천재 양산’에 쉽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국은 천재 육성 시스템을 국가 주도로 만들었다. 천재의 우연한 등장을 기다리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부터 뛰어난 아이를 찾아내고 시험으로 걸러낸 뒤 학교와 기업이 번갈아 끌어준다.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비범한 아이를 평범한 교실에 오래 묶어두지 않는 것이다. 첨단 기술 경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의 천재 육성 시스템은 더 노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천재 공장’

중국이란 ‘천재 공장’의 공정은 4단계로 굴러간다. 10살 전후 전일제 영재학교 입학, 15살 대학 진학, 20대 초반 석·박사 졸업, 첨단 기술 기업 창업과 연구직 진출로 이어지는 전 생애주기형 인재 공정이다. 최근에는 테크 기업의 적극적인 천재 육성 프로그램 참여가 눈에 띈다. 기술 경쟁의 승패가 인재 확보 속도에서 갈린다는 판단 아래 중국은 더 어린 영재를 더 넓게 선발하고 더 빠르게 실전에 투입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는 중이다.
◇소년반 정원 8배 급증
중국의 천재 육성 시스템을 상징하는 것은 단연 ‘소년반’이다. 15세 안팎의 영재들이 진학하는 학부 과정이다. 베이징(2곳), 저장, 장쑤, 산시, 안후이 등의 명문대 6곳이 소년반을 운영한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중학생이나 고1 학생이 대학 강의실에 앉는 셈이다.

‘중국판 카이스트’로 불리는 안후이성 중국과학기술대가 운영하는 소년반이 가장 유명하다. 1978년부터 매년 15~16세 영재를 선발해 가르치고 있다. 소년반 입학생은 2년 가량 전공을 정하지 않고 수학·물리 등 기초학문 실력을 다지며 ‘연구 체력’을 쌓는다. 이후 세부 관심 분야를 정하여 3~4년 안에 박사 학위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이 학업을 마치는 나이는 겨우 20대 초반. 한국 영재들이 고교 입시에 매달리는 동안 이들은 학문 연구에 몰입했고, 또래가 대학 새내기가 될 무렵 박사 학위를 손에 쥔 채 테크 기업 창업이나 국가 전략 연구에 뛰어든다. 중국 대표 AI 칩 설계 기업 캠브리콘을 세운 천윈지·천톈스 형제, 중국 최초 AI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한 아이플라이텍의 류칭펑 창업자 등이 대표적인 소년반 출신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중국의 소년반 선발 규모가 최근 10여 년 동안 8배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시간을 내어 중국과기대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이때 소년반 정원이 단기간에 급격히 늘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1978년 출범 이후 2009년까지 소년반 정원은 40~50명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0년을 기점으로 정원이 200명 안팎으로 급증했고, 2024년에는 입학생 규모가 역대 최다인 38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정원도 375명에 달한다. 중국이 AI·반도체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면서 소년반이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인재 공급망으로 격상된 것이다.

◇시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아이들
중국은 매년 한국의 39배에 달하는 580만명의 이공계 대졸자를 배출하는 거대한 저수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 초·중학생 때부터 최상위 영재를 걸러내는 촘촘한 수문까지 달려 있다. 넓은 저수지가 방대한 이공계 인력의 양을 만든다면, 정교한 수문은 그중 가장 빠르고 깊게 흐를 물길을 따로 열어 대학과 기업으로 밀어 올리는 장치다.
