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세의 요양원 탐방기] 1. 아이들과 어르신의 만남이 일상이 되는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 — 김영기 시설장 인터뷰
6층 브리지 통해 의료센터로 연결돼
요양시설서 개인 방문요양·간병까지 가능

풍선 하나가 만든 작은 기적
어느 평일 오전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 강당. 분홍색과 하늘색 풍선을 든 어린아이들이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들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한 아이가 풍선을 살짝 띄워 보내자 어르신은 손을 들어 다시 받아 올렸다. 손바닥과 풍선이 맞닿을 때마다 양쪽에서 환한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풍선 배드민턴'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은 삼성노블카운티 단지 안 삼성어린이집 아이들이 격주로 같은 단지 내 너싱홈을 찾아와 진행하는 세대교류 시간이다. 증손주뻘 되는 아이가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 어르신의 표정은 금세 달라진다. 무표정하던 분도 손을 들어 인사하고 누군가는 곁에 선 아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삼성노블카운티 단지의 인프라를 함께 누릴 수 있어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은 처음부터 별도의 요양시설로 설계됐다. 운영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요양시설을 새로 마련한 일부 실버타운과 달리 이곳은 출발 단계부터 노년의 변화에 따른 돌봄까지 함께 고려해 주거시설과 너싱홈을 하나의 단지 안에 담았다.
너싱홈 정원은 171명이다. 4인실 92명, 2인실 40명, 1인실 39명 규모로 구성돼 있다. 한두 해 전까지는 100% 만실에 대기자도 길었지만 최근 KB골든라이프케어와 신한라이프케어 등 금융권 프리미엄 요양시설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수요가 일부 분산됐다. 현재는 160여 명이 생활하고 있어 10여 명 안팎의 입소 여력이 있다. 다만 1인실은 여전히 만실이다.
입소자의 평균 연령은 86~87세며 여성 비율이 약 80%로 높다. 공동생활보다 독립된 공간에서 보다 편안하게 지내기를 원하는 어르신과 보호자가 늘면서 최근에는 1인실에 대한 선호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을 다른 프리미엄 요양시설과 구분 짓는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이용 비용 전액을 입소자가 부담하는 유료 노인의료복지시설이라는 점이다. 일반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의 지원을 받는 대신 서비스 제공 범위가 제도 안에서 정해진다. 반면 이곳은 보험급여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여서 입소자의 필요에 따라 개인 간병이나 방문요양 같은 추가 돌봄을 선택할 수 있다.
김 시설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는 장기요양보험 체계 안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입소하신 분이 개인 간병인을 따로 두실 수도 있고 외부 방문요양 서비스를 별도로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일반 요양원은 시설급여를 받는 동안 방문요양을 이중으로 받을 수 없지만 저희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생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입소자 약 160명 가운데 20~30명은 공동 케어에 더해 개인 방문요양보호사나 개인 간병인을 별도로 이용하고 있다. 7만 평 정원을 휠체어로 함께 산책하고, 외부 병원에 동행하고, 리빙플라자 안 식당까지 1대1로 다녀오는 일도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이런 추가 돌봄의 가치는 단지 손길이 한 번 더 닿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같은 요양보호사와 꾸준히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안정과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더 크다. 김 시설장도 그 의미를 이렇게 짚었다.
"하루 세 시간 정도를 같은 요양보호사와 꾸준히 보내면 어르신이 옛 추억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면서 부모와 자식 같은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단순한 신체 돌봄을 넘어 정서적 만족과 안정까지 함께 누리게 되지요."
이처럼 비용을 추가 부담해 개인 간병이나 방문요양을 별도로 선택할 수 있는 너싱홈은 국내에서도 매우 드물다.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 외에 수원 유당마을, 강남 더시그넘하우스, 분당 헤리티지너싱홈 정도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요양시설에서 의료 접근성은 어르신의 안전과 삶의 질을 좌우한다. 일반적으로 요양원에는 상주 의사가 없고 촉탁의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필요할 경우 외부 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중증 어르신에게 병원 이동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다.

너싱홈은 층별로 입소자의 상태를 나눠 케어한다. 2·3·5층은 상대적으로 경증 어르신, 6층은 중증 어르신, 7층은 치매 전담층이다. 중증 어르신을 6층에 모시는 것도 이 의료 동선 때문이다. 진료가 더 자주 필요한 분일수록 의료센터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생활하도록 한 것이다.
