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사업 3대 키워드… ① 인적 네트워크 ② 현지 이해 ③ 장기 투자

정욱 기자(jung.wook@mk.co.kr),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이수민 기자(lee.sumin2@mk.co.kr) 2026. 5. 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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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지시장 진출 전략
생활가전 렌탈기업 카르파
현지 IT생태계와 협업 눈길
지속적 투자 시장 신뢰 얻어
법무법인 지평 베트남지부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
현지 맞춤형 건축 솔루션도
지난 20일 한·베트남 수교 34주년을 맞아 베트남 경제 수도 호찌민에서 열린 제34회 매경 글로벌포럼에서 현지 생활가전 유통업체 카르파의 윤휘 대표가 베트남 현지화 전략을 주제로 세션 발표를 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제34회 매경 글로벌포럼이 지난 20일 막을 내린 가운데 이번 포럼을 계기로 변화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 대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베트남 산업화 초기에 자리 잡았다면 최근에는 렌탈·법률·건설 등 한국형 서비스 산업을 앞세운 중견·중소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을 무기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단순 수출이나 한국식 사업 모델 이식이 아니라 현지 시장과 문화, 소비자 특성에 맞춘 사업 재설계가 핵심이다. 한국식 사업 모델을 안착시킨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디지털 전환까지 이뤄내며 경쟁력을 키운 사례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생활가전 렌탈 기업 카르파(Carpa)는 한국 렌탈 비즈니스 모델의 대표적인 현지화 성공 사례로 꼽힌다. 외국계 기업의 방문판매가 쉽지 않고 렌탈사업 인허가 장벽이 높았던 2010년 카르파는 코웨이 제품의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며 베트남 시장 문을 두드렸다. 이후 10년간 베트남 대형 유통망과 현장 판매채널 170여 곳을 확보했고, 베트남에만 제품 누적 9만대 수출과 필터·부품 130만개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카르파는 기존 성공 모델에 안주하지 않았다. 2020년 코웨이가 베트남에 직접 진출하자 독점 사업 구조를 내려놓고 '멀티브랜드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더해 카르파는 자체 생활가전 브랜드 '톡톡'과 함께 통합 사후관리 서비스인 '톡톡케어'도 출범시켰다. 윤휘 카르파 대표는 "향후 20년을 내다보고 브랜드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체 전자 제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베트남 고객들에게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사업 모델을 처음 도입한 것이다.

현지 정보기술(IT) 생태계와 협업도 눈길을 끈다. 카르파는 베트남 로컬 소프트웨어 기업과 함께 자체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개발했다. 영업 단계부터 최초 고객 접촉, 제품 설치, 애프터서비스(AS), 필터 교체, 서비스 이력, 사진 기록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베트남 국민 메신저 '잘로'를 연동해 예약·상담 시스템도 구축했다. 기존 한국식 사업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지 금융기관·로컬 IT 기업과 손잡고 사업 구조 자체를 디지털 기반으로 재설계한 셈이다.

법무법인 지평은 법률 서비스에 진출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다. 법무법인 지평은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해 하노이와 호찌민 두 거점을 중심으로 20년간 한국·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법률 자문을 수행해왔다.

15년째 베트남 현지에서 국내외 기업 법률 자문을 맡아온 유동호 법무법인 지평 베트남 사업부 대표변호사는 "베트남은 정책과 행정 방향성이 매우 빠르게 변하는 시장이라 법률뿐 아니라 현지 행정 관행, 지역별 실무 차이까지 이해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규제 이슈라도 어느 지역인지,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 담당 공무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유권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지 발주처 요구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해 존재감을 키운 사례도 있다. 베트남 호찌민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는 마천루 '랜드마크81'의 외관을 완성한 기업은 한국 알루코그룹 계열 현대알루미늄이다. 베트남 최대 부동산 기업인 빈그룹의 발주를 따낸 현대알루미늄은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화답했다. 초고층 건물 특성에 맞춰 공장에서 대형 외장 유닛을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유니타이즈드' 공법을 적용했다. 시공 품질을 높이면서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별취재팀=베트남 호찌민 정욱 산업부장(팀장) / 정승환 기자 / 이동인 기자 / 안병준 기자 / 이윤식 기자 / 이진한 기자 / 한재범 기자 / 이수민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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