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해도 061·062 일단 유지…지역번호 논의 장기화
사업자 피해 가능성도 제기
변경 결정권은 과기부 소관

오는 7월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앞두고 지역번호(061·062) 통합 문제가 사실상 장기 과제로 밀려날 전망이다.
20일 남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에도 두 지역의 지역번호는 장기간 현행대로 유지된다.
지역번호 통합은 번호 중복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사업자 피해 우려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모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논의가 한 차례 이뤄졌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양 시도는 당장 변경 여부를 결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향후 구체적인 논의 일정도 미정인 상태다.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번호 중복 문제가 있다.
광주(062)와 전남(061)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이면,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같은 국번을 써온 민간 사업자들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062-※※※-9000번은 광주 북구에 위치한 병원인 반면, 061-※※※-9000번은 전남 목포 소재의 자동차정비업체다.
업종도, 지역도 전혀 다르지만 지역번호 통합 시 한쪽은 번호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KT를 통한 유선전화 확인에서도 중복 국번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변경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전체 규모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단순 국번 충돌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사업체의 '2424(이사)', 퀵·콜택시 업계의'8282(빨리)', 고깃집 등의 '9292(구이)' 등 기억하기 쉬운 연상 번호를 활용해온 사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오랜 기간 해당 번호로 고객을 확보해온 사업자 입장에선 번호 변경 자체가 영업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과 손실에 대한 행·재정적 소요 추계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번호 중복에 따른 혼란과 행·재정적 비용을 줄이려면 현행 유지가 현실적이다. 반면 서울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02'를 쓰는 것처럼, 통합의 상징성과 하나된 지역으로서의 일체감을 살리려면 단일 번호 체계로의 전환도 배제할 수 없다.
현실과 상징 사이에서 시도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고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결정 권한 문제다. 지역번호 변경 결정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있다.
전국의 전화번호 체계를 과기부가 총괄하는 구조여서, 지역번호 통합을 원하더라도 과기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
광주시 관계자는 "건의는 할 수 있지만 결정은 과기부 소관"이라며 "당장 7월 1일 자로 바꾸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타 지역 사례를 보면 선택지는 열려 있다. 대구·군위군 통합의 경우 기존 지역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고, 일부 통합 지자체는 약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번호를 정리한 사례도 있다. 전남광주 역시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광주시 관계자는 "초대 통합특별시장께서 필요성을 느끼면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라고 했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