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게이머 안내로 게임의 세상 탐험하기[책과 삶]
주자안 지음 | 정세경 옮김
현암사 | 416쪽 | 2만3000원

롤플레잉 게임의 전투 모드에선 신관이 치유를 통해 이미 죽은 팀원을 되살릴 수 있다. 이러한 모험을 거쳐 보스를 만난 용사 무리(파티). 평소 말투가 적던 ‘츤데레’ 캐릭터가 동료를 위해 치명적인 공격을 대신 받아내면, 최종 전투가 시작된다. 마침내 보스를 물리친 팀원들이 그의 무덤 앞에서 회상에 잠기며 게임이 끝난다. 그런데 잠깐, 신관이 캐릭터를 되살릴 수 있지 않나? 포켓몬스터 시리즈에서도 포켓몬은 체력(HP)이 0이 되어도 죽지 않고 ‘기절’ 상태에 빠졌다가 포켓몬 센터에서 회복을 위한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포켓몬의 묘비와 그들의 죽음에 얽힌 전설이 등장한다. 이 비디오 게임 속 ‘일관성’ 없는 죽음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게임을 하다 보면 들었을 법한 질문들을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책이다. 게임의 정의로부터 시작해 자유나 예술, 게임의 깊이, 가상 세계까지 게임이라는 장르를 파고든다. 대만의 젊은 철학자인 저자 스스로가 게임 마니아다. ‘게임은 현실이 아닌데 의미가 있어?’처럼 흔한 질문부터 ‘이 게임이 메타적이라고 하는데 메타가 뭐지?’ 같은 어려운 질문까지 다룬다. 포켓몬스터처럼 익숙한 게임부터 게임을 상당히 즐기는 유저라야 알 법한 작품까지 망라한다. 23개 질문을 5개의 ‘스테이지’로 살펴본다. 특히 윤리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스테이지5에서는 게임 내 폭력 묘사나 성적 대상화, 커뮤니티 내 성차별을 다룬다.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PC주의’에 대해 남성 중심이던 게이머가 여성·소수자로 다양해지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PC 탓하기’는 제대로 된 작품 감상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다. “우리와 다른 요구를 가진 게이머들이 존재한다는 걸 이해할 때 비로소 비디오 게임과 게임 커뮤니티도 행복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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