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팀 대우도 못 받은 홈 경기 “경기 내내 마음이 좀 그랬다”

윤은용 기자 2026. 5. 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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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북 ‘내고향’ 관심에 묻혀
기자회견·호텔 배정 등 홀대 계속
경기 후 선수들 아쉬움에 ‘눈물’
수원FC위민 이유진(왼쪽)과 내고향축구단 김경영이 지난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AWCL 4강전이 끝난 뒤 손을 내밀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로 속상하고, 마음이 조금 그랬습니다.” 박길영 수원FC위민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홈에서 치르는 경기였지만 홈팀의 대우를 받지 못한 설움이 한번에 터졌다.

수원FC는 지난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과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1-2로 졌다.

축구에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한국에서 성사된 남북 대결이었다. 경기 당일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5763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런데 수원FC에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원정석 응원단 쪽에 자리 잡은 수원FC 팬들이 목소리를 높여 응원했지만, 이들보다 더 많은 약 3000명의 공동응원단은 내고향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통일부에서 남북협력기금 3억원 지원까지 했는데, 이들의 시선은 내고향을 향했다. 심지어 후반 34분 수원FC의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수원FC는 슈팅 수에서 17-7로 압도하고 선제골까지 넣었으나 끝내 버티지 못하고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수원FC가 홈팀의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은 경기장 분위기만은 아니었다. 지난 17일 내고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을 시작으로 19일 기자회견 및 훈련을 할 때까지 관심은 한쪽으로만 흘렀다.

수원FC는 내고향과 같은 호텔을 배정받았지만, 내고향 측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층의 위아래층을 모두 비워달라고 요구하자 다른 호텔로 옮기는 억울함도 겪었다. 지소연이 사전 기자회견에서 “상대가 욕하면 우리도 욕하고, 발로 차면 같이 발로 차면서 대응할 것”이라며 강한 각오를 내비친 이유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 수원FC위민”이라고 말을 꺼내자마자 서러움에 목이 메어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고는 “한국 여자축구가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다. (이 경기가) 팬들이 여자축구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원FC 선수들은 지소연을 포함해 누구나 할 것 없이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반면 승리한 내고향 선수들은 인공기를 활짝 펼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수원FC에는 너무나 아쉽고 속상한 밤이었다.

수원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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