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한 일…“3일간 형과 ‘농구 대화’ 지난 5년보다 많아”

10년간 코치·KCC 우승 직후 전격 발탁…“소통·믿음의 농구 할 것”
형 이흥섭 단장과 현장 독립성 유지하면서도 유기적 파트너십 약속
그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프로농구 부산 KCC의 수석코치로서 원주 DB의 심장을 겨누던 ‘적장’의 핵심 참모였다. KCC가 6위 팀 최초의 우승이라는 신화를 쓰며 정상에 오른 바로 다음날, 그의 운명은 요동쳤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꺾었던 DB에서 감독 제의가 왔다. 친형이 단장으로 있는 팀이었다. 이규섭 DB 신임 감독(49)은 돌풍처럼 휘몰아친 인생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10년간의 코치 생활 끝에 처음 지휘봉을 잡고 분주히 새출발에 나선 이 감독을 지난 20일 만났다.
이규섭 감독에게 2025~2026시즌은 지도자 인생의 거대한 전환점이었다. 삼성 시절부터 오랜 기간 ‘농구 명가’의 부활을 위해 호흡을 맞췄던 이상민 감독과 함께 KCC에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삼성에서 성적 부진으로 ‘실패한 조합’이라는 아픈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이들은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완벽한 반전 시나리오를 쓰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 감독은 “삼성 코치를 그만두고 해설위원을 하면서 농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털어놓았다. 코트 밖에서 객관적인 눈으로 경기를 분석하고, 다양한 감독들의 인터뷰와 전술을 경청한 경험이 올 시즌 이상민 감독의 리더십 속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 KCC의 우승 축배가 채 마르기도 전, DB는 그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정규리그 3위에 오르고도 플레이오프에서 6위 KCC에 무릎을 꿇은 DB는 자신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무너뜨린 이 감독이야말로 팀 체질을 개선할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DB 감독이 된 그는 자유계약선수(FA) 및 외국인 선수 수급, 코치 선임, 선수단 파악 등으로 분주히 보내고 있다. 이 감독이 구상하는 ‘뉴 DB’의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믿음’, 그리고 ‘젊은 피의 성장’이다. 이 감독은 “이선 알바노와 강상재라는 리그 최고의 중심축이 건재한 것은 큰 축복”이라며 “여기에 이유진, 김보배, 그리고 박인웅 등 젊은 포워드진이 반드시 한 단계 더 성장해야만 한다. 이 선수들에게 더 많은 출전 시간과 명확한 역할을 부여해 DB의 선수층을 단단하게 다지겠다”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가 감독을 믿고 코트에서 모든 걸 쏟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술은 그다음”이라며 소통과 믿음으로 팀을 하나로 묶어내겠다고 했다.

이 감독 선임이 농구계를 강타한 큰 이유는 5년 터울의 형인 이흥섭 DB 단장과의 만남도 있다. 1997년 KBL 출범 이후 형제가 한 클럽의 사령탑과 프런트 수장으로 뭉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형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되는 걸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서로 다른 팀 소속이었던 두 형제는 농구 얘기는 조심스러워 피했다. 그는 웃으며 “최근 3일 동안 업무 파악 때문에 형과 한 대화가 지난 5년보다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칭도 이젠 형이 아니라 단장님이라고 한다”며 “형은 공과 사가 누구보다 확실한 사람이다. 현장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프런트와 가장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모범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흥섭 단장은 휴대전화에 간직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3년 전 동생이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때 원주 종합체육관 한복판에서 자신과 이선 알바노와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당시에는 해설위원, 구단 사무국장, 외국인 선수라는 서로 다른 신분으로 셔터 속에 담겼다.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세 사람은 각각 DB의 수장(감독)과 운영 책임자(단장), 그리고 코트의 야전사령관(에이스)으로 뭉치게 됐다. 알바노는 바로 전날 재계약을 확정한 뒤 이 감독에게 메시지를 보내 “감독 부임을 축하드리며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규섭 감독은 “DB에서 준 소중한 감독이라는 자리다. 선수(삼성)로 코치로 우승을 해봤으니 감독으로서도 최종 목표는 우승”이라며 “원주 팬들의 뜨거운 농구 열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위기가 오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팀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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