한국의 영재 교육은 주말 수업이나 방과후 프로그램 등 ‘맛보기’에 의존하는데다 교육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중국은 전일(全日)제 영재 교육 시스템이 단계별로 갖춰져 있다. 초·중학생 대상 전일제 영재학교는 10여곳이 있고, 이와 별개로 칭화대의 ‘필즈상’ 수상자인 야오싱퉁 교수가 이끄는 ‘야오싱퉁 수학 천재반’이 전국 50곳의 중고등학교에서 운영된다. 야오싱퉁이 이끄는 천재반은 출범 첫 해인 2023년 18곳에서 지난해 3배 수준으로 늘었다. 베이징의 인민대부속중학교의 ‘자오페이반(早培班·조기교육반)’, 베이징8중학교의 ‘팔소팔소(八少八素·영재 및 수재반)’는 각각 41년과 16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인민대부속중 출신 30대 직장인은 “자오페이반은 매년 200명가량의 천재 소년을 뽑는데 지원자 중 0.5~2%만 합격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공부 잘하는 학생을 모아놓는 반이 아니다. 4년 동안 수학·물리·화학을 대학 수준으로 가르치고, 명문대생도 만나기 어려운 원사(院士·국가 최고 과학자)가 직접 논문 작성과 연구 방법을 지도한 사례도 있다. 베이징8중의 팔소팔소는 자오페이반보다 진도는 다소 느리지만 이공계 전반의 융합 학습과 리더십·토론 교육을 병행한다. 한쪽이 압축형 과학자 훈련에 가깝다면 다른 한쪽은 기술 리더 후보를 길러내는 모델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선발 방식이다. 중국의 영재 선발은 단순 암기 능력이나 선행 학습 수준을 보지 않고 학생들에게 처음 접하는 개념과 수식, 정보를 제시한 뒤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하고 응용 문제를 풀게 하는 데 집중한다. 팔소팔소의 경우, 필기시험을 통과한 아이들을 사흘 동안 학교에서 지내게 하면서 강도 높은 교과 수업과 체육 수업을 받게 한다. 지구력과 스트레스 관리 능력 등 종합적인 ‘학습의 재능’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베이징의 부모들은 자녀를 영재학교 시험장으로 적극적으로 보낸다. 필기시험 통과만으로도 사립초나 명문중 진학에 유리한 ‘훈장’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이 어린 학생의 정서적 부담을 이유로 조기 선발과 시험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사이, 중국은 시험을 재능을 가려내는 실용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시험을 압박의 장치로만 보지 않고 아이가 자신의 위치와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명문대 안의 명문반(班)
어린 영재 발굴이 앞단이라면 중국 천재 육성 컨베이어벨트의 뒷단에는 대학 특별반이 있다. 중국 명문대는 초·중학교부터 영재 교육을 받은 이들을 따로 뽑아 가르치는 ‘반(班)’을 별도로 운영한다.

칭화대의 야오반, 베이징대의 투링반, 저장대의 주커전반 등이 대표적이다. 튜링상을 수상한 야오치즈(80) 교수가 2004년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 종신교수직을 내려놓고 칭화대 컴퓨터공학과로 넘어오며 설립한 야오반의 경우, 매년 신입생(4000명)의 1%(50명)를 선발한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높은 대학입시(가오카오) 성적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국제물리올림피아드 금메달 같은 압도적 이력이 입장권이 되고, 추천입학과 수시모집 과정에서 고난도 면접을 거쳐야 한다. 오픈AI에서 일하다 칭화대로 돌아온 우이 박사는 야오반 재학 시절(2010~2014년)을 떠올리며 “(뛰어난 동문들을 보면서) 사람 간의 지능 차이가 사람과 동물의 지능 격차보다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중국 교육부가 AI·반도체 정예 인재 육성을 위해 도입한 ‘강기계획’도 명문대 인기 이공계 학과로 들어가는 핵심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상위 39개 명문대가 자체 실시하는 이 전형은 이름 그대로 기초과학의 기반을 강화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강기계획은 매년 4월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지원자를 받는다. 6월 가오카오 성적이 나온 뒤 지원자 중 극히 일부만 1차 관문을 통과한다. 이후 대학은 이들을 넓은 강당이나 체육관에 모아 과거(科擧)를 치르듯 다시 시험한다. 난도 높은 수학·물리·화학 필기시험과 면접은 물론 일부 대학에서는 체력 테스트까지 실시한다. 베이징대는 매년 전체 학부 신입생의 약 20%인 900명 안팎을 강기계획으로 선발한다.
중국 대학의 천재 교육 시스템은 선발 단계에서 옥석을 철저히 가르는 대신 합격자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명문대의 ‘명문반’에 들어간 학생들은 석학들의 도제식 지도를 받고 학부 때부터 석·박사 과정 수준의 연구 프로젝트와 논문 작업에 참여한다. 뛰어난 학생을 뽑아 연구자로 조기 전환시키는 구조다.
◇기업으로 쏠리는 천재 육성의 무게 중심
지난해 2월 필자는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중국 기술 혁신의 배경을 ‘인재 육성 시스템’에서 찾아야 한다는 화두를 기사와 저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제기했다. 이후 관련 다큐멘터리와 후속 기사들이 이어지며 중국 이공계 인재 양성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런데 다시 중국 현장을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변화가 보인다. 영재 발굴과 육성의 무게중심이 학교 안에 머물지 않고 기업 쪽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중국에서는 테크 기업이 학교보다 한발 앞서 천재를 양성하려는 실험이 잇따랐다. 기술 경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어린 인재를 더 빨리 발견해 육성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커진 것이다. 과거에는 학교가 인재를 길러 기업으로 보내고 기업은 이를 지원하는 구도였다면, 이제는 기업이 천재 육성 시스템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모습이다.
