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으로 읽는 빛] 2-1. 점자 인프라 구축, 설치 넘어 유지·관리해야
전수조사 '관리형' -AI 등 '기술형'
평가단·모니터링 당사자 '참여형'
점자블록·음향신호 '설치형' 등 네 유형
원도심, 좁은 인도·낡은 보도 문제점
신도시, 공사로 끊긴 보행로 개선해야
섬, 디지털화·승선 환경 개선 다른 접근
부평구, 조례 기반 관리·이동 특구 제안
미추홀구, 훈맹정음 역사적 책임 초점
예산 규모는 2억~51억 후보별 편차


인천일보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공원을 걷고, 인천 전역 횡단보도 점자블록을 전수조사하며 이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짚어왔다. 점자는 설치돼 있었지만 길이 되지 못했고, 3년 전 지적된 문제 상당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행정의 문턱 앞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치권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는 6월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지역 11개 군수·구청장에 도전하는 25명 후보자에게 시각장애인의 보행권과 정보 접근권, 점자 인프라 관리 등을 묻는 6개 공통질문을 전달했다. 질문은 단순 공약 확인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 현실에 대한 이해와 예산, 성과 평가 방식까지 함께 물었다. 22명의 후보자가 답했고, 3명은 끝내 회신하지 않았다. 하나의 질문 앞에서도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 설치보다 '관리'…달라진 공약 언어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이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2026년, 인천지역 기초단체장 후보 답변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설치'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이다.
기존 장애인 정책이 점자블록과 음향신호기 등 시설을 설치·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 답변에서는 기존 시설 실태 파악과 DB 구축, 상시 점검, 신고체계 강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22명 후보 답변을 분석한 결과,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점자'가 71회, '점자블록'이 37회로 나타났다. 이후 '정비'가 22회, '전수조사'와 '민원'이 각각 15회, '관리'가 12회로 집계됐다. 시설 확충보다 현장의 불편을 먼저 개선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차도로 유도하거나 장애물 앞에서 끊기는 점자블록, 관리 미흡으로 마모된 사례 등을 지적했던 전수조사 결과와도 이어진다.
▶ 관련기사 : 인천일보 4월20일자 1·12·13면 '[점으로 읽는 빛] 1-2. 점자는 있지만, 길은 없었다'.
실제 공약 내용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이어졌다.
제물포구 후보는 점자블록 단절과 장애물, 디지털 정보 접근 문제를 언급하며 "시설은 존재하지만, 실제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적했다.
영종구 후보는 "설치 행정에서 관리 행정으로 전환"을 언급하며 점자 인프라 구축과 신고·보수·안내 통합 체계를 제안했다.
연수구 후보 역시 신규 설치보다 유지관리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답변에서는 무엇을 우선 과제로 봤는지도 드러났다. 크게 네 유형으로 나뉘었다. 전수조사와 상시 점검, 관리체계 개편을 강조한 '관리형', AI·QR·GPS 등 기술을 접목한 '기술형', 정책평가단과 현장 모니터링 등 당사자 참여를 강조한 '참여형', 점자블록 확대와 음향신호기 설치를 중심으로 설명한 '설치형'이다.
공통질문 앞에서도 후보들이 먼저 읽어낸 과제는 제각각이었다. 일부 후보는 시각장애인을 정책 지원 대상이 아니라 정책 설계와 평가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언급했다. 답변에는 정책평가단, 동행 점검단, 모니터링단 등 당사자 중심 구조를 강조하는 표현도 반복됐다. 행정 기준만으로는 실제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QR, GPS, NFC, 비콘 등 기술 관련 표현도 다수 등장했다. 답변에는 AI 기반 음성안내 시스템과 비콘 위치 안내 서비스, 스마트 정보접근 통합 구축 등의 제안도 담겼다. 시각장애인 정책이 시설 중심에서 정보 접근과 데이터 기반 체계로 확장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다만 기술 활용법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일부는 기술 도입 자체에 초점을 맞췄고, 일부는 DB 구축과 현장 점검 체계와 연계해 설명했다.

▲ 원도심·신도시·섬…지역이 바꾼 공약
지역별·후보자별로 우선한 과제도 달랐다. 원도심과 신도시, 도서 지역 등 출마지역 특성에 따라 공약의 우선순위도 조금씩 갈라졌다.
원도심 후보들은 좁은 인도와 경사, 노후 보도, 재개발 구간 문제를 주로 언급했다. 반면 신도시 후보들은 개발 공사로 끊기는 보행 환경과 긴 이동 동선, 환승 구조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새롭게 출범하는 영종구에서는 신·구도심 연결 구간 단절과 관리 공백, 환승 구간 음향안내 부족 등이 나왔다.
섬 지역인 옹진군에서는 동일한 지역을 놓고도 후보 간 접근법이 엇갈렸다. 장정민 후보는 GPS 보행 보조기기 보급과 선착장 NFC/QR 음성 태그 설치 등 디지털 기술로 섬 지역 특수성에 접근했지만, 문경복 후보는 연안여객터미널, 각 섬 바다역 여객선 승선장 중심의 시설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천 구·군 가운데 시각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부평구(2024년 기준 2531명) 내에서도 후보별 공약 방향은 선명한 차이를 보였다.
차준택 후보는 지난 2월 부평구의회가 제정한 '시각장애인 보도 점자블록 설치 및 관리 조례'를 기반으로 체계적 추진을 약속했다. 이단비 후보는 시각 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역세권-주거지를 잇는 '이동권 특화지구'를 제안했다.
한편 훈맹정음 창시자인 송암 박두성 선생 기념관과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이 위치한 미추홀구에서는 역사적 책임감을 공약에 녹였다.
김정식 후보는 "박두성 선생의 정신을 잇는 지역으로서 시각장애인 자립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으며, 이영훈 후보는 "송암점자도서관·시각장애인복지관과의 협력을 통한 관리 중심 행정"을 강조했다.
▲ 예산부터 평가까지…공약 구체성 차이
정책 실행을 위한 예산 계획과 평가 방식에서는 후보 간 온도차가 나타났다.
수십억 원의 구체적 예산과 평가 지표를 제시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은 후보도 있었다.
실태조사를 제안한 후보자 중 구체적인 예산을 함께 제시한 경우는 절반에 머물렀다.
22명 중 10명은 "기존 예산을 재분배하겠다" 또는 "추경을 통해 확보하겠다" 등의 답변에 그쳤다. 예산을 제시한 후보들 사이에서도 최대 51억 원대에서 2억 원대까지 규모 편차가 있었다.
공약의 밀도 역시 제각각이었다.
남동구 후보는 임기 내 주요 보행로 점자 연결률 90% 이상, 공공건물 점자 표기 오류율 0%를 달성하겠다고 명확한 수치 목표를 제시했다. 4468자의 가장 긴 답변을 낸 영종구 후보는 1차년도 예산 세부 내역을 내놨다. 반면 일부 후보는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나 예산 규모를 제시하지 않은 채 방향성 제시에 머문 사례도 있었다.

/곽안나·안지섭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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