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 태도가 진짜"

주미희 2026. 5. 2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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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양용은, PGA 챔피언스투어 출전
50세 넘은 전세계 레전드 모여 생존 대결
최경주 "후배들에 본보기 보여주고파"
양용은 "철저함과 꾸준함이 프로의 비결"

[라바트(모로코)=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만 50세 이상 선수가 출전하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은퇴한 전설들이 모여 여유롭게 즐기는 무대’에 가깝다. 컷 탈락 없이 54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되고, 경기 중 카트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한국 골프의 두 거장 최경주와 양용은이 전한 실상은 전혀 달랐다. 챔피언스투어는 전 세계를 호령했던 레전드들이 한 타를 두고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는 ‘살벌한 생존 무대’다.

최경주.(사진=AFPBBNews)
올해 56세가 된 ‘코리안 탱크’ 최경주는 한국 남자 골프의 선구자다.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에는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한국 선수 최초로 PGA 챔피언스투어 우승 기록도 세웠다. 2024년 7월에는 챔피언스투어 메이저대회인 더시니어 오픈까지 제패했다.

그런 최경주도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에서 열리는 PGA 챔피언스투어 하산 2세 트로피(총상금 250만 달러)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한국시간),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 프로암 18홀을 모두 돈 뒤 연습 그린으로 향했다.

50대 이상 레전드들의 살벌한 생존 경쟁

최경주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챔피언스투어 필드에 모인 선수들의 통산 우승 횟수만 합쳐도 수백 승”이라며 “다들 돈 때문에 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커리어와 우승, 성취감을 위해 몸을 던지는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모인 만큼 오히려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던 양용은도 “대회에 들어가면 살벌하다”면서 “평소에는 다 연륜 있는 형님들이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눈빛이 젊은 시절 PGA 투어 때와 똑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PGA 투어 통산 2승의 양용은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 번째 시즌부터는 매년 100만 달러(약 14억 9000만 원) 이상의 상금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2024년 어세션 채리티 클래식에서 챔피언스투어 첫 우승도 신고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역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들이다. PGA 투어 통산 34승의 비제이 싱(피지)을 비롯해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등이 우승 경쟁에 나선다. 양용은은 “이 선수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막내”라며 웃었다.

철저한 자기 절제가 만드는 현역의 품격

50세를 넘긴 나이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로 두 선수는 모두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았다. 양용은은 3년 전부터 탄산음료를 완전히 끊었고, 하루 두 끼 식사를 유지하며 현역 시절보다 체중을 8kg 이상 감량했다. 최경주도 6년 넘게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최소 주 4회 이상 근력 운동도 한다.

최경주는 자신을 바라보는 ‘꿈나무’들이 절제된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최경주재단을 통해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 중인 그는 “후배들에게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목표를 좇아야 하는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라며 “안 된다고 도망치기보다 부족한 것을 채워가며 계속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용은은 챔피언스투어 통산 47승의 전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를 들어 프로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랑거는 68세인데도 티타임 3~4시간 전에 골프장에 나와 스트레칭을 한다. 지독한 철저함이 꾸준함의 비결”이라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긴장감과 골프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매일 연습장으로 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최경주와 양용은은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끝까지 배우고, 버티고, 자신을 관리하는 선수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히메네스도 같은 말을 했다. 올해로 62세인 히메네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노력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체육관으로 가 스트레칭을 한다”면서 “아무것도 그냥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고 강조했다.

양용은.(사진=AFPBBNews)
최경주가 20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하산 2세 트로피 프로암을 마친 뒤 이데일리와 만나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용은이 20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하산 2세 트로피 프로암을 마친 뒤 이데일리와 만나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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