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cl.told] 3억 공동응원단 등지고 "이겼다!" 인공기와 만세삼창...이게 남북 교류인가

[포포투=김아인(수원)]
남북 교류의 순간이 어디에 있었을까. 어디서 평화를 찾을 수 있었을까.
수원FC 위민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에 1-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수원FC 위민은 사상 첫 AWCL 결승 진출이 무산되고, 내고향은 오는 23일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 우승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경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묘한 이질감이 공기를 지배했다. 기자석 정반대 편인 E석에 남북 공동 응원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수원FC 위민이 찬스를 잡고 있는데 “내고향! 내고향!”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보인 “조선 내고향여자축구단 방한을 환영합니다” 문구가 적힌 현수막은 “수원FC 위민 응원합니다” 걸개의 두 배 이상 크기였다. 공동 응원단의 수원FC 위민 응원은 들리지 않았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점점 비현실적이었다. 수원FC 위민 하루히의 선제골보다 내고향 최경옥과 김경영의 연속골에 응원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땐 환호하기도 했다. 기자석 바로 앞쪽엔 내고향 측으로 보이는 관계자 4명도 골이 들어갈 때마다 우렁차게 “와!”하고 소리를 질렀다. 수원FC 위민 팬들의 응원 소리도 컸지만, 시야 전면에 내고향 응원만 가득 차면서 마치 원정팀 경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평화'나 '교류'는 어디에도 없었다. 승패는 냉혹하게 갈렸고, 내고향 선수단은 일렬종대로 심판진하고만 인사를 나눈 채 곧바로 벤치 스태프들에게 달려가 환호했다. 앞에 있던 관계자들 역시 신이 난 채 우비도 벗어 던지고 벤치로 합류했다. 기자석 정면에 있던 내고향 벤치에서 들리는 유난히 까랑까랑한 환호성이 귀에 날아와 꽂혔다.
이윽고 그들은 무언가 주섬주섬 펼치기 시작했다. 눈앞에 상상한 적 없던 광경이었다. 그라운드 한복판에서 인공기를 든 채 “내고향!”, “이겼다!” 등의 구호와 만세삼창을 외치면서 기념 촬영을 했다. AFC 규정상 인공기 반입과 표출을 제지할 명분은 없지만, 공동응원단이 앉아 있던 E석을 철저히 등진 채였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울고 있는 수원FC 위민과 대조를 이뤘다. 세리머니를 마친 내고향은 그대로 터널로 직행했다.
눈앞의 모든 광경이 기묘한 날이었다. 열악하고 협소했던 수원종합운동장은 이번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위한 취재 신청만 125명이 몰리면서 기자회견실을 새로 만들고, 인터넷 회선도 전부 갈았다. '슈퍼스타' 이승우가 입단할 때도, 강등 위기에 승강 플레이오프로 향할 때도 40명을 겨우 넘긴 인원의 세 배였다. 평소 K리그나 A매치 경기 때도 본 적 없는 고위 관계자들 등장도 신기했다. 리옹 구단주 미셸 강, 정몽준 명예회장,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난히 장대비가 쏟아지고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는 분위기를 더욱 음산하게 만들었다. 늘어난 미디어 동선과 지붕 아래에도 비가 들이치는 기자석 탓에 온몸이 젖고 덜덜 떨어야 했다. 와중에 킥오프를 앞두고 AFC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VIP 초대석이니 자릴 비워달라”고 통보해 대한축구협회(KFA) 측과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경기 내내 그 자리를 찾은 사람은 없었다.
내고향은 철저히 경기에만 집중했다. 입국 당시 환영 인파에도, 경기장의 공동응원단에도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미디어 공개 훈련 때는 서로 웃거나 화기애애했지만,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선 웃음기 없이 “승리 소감 한마디만 해주세요”라는 말도 외면하고 버스로 향했다. 리유일 감독은 공동응원단 함성을 듣고는 “여기 주민들은 축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남북 공동응원단을 결성할 당시 정부는 “남북 상호 이해증진'을 위해 남북교류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틀간의 취재 과정 그 어디서도 남북 교류의 순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원FC 위민의 박길영 감독과 지소연은 경기 후 눈물을 참지 못했고, 3억짜리 응원을 받은 내고향은 준우승 상금 50만 달러(약 7억 5천만 원)를 확보했다. 한국을 '적대국'이라고 규정한 북한 팀의 차가운 현실과 '교류'를 원한 이들의 간극만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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