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용인됩니다"…청소년에 디지털 꿈 키워주는 애플 ADS
학년·시험 없이 사회 문제 해결하는 프로젝트 학습
개인 맥북이 제2의 두뇌…넘버스로 실시간 협업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내가 어떤 실패를 해도 상관없고, 진짜 사회에 던져지기 전에 마음껏 실패하고 나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거꾸로캠퍼스는 지난 2022년부터 ADS 인증을 유지해 오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혁신 교육 기관이다. 고등 학령기 청소년 70여 명이 재학 중인 이곳은 일반적인 학교와 달리 학년이나 시험, 성적표, 정답이 없는 구조로 운영된다. 주입식 강의 대신 학생들이 스스로 사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프로젝트 중심 학습(PBL)이 핵심이다.
이곳에 오기 전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며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선택했던 이 학생은 과거의 경험과 지금의 변화를 담담히 털어놨다. 그는 “과거에는 시험에서 하나만 틀려도 큰일이 날 것만 같았고, 학교에 처음 왔을 때도 선생님이 나를 부르면 ‘무엇을 잘못했지, 어떡하지’라며 늘 위축되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이곳을 다니다 보니 무언가 잘못하더라도 어떻게든 내가 수정을 하고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정서적 안정감과 성장 지표를 설명했다.
맥북과 ‘넘버스’ 하나로 통일된 교실, 학습 몰입도를 높이다
역량 중심 교육을 현장에서 실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기반은 철저한 디지털 전환이다. 거꾸로캠퍼스는 전체 학생의 95% 이상이 1대1로 맥북을 사용하는 환경을 구축했다. 학생들이 직접 개인 기기를 지참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컴퓨터를 ‘제2의 두뇌’이자 학습 기록의 축적 공간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학교 소유 기기를 대여했다가 졸업할 때 반납하면 학습의 연속성이 끊어지지만, 개인 기기를 활용하면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이 수행하던 프로젝트와 창작 활동을 중단 없이 이어갈 수 있다는 교육적 설계가 반영됐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번잡하게 배우는 대신, 학습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맥의 기본 프로그램인 ‘넘버스(Numbers)’ 하나로 모든 교과 수업과 융합 활동을 통합했다. 무한한 화이트보드 형태의 빈 공간에 표, 글, 사진은 물론 음성과 영상, 3D 오브젝트까지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협업하는 방식이다. 기기 간 화질 저하 없는 빠른 데이터 전송(AirDrop)과 클립보드 연동 등 생태계 특유의 연결성은 디지털 네이티브 학생들의 협업 효율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이를 바탕으로 1년 차 학생들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주제로 융합설계 사고를 기르고, 그 결과물을 이북(e-book) 형태로 직접 출판해 지역사회에 공유한다. 나아가 10주 단위의 실전 연구 과정인 ‘알파랩’을 통해 현업 마케팅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다양하다. 가정 내 상비약의 유통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직접 개발해 앱 마켓에 출시한 ‘필리오’ 팀이 대표적이다. 또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복지관과 협력, 인근 상점 20여 곳에 무료 경사로 설치를 이끌어낸 ‘무턱대고’ 팀의 경우 학생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지방선거 시즌 후보자들과 입법 논의를 이어갈 만큼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이외에도 예비창업패키지에 합격하거나 실제 보드게임 제작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는 청소년 창작자들이 기술을 발판 삼아 배출되고 있다.
공교육 사회과 교사로 10년간 재직하다 제도권 내부의 한계를 느끼고 대안 교육에 투신한 이정백 교장은 디지털과 AI 교육의 성공 열쇠가 철저히 ‘프로젝트 중심 학습’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정백 교장은 “강의식 수업이나 문제 풀이식 수업 환경에서는 AI가 학습을 방해하거나 인간을 대체하는 요인에 머무르지만, 실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안에서는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켜 주는 강력한 도구로 올바르게 인식된다”며 “AI가 나를 대체할 무언가가 아니라 나의 능력을 더 증폭시켜 줄 수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학생들이 스스로 이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혁신 네트워크 연결…미래 교육의 실증 플랫폼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와 공간 구성은 교육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국내외 공교육 관계자 및 전문 교육자 500여 명이 교실 혁신 사례를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참관했다. 인천시 교육청이 개교한 미래형 학교에 이러한 주제 융합 수업 모델과 프로젝트 과정이 그대로 컨설팅되어 이식되기도 했다.
ADS 프로그램은 이처럼 기기 자체의 보급률이나 할인 같은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지난 40여 년간 전 세계 교육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 활용 연구 성과와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전 세계 혁신 학교 및 전문 교육자들을 하나로 묶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실제로 작년에는 한국과 대만, 홍콩, 일본의 ADS 운영 학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우수 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 체계를 다지는 국제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기술이 교육의 기회의 문을 열고, 실제적인 학습 성과 향상과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현장 실증을 통해 명확히 입증해 나가는 흐름이다.
이정백 교장은 “애플의 ADS 인증은 단순히 좋은 기기를 많이 쓰거나 특정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지난 40년간 축적된 애플의 교육 연구 자산과 글로벌 혁신 학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학교와 교육자가 스스로 교육 과정을 변화시키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이 가장 큰 효용이자 가치”라고 밝혔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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