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샌프효과 현실화' 이정후, 팀 잘못 골랐나? '유망주 좌완·대만 우완' 타 팀에서 승승장구, 팬들은 '비판 쇄도'


[SPORTALKOREA] 한휘 기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팀을 잘못 고른 걸까. 샌프란시스코에서 '탈출'해 성공 가도를 걷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 카일 해리슨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 무사 2루 상황을 빼면 단 한 명도 득점권에 내보내지 않았다. 2회 선두타자 스즈키 세이야에게 볼넷을 내준 것을 마지막으로 무려 15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고, 7회 선두타자 알렉스 브레그먼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실점은 하지 않았다.
해리슨의 호투 속에 밀워키도 5-0 완승을 거두며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1위 자리를 사수했다. 해리슨의 시즌 성적은 9경기 45⅔이닝 5승 1패 평균자책점 1.77 59탈삼진으로, 9이닝당 탈삼진(K/9)은 11.6개로 40이닝 이상 소화한 NL 투수 중 2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해리슨은 사실 샌프란시스코가 기대하던 '특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MLB에서는 2년 동안 39경기(35선발) 182⅔이닝 9승 9패 평균자책점 4.48로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선발에서 밀려 불펜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가 라파엘 데버스를 영입하며 해리슨을 '트레이드 카드'로 소모했다.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해리슨은 여기서도 자리를 못 잡다가 재차 밀워키로 트레이드됐는데, 끝내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해리슨의 호투에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속이 쓰리다. 해리슨을 보내고 영입한 데버스가 최근 조금 나아졌다곤 하나 타율 0.246 6홈런 20타점 OPS 0.694로 부진한 상태다. 1루 수비도 여전히 갈길이 멀다.
더구나 데버스의 존재로 팀 최고의 타자 유망주인 브라이스 엘드리지가 출전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와중에 타일러 맬리, 에이드리언 하우저 등 외부에서 영입한 베테랑 선발 투수들은 하나같이 부진해 해리슨을 향한 그리움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속이 쓰리게 하는 사람이 더 있다. 대만 출신 우완 덩카이웨이다. 202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MLB에 데뷔했으나 2년 동안 12경기(7선발) 40⅔이닝 2승 4패 평균자책점 7.30으로 부진하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트레이드됐다.
놀랍게도 휴스턴에서 덩카이웨이는 16경기(3선발) 31이닝 2승 3패 평균자책점 2.61로 호투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시즌 첫 선발승도 따내며 이대로 휴스턴 로테이션에 정착할 기세다.
분명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성과는 시원찮았던 이들이다. 그런데 타 팀에서 기량을 만개해 선발 투수로 대성할 자질을 보여주는 상황이 동시에 펼쳐지면서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구단에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나 샌프란시스코의 홈인 오라클 파크는 투수에게 유리한 곳이다. 그런 구장을 떠나고도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는 점에서 더더욱 구단의 육성 시스템을 향한 의구심이 커지는 실정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팬들의 의구심은 조금씩 쌓여왔다. 버스터 포지 사장이 타구의 질을 희생해서라도 일단 갖다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대착오적' 타석 접근법을 공개적으로 주문한 것부터 팬들의 반발을 불렀다.
올해는 엘드리지의 기용 방식을 두고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기에 해리슨과 덩카이웨이의 사례가 겹치며 샌프란시스코의 유망주 육성 시스템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지 유명 SNS 팬 계정 '자이언트 핫 테이크스'는 "다들 이 팀을 떠나 성공한다"라며 "샌프란시스코가 엘드리지 기용에 비판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유망주 육성에 있어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 스포츠계에서는 '탈○○효과'라는 말이 있다. 유독 육성에 약점을 보이던 팀에서 실패한 유망주가 타 팀으로 이적해 대성할 때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이대로라면 '탈샌프효과'라는 신조어가 나올 판이다.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난다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맺은 것도 알고 보니 '오판'이었다는 결론이 나올 판이다. 이정후는 2024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무려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701억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이정후지만, MLB에서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개인의 기량만큼이나 구단의 육성 방침이나 시스템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구단의 시스템이 부실하다면 선수 개인의 기량만으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정후는 MLB 통산 타율 0.266 13홈런 80타점 OPS 0.711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지적되던 단점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점도 문제다. 샌프란시스코의 이해하기 힘든 구단 운영의 영향이 과연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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