의료센터는 가정의학과, 피부과, 신경과, 내과, 재활의학과를 운영한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료한다. 요양시설 안에서 의료진이 상주해 직접 진료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각종 의료적 처치는 바로 인접한 의료센터와 연계해 이뤄진다. 한마디로 너싱홈이 같은 단지 안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바로 곁에 두고 있는 셈이다. 야간이나 주말 응급상황에는 119를 통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한다.
법정 기준의 4배 간호인력부터 다르다
너싱홈의 수준을 결국 결정하는 것은 시설보다 사람이다. 법정 기준상 요양원은 입소자 25명당 간호인력 1명을 두면 된다. 정원 171명이라면 7명이 최소 기준이다. 그러나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은 간호사 22명, 간호조무사 5명 등 총 27명의 간호인력을 두고 있다. 법정 기준의 약 4배 수준이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운영기준상 간호조무사도 법정 간호인력에 포함되지만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은 대부분을 정규 간호사로 구성했다. 특히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인력이 적지 않다. 그만큼 어르신의 식사량 저하나 통증 호소, 컨디션 변화처럼 평소와 다른 신호를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할 때 의료센터와 신속하게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하다.
요양보호사 배치도 법정 기준보다 촘촘하며 연령 구성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 중심이지만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요양보호사도 적지 않다. 돌봄 현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부 지역 요양원에서는 60~70대 요양보호사가 더 고령의 어르신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케어(老老car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현실과 비교하면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은 보다 안정적인 연령대의 돌봄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이 드러난다.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은 2001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최근 신축 요양시설에서 볼 수 있는, 간호 스테이션 한 곳에서 전체 공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우물 정(井)자' 구조와는 다르다. 대신 오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층별·구역별 유닛케어를 정교하게 발전시켜 왔다.
입소자의 건강 상태와 돌봄 필요도에 따라 층을 나누고 각 층 안에서도 구역별 전담 요양보호사팀이 같은 어르신을 꾸준히 맡는다. 이른바 '전담 요양보호사 제도'다.
김 시설장은 이 제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주 뵙는 어르신은 표정만 봐도 '오늘은 컨디션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돌보는 사람이 자주 바뀌면 그런 변화를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같은 요양보호사가 오래 곁을 지키면 식사량이 줄었는지 평소보다 말수가 적은지 움직임이 둔해졌는지와 같은 작은 변화도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친밀감을 넘어 어르신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돌봄의 기반이 된다. 보호자 역시 익숙한 담당자와 꾸준히 소통할 수 있어 매번 상황을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어르신과 직원, 가족 사이에 신뢰가 자연스럽게 쌓이는 이유다.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의 가장 특별한 장면은 매주 반복된다. 단지 안 삼성어린이집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리는 '도란도란 세대교류' 프로그램이다.
요양시설에서 어린이집 아이들과의 교류가 이뤄지는 경우는 있지만 이곳처럼 같은 단지 안에서 매주 꾸준히 이어지는 사례는 흔치 않다. 어르신에게 이 시간은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고 웃어주며 때로는 말을 건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다시 서게 하기 때문이다.

4월 활동 캘린더에는 격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도란도란 세대교류'가 빠짐없이 적혀 있다. 이 밖에도 뇌똑똑체조, 활력체조, 음악치료, 즐거운만남, 튼튼체조교실, 미술치료, 청춘이발소·청춘미용실, 남남요리교실, 종교활동, 봄소풍, 시니어 패션쇼 등 한 달 5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촘촘히 이어진다. 단순히 돌봄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 매일 무언가에 참여하고 누군가와 어울리는 일상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너싱홈 1층 로비에 들어서면 호텔처럼 단정한 라운지와 함께 한쪽 벽면을 채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매월 새로운 지역 작가가 작품을 선보이는 작은 갤러리다. 지역 작가에게는 전시 기회를 어르신과 가족에게는 예술적 자극을 제공하는 '월 1회 작가 초청 전시회'가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양시설의 로비가 단순한 통행 공간을 넘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작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 공간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너싱홈 1층에는 어르신의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을 함께 살피는 융합치료센터도 자리하고 있다.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인지·일상기능 지원을 아우르는 통합 치료공간이다. 전문 물리치료사 3명이 1대1 매뉴얼 치료를 제공하고, 작업치료사는 일상동작을 돕는 작업치료와 원예치료, 삼킴곤란이 있는 어르신을 위한 연하재활까지 맡는다.
