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팀과의 홈경기 ‘섭섭했던’ 수원FC 위민
수원FC 위민, 北에 1-2 패 결승행 좌절
내고향팀 요청에 당초 숙소서도 쫓겨나
지소연 실축 환호도… “여러모로 속상”

“여러모로 속상하다….”
여자축구 WK리그 수원FC 위민의 수장 박길영 감독은 지난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마치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 이같이 말했다.
수원FC 위민은 이날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에 1-2로 역전패를 당하며 결승행이 좌절됐다. 패배는 물론, 홈 구장에서 치른 경기였음에도 홈 이점을 전혀 누릴 수 없었다는 점이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수원FC 위민은 상대팀이 북한 팀이라는 이유로 내고향에 뒷전으로 밀리며 손님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통일부와 200여 개의 남북협력단체는 3천여 명의 공동응원단을 꾸렸고, 통일부가 응원 단체들에게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3억원을 지급하기로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동응원단 구성 문제는 수원FC 구단은 물론 서포터스와도 합의되지 않았다.
실제로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W석을 꽉 채운 공동응원단은 내고향에 치우친 응원을 펼쳤다. 내고향 선수들이 찬스 상황을 만들 때마다 내고향 로고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축구 자존심을 건 클럽 대항전에서 홈팀 국민들이 상대팀을 응원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수원FC 위민이 1-2로 끌려가던 상황에 잡은 PK(페널티킥) 찬스에서 지소연이 실축하자 공동응원단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공동응원단은 자원봉사하는 마음으로 화합을 위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응원단 A씨는 “북한 선수들이 오랜만에 한국을 와서 좋은 경기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 승패는 갈리겠지만 누가 이겨도 좋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내린 비는 경기 내내 이어졌다. 이 때문인지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동응원단의 의미가 무색하게 응원단 절반 이상이 자리를 떠났다. 관중석 상당 부분이 텅 비면서 홈팀 수원FC 위민은 응원의 힘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수원FC 위민의 서러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초 묵으려던 숙소에서도 내고향으로 인해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AFC는 4강에서 맞붙는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을 수원 노보텔 앰배서더에 배정했고, 멜버른 시티와 도코 베르디를 이비스 수원 호텔에 배정했다. 각각 다른 호텔에 묵는 팀이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치르도록 계획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고향 측은 자신들이 쓰는 위층과 아래층을 모두 비울 것을 요구했고, 수원FC 위민은 이비스 수원 호텔로 옮겨야 했다. 도쿄 베르디가 자비로 성남 판교 근처 숙소로 이동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 수원FC 위민이다. 경기 중에 반대편 쪽에서 여러가지로 경기 내내 속상하기도 했고 마음이 좀 그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좋은 경기와 결과를 함께 보여주고 싶어 했는데 그러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수원FC 위민은 여자축구 사상 첫 AWCL 우승을 꿈꾸며 아시아 여자축구의 패권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간절히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역차별로 인한 상처만 남았다.
/이영선 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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