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박순찬 기자 2026. 5. 2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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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막았지만 산업계 후폭풍
‘성과 있어야 보상' 원칙 무너져
하청 업체도 성과급 요구 봇물
주총 없이 영업익 사용도 논란
삼성 내부선 ’100배 격차' 불씨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과 삼성전자 노사 장정합의안을 비판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갈등이 정부의 막판 중재로 극적 타결되면서,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라인이 멈춰 서고 최대 100조원의 공급망 피해가 우려되던 파업 사태는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산업계 안팎에선 “파국은 막았지만 더 큰 갈등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사태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반세기 동안 고수해 온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원칙이 무너졌고, 과도한 요구라도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끝까지 버티면 관철된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성과 원칙을 고수하며 사후 조정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며 노조 손을 들어줬다.

당장 삼성 내부는 ‘격차 보상’의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이번 합의로 같은 회사 안에서 DS(반도체)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평균 6억원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받는 반면 DX(가전·모바일) 직원은 600만원 상당을 받는 데 그치게 됐다. 거의 ‘100배의 격차’다. 만성 적자인 비메모리 부서도 ‘반도체’ 타이틀을 달았다는 이유로 1억원대 중반의 성과급을 받는다. DX부문 한 부장급 직원은 “업무 분위기를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DX 직원들이 단체로 노조에 가입해 반대 몰표를 던지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그래픽=김현국

산업계도 이번 합의의 충격파를 걱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못 박는 모델을 수용하면서, 유사한 요구가 조선·통신·플랫폼 등 각 분야 대기업으로 확산할 기세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 상대 교섭권을 쥐게 된 하청 노조들도 가세할 조짐이다. 양대 노총은 21일 “성과의 독식은 있을 수 없다”며 하청 노동자에게도 성과 분배를 요구하는 총공세를 예고했다.

‘상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불붙을 전망이다.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도 없이, 주주 몫인 영업이익을 노사 합의만으로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것은 명백한 주주 이익 침해라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주주운동본부는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세전 영업이익의 일부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잠정 합의는 위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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