김 시설장은 일반 장기요양시설과의 차이를 이렇게 짚었다.
"일반 장기요양시설은 제도권 안에서 정해진 서비스 외에 선택지를 넓히기 어렵지만 이곳은 어르신의 욕구와 상태에 맞춰 기능 유지와 회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불안을 신뢰로 바꾸는 투명한 소통
요양원 운영에서 보호자와의 신뢰만큼 중요하면서도 섬세한 영역은 드물다. 고령의 어르신은 피부가 약해 침대 난간이나 휠체어, 일상적인 이동 과정에서도 멍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작은 흔적 하나에도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혹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닐까", 때로는 "누군가 함부로 대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노블카운티 너싱홈은 이런 불안을 줄이기 위해 오랜 시간 소통의 원칙을 다듬어 왔다. 크고 작은 사고나 신체 변화가 생기면 즉시 주 보호자에게 알리고 필요한 경우 발생 경위와 조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 공용 공간은 물론 입주실에도 보호자 동의를 거쳐 CCTV를 설치해 두었으며 보호자가 요청하면 관련 영상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직원과 보호자가 CCTV를 함께 보며 당시 상황을 차분히 확인하면 많은 보호자가 사정을 정확히 이해한다. 오히려 "부모님을 세심하게 살펴줘서 고맙다"고 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심을 신뢰로 바꾸는 힘은 결국 투명한 설명과 숨기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돌봄의 마지막 한 조각, 가족 간 신뢰
하지만 현장에서 더 어려운 문제는 따로 있다. 한 어르신에게 여러 자녀가 있을 때 누구와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노블카운티는 입주 초기부터 가족과 협의해 '주 보호자'를 정하고 일상적인 안내부터 진료 동의, 응급상황 발생 시 판단이 필요한 사안까지 그 한 사람을 중심으로 소통한다. 대개는 평소 부모님을 가장 자주 찾아뵙고 건강 상태와 생활을 꾸준히 살펴온 자녀가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사고나 상태 변화가 생겼을 때다. 평소 돌봄의 과정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던 다른 가족이 뒤늦게 나타나 "왜 나는 듣지 못했느냐", "왜 내 동의를 구하지 않았느냐"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마음의 밑바닥에는 부모님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불안이 뒤섞여 있을 수 있다. 시설도, 주 보호자도 그 감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정의 창구가 흔들릴수록 돌봄의 방향도 흔들리고 그 불안정함은 결국 어르신에게 돌아간다.
부모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주 보호자의 판단을 존중하고 시설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까지 뒤늦게 떠넘기지 않는 태도는 가족이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성숙한 돌봄이다. 입소한 어르신의 존엄과 안정은 요양원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설과 보호자 그리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돌봄은 흔들리지 않는다. 어르신의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는 일은 어쩌면 그 신뢰를 함께 지켜내는 데서 시작된다.

부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자녀에게 찾아온다.
"돌봄이 필요해진 부모님을 어디로 모셔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많은 사람은 여전히 요양원을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곳'으로 떠올린다. 단정한 침대, 조용한 복도, 정해진 식사 시간. 부모님의 남은 시간이 그저 관리되는 시간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도 따른다.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은 그 질문에 조금 다른 답을 내놓는다. 식탁에는 정성 들여 준비한 음식이 오르고 격주 화요일이면 손주뻘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풍선 배드민턴을 하며 함께 웃는다. 의료센터는 브리지 하나 건너 같은 층에 있고 필요하다면 비용을 더 부담해 1대1 동행 돌봄도 선택할 수 있다.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도 어떻게 지내고 무엇을 더 누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요양원이 '마지막 견딤의 공간'일 필요는 없다. 익숙한 일상을 최대한 지키고 관계 속에서 웃고 필요한 순간에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며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곳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정성스러운 한 끼, 의료와 돌봄의 촘촘한 연결 속에서 어르신의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려는 곳. 삼성노블카운티 너싱홈이 보여준 풍경은 그래서 오래 마음에 남는다.
여성경제신문 이한세 객원기자·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초빙교수
justin.lee@spire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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