중국 1위 IT기업 텐센트는 지난 3월 중·고생 대상 기술 교육 프로그램인 ‘T캠프(靑科實訓營)’ 안에 ‘2026 텐센트 미래 과학기술 선봉장 성장 계획(PM 창조 캠프)’을 신설했다. 사실상 ‘중학생 인턴’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다. 영재 선발 방식으로 선발된 학생 10명은 7~8월 텐센트 선전·광저우 사무실에서 3주간 근무한다. 체험형 견학 수준이 아니다. 텐센트 핵심 AI 사업 부문에 직접 투입시켜 제품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
수료자 혜택도 파격적이다. 공식 인증 수료증, 회사 추천서, 해외 여름학교 장학 혜택, 인턴 우선권, 향후 텐센트 채용 우대 등이 제공된다. 사실상 “이 학생은 우리가 미리 눈여겨본 인재”라는 표시를 남기는 셈이다. 중국 기업들이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을 기다리지 않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리자동차의 실험은 더 과감하다. 지리는 고교 졸업 예정자를 선발해 회사가 직접 5년짜리 맞춤형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대학을 거치지 않고 기업이 학생을 직접 선발해 석·박사급 인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최고경영진과 사내 박사급 전문가, AI 도구를 결합해 신에너지·인공지능·저공비행·저궤도 위성 등 4대 첨단 분야 인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변화는 중국이 강력한 천재 육성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기업들이 더 획기적인 육성 방식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하이 퉁지대 당서기이자 중국공정원 원사인 정칭화는 “AI 기술 성장 주기는 월 단위인 반면 교육 체계 개편은 5~1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1950년 이전 지식 반감기가 약 50년이었다면 21세기에는 평균 3.2년, AI 최전선에서는 6개월 수준까지 짧아졌다는 설명이다. 지식의 수명이 반년으로 줄어드는 시대에 기업 입장에서 대학 졸업장을 기다리는 방식은 지나치게 느린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은 일부 영재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반부패 조사’나 관리 점검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의사보다 엔지니어를 선망하는 사회
중국에서 천재 육성 시스템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핵심은 기술 인재가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최상위 이공계 인재는 의대로 몰리지 않는다. 의사는 중국에서도 근사한 직업이지만,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자동으로 보장되진 않는다. 명문대 입결 최상위권은 AI, 반도체, 컴퓨터, 항공우주 같은 첨단 기술 분야가 차지한다.
보상 격차도 뚜렷하다. 중국의 C9으로 불리는 최상위권 이공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는 졸업 직후 2억원 이상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명문대 이공계 박사 졸업생 초봉의 2배 수준이다. 하얼빈공대처럼 외부에는 덜 알려졌지만 중국 안에서는 첨단 기술 인재의 산실로 평가받는 대학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기술 인재에 대한 국가적 존중이 크다. 중국 지도부는 주요 국가 행사에서 이공계 석학과 연구자를 귀빈처럼 대우하는 장면을 관영 CCTV를 통해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기술을 다루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선전 BYD 기술 발표회에서도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행사 말미에 배터리·반도체 등 12개 분야의 BYD 수석 엔지니어가 한 명씩 무대에 올랐다. 12만명에 달하는 BYD 엔지니어 군단을 상징하는 12명이 등장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중국이 기술 인재를 이처럼 중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 경쟁의 병목을 뚫는 것은 결국 비범한 인재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들을 ‘귀재(鬼才)’로 부른다. 규격화된 인재가 아니라 남다른 문제 해결 능력과 집요한 몰입력을 가진 이들이 혁신의 핵심이라고 본다. 중국 첨단 기술 기업의 수장 중 말이 서툴고 대외 활동에 능숙하지 않은 ‘너드 CEO’가 유난히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투자자와 기업은 화려한 언변보다 기술을 보는 눈, 어디에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
◇천재를 너무 늦게 발견하는 한국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가볍지 않다. 반도체 산업의 선전으로 이공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커지고 있지만, 뛰어난 어린 인재를 언제 발견하고 어떤 경로로 키울 것인지는 여전히 정면으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식 ‘천재 공장’을 그대로 따르자는 뜻은 아니다. 조기 선발과 과도한 경쟁의 부작용도 분명하다. 그러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에게는 특별한 경로가 필요하다는 질문까지 외면하기는 어렵다. 모든 아이를 같은 속도와 같은 교실에 묶어두는 것이 언제나 공정한 것도 아니다. AI, 반도체, 로봇, 우주항공 경쟁이 빨라질수록 평균적 교육의 한계도 더 뚜렷해지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은 장비와 자본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병목은 결국 사람이다. 한국이 중국의 기술 혁신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은 특정 기업의 성과가 아니라, 인재를 발견하고 키워 실전에 투입하는 ‘천재 육성 시스템’의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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