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스팀펑크란 무엇인가- 명세현(영산대학교 수소시스템공학과 교수)

knnews 2026. 5. 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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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Steampunk)는 사이버펑크(Cyberpunk)와 더불어 등장한 SF 장르로, 증기기관이 세상을 움직이던 18세기 산업혁명 시대를 바탕으로 한다. 사이버펑크가 컴퓨터와 네트워크,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를 그린다면, 스팀펑크는 “만약 전자기술 대신 증기기관 기술이 발전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스팀펑크 세계관에서는 내연기관이나 전기모터 대신 증기기관으로 움직인다. 증기기관차와 선박, 비행선, 황동 톱니바퀴와 기계식 자동장치들이 등장하며, 석탄 연기와 공장 굴뚝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산업혁명 시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스팀펑크 작품들은 대체로 어둡고 음울한 산업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처럼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표현되기도 한다. 거대한 기계문명과 아날로그 감성이 공존한다는 점이 스팀펑크만의 매력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질문이 있다. 우리는 과연 스팀펑크 시대를 벗어났을까? 많은 사람들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석탄의 시대를 지나 석유의 시대, 그리고 전기와 정보의 시대로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인공지능과 데이터 센터가 세상을 움직이는 지금은 더 이상 증기기관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발전소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날 인류의 전기를 만드는 핵심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물을 끓이는 것이다.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모두 연료에 의해 발생한 열로 물을 끓인다. 뜨거워진 물이 수증기가 되고, 그 수증기의 압력으로 터빈을 회전시키며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결국 현대 문명의 전기는 대부분 증기의 힘에서 나온다. 산업혁명 시대의 기관차가 증기의 힘으로 움직였듯, 오늘날의 데이터 센터와 인공지능 서버도 결국 어딘가에서 끓고 있는 물의 힘 위에 서 있다. 생각해 보면 인간 문명의 역사는 “무엇으로 물을 끓였는가”의 역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무를 태우던 시대에서 석탄의 시대로, 다시 석유와 천연가스의 시대로 넘어왔고, 이제는 원자력으로 물을 끓이는 시대에 도달했다.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가 전기 시대를 열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세계를 연결했으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문명 속에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문명의 중심에서는 여전히 거대한 터빈이 수증기의 힘으로 회전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스팀펑크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단지 황동 톱니바퀴 대신 반도체가, 증기기관차 대신 서버 랙과 데이터 센터가 들어섰을 뿐이다. 미래는 항상 새로운 모습일 듯싶지만, 여전히 그 뿌리에는 산업혁명 시대의 증기기관이 숨 쉬고 있다.

명세현(영산대학교 수소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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