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전화가 두려운 세대- 이상규(산청거창함양 본부장)

이상규 2026. 5. 2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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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에 낯선 번호나 직장 상사의 이름이 뜨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전 세대로 확산되는 느낌이다. ‘콜 포비아(전화공포증)’라는 신조어가 대변하듯 청춘들에게 전화 통화는 장벽이자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이들이 전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대화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전화는 실시간으로 생각을 주고받아야 하기에 말 실수를 줄일 기회가 없다. 상사나 나이 많은 어른과의 통화는 더 그렇다. 단어나 말투 하나에 신경을 쓰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해서 ‘눈치 있는’ 사람들은 전화를 거는 대신 카카오톡을 보낸다. 카톡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내 생각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리함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따른다.

글로 하는 대화는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미묘한 감정이나 목소리의 톤, 다정한 숨결을 담아내지 못한다. 편리하자고 선택한 텍스트가 도리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 오해를 해명하기 위해 또다시 감정을 낭비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이러한 현상은 청춘남녀의 연애에서도 나타난다. 설렘으로 가득 차야 할 고백과 대화마저도 화면 속 활자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연애는 달랐다. 그 시절 연애를 제대로 하려면 편지를 쓸 줄 알아야 했다. 글씨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좋은 시 문구를 외우고 인용하던 낭만이 있었다.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를 편리하게 연결해 주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그 어느 시대보다 힘들고 빈곤해졌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시대, 우리는 어쩌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문자라는 딱딱한 껍질 속에 가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람 간의 아름다운 소통을 기대한다. 소통의 기본은 역지사지다. 전화를 하든 문자를 하든 사람 간의 관계 반응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으므로.

이상규(산청거창함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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