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의 새 어젠다, AI 투자의 ROI [삼일 이슈 프리즘]

마켓인사이트 2026. 5. 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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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삼일PwC AX노드
이 기사는 05월 20일 17: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3년간 모든 최고경영자(CEO)의 화두는 'AI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였다. 이제 질문은 한 단계 진화해 ‘AI에 투자한 만큼 돈을 벌고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그리고 이것은 자본 배분과 성과 측정의 최종 책임자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답해야 할 질문이 됐다.
PwC는 최근 25개 산업 1217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AI Performance Study」를 실시하고 AI를 통해 실제 재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AI 피트니스(AI Fitness) 지수를 개발했다.  눈여겨볼 점은 AI 피트니스 지수 상위 20% 기업이 그 외 기업 대비 AI 기반 재무 성과가 7.2배 높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AI 기반 재무 성과'는 단순한 회계상 이익이 아니라, AI 도입을 통해 발생한 매출 증대와 운영 효율화·비용 절감 효과를 함께 반영한 종합적 성과 지표다. 즉, 같은 'AI 투자'라는 이름표를 단 지출이 어떤 기업에서는 매출과 이익으로 환원되고, 어떤 기업에서는 비용 항목으로만 남는다는 뜻이다.


CFO 입장에서 보면 이 격차는 단순한 기술 도입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자본의 회수 구조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AI 투자가 단순한 정보기술(IT) 트렌드라기보다, 향후 5~10년의 기업 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자본 배분의 화두가 된 것이다.

 한국 기업의 AI 현주소: 출발은 좋다, 관건은 다음 단계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디쯤 서 있을까. 한국 기업의 AI 피트니스 지수는 10점 만점에 약 5.4점으로, 글로벌 선도기업(6.8점)과 기타 기업(5.2점) 사이에 위치한다. 글로벌 평균을 살짝 웃도는 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은 분명한 강점이다. 선도 기업과 한국 기업의 구조적 격차를 분석하고 이를 좁힌다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첫째, 쓰고는 있지만, 깊이 쓰지 못하는 ‘정교함의 격차’이다.
한국 기업의 AI 활용 정교함 점수는 2.6점으로, 선도기업(5.5점)과 가장 큰 격차를 보이는 영역이다. 자율 운영·자체 최적화 수준의 AI를 보유했다고 답한 한국 기업은 0%였다. 선도기업(15%)·기타기업(8%)도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사례가 전무한 것과 소수의 사례가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은 크다. 한국 기업의 73%는 여전히 AI를 '지원·요약·초안 작성' 수준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정교함을 한 단계만 끌어올려도 성과 개선의 여지가 가장 크게 열려 있는 영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둘째, AI가 특정 부서에 갇혀 있는 ‘확산의 격차‘이다.
재무·IT·인사 등 지원 서비스 영역에서 한국 기업의 AI 내재화율은 15%에 불과해, 선도기업(41%)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재무·IT·인사는 AI를 전사로 확산시키는 '기반 부서'인 만큼, CFO가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지표는 한계가 아니라, CFO가 가장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

셋째, 측정은 하지만 의사결정 책임은 모호한 ‘책임구조의 격차’이다.
한국 기업의 66%는 AI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든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측정 결과가 경영진 책임 구조와 충분히 연결되어 있는 비율은 41%에 그친다. 측정 데이터는 쌓이고 있지만, 그것이 C-레벨의 의사결정 권한 및 책임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책임 구조의 공백은 여러 핵심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 성과 측정 결과가 경영진 KPI와 연계되지 않으면, AI 투자 의사결정은 부서 단위의 산발적 시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의 매출 대비 AI 투자 비중이 3%(선도기업 5%)에 그치고, 사업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자원을 재배분할 수 있는 비율이 48%(그 외 기업 52%)에 불과한 것도 결국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다만 한 단계 더 발전시켜볼 여지는 있다. 측정 역량은 이미 갖춰져 있으니, 그 위에 책임 구조를 얹는다면 다음 단계로 진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선도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성장'을 겨냥한 AI

선도기업이 7.2배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들은 AI를 '비용 절감 도구'가 아니라 '성장 엔진'으로 사용한다. PwC 조사에 따르면 선도기업은 AI를 통해 신제품·신규 서비스 출시 속도(2.4배), 비즈니스 모델 전환(2.5배), 운영 모델 전환(2.4배), 고객 경험 개선(2.3배) 같은 성장 지표에서 두드러진 우위를 보였다. 효율화는 결과물 중 하나일 뿐, 출발점이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방법론 차원에서도 차이가 분명하다. 선도기업은 단순히 'AI 도구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한다(2.2배 격차). 또 검증된 AI 유스 케이스를 팀·지역·부서·제품 전반으로 복제·확산할 가능성이 타 기업의 약 2배에 이른다. 보험사가 재무 부서의 청구서 처리 시간을 단축한 AI 모델을 법무 부서의 계약 검토와 운영 부서의 보험금 청구 자동화에 그대로 재활용하는 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선도기업이라 해도 모든 영역에서 균질하게 AI를 활용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산업별로 AI 내재화의 강점 영역이 뚜렷하게 분화되어 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가치사슬 전반의 AI 내재화에서 가장 앞서 있어,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전략 기획부터 마케팅·영업, 생산·공급망에 이르기까지 AI를 확장 적용하고 있다. 헬스·바이오제약 산업과 자동차 산업은 R&D·전략 같은 방향 설정 영역에, 기술 서비스와 호스피탈리티·레저는 마케팅·영업 같은 수요 창출 영역에, 사모펀드는 재무·IT·HR 등 지원 서비스 영역에, 보험은 청구 처리·공급망 같은 수요 이행 영역에 AI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CFO가 읽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영역을 한꺼번에 잘하려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선도기업의 공통점은 자사 산업의 가치 동인(Value Driver)을 정확히 짚고, 그곳에 자본을 우선 배분한다는 점이다. 자사가 속한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R&D인지, 마케팅인지, 공급망인지, 지원 서비스의 효율성인지를 먼저 정의하고, AI 투자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을 그 영역에 의도적으로 기울이는 것 — 이것이 한정된 자본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한국 CFO를 위한 4가지 실행 인사이트

이상의 흐름을 토대로, 한국 기업 CFO가 함께 검토해볼 만한 네 가지 실행 과제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를 '비용 항목'이 아닌 '성장 포트폴리오'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매출 대비 3%인 한국 기업의 AI 투자가 곧바로 5%로 늘어날 필요는 없다. 다만 단순한 증액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화 과제와 매출·비즈니스 모델 혁신 과제 간의 균형이다. AI 예산을 IT 운영지출(OPEX)로만 분류하던 관성에서 한 걸음 벗어나, 일부를 '성장 자본(Growth Capital)'으로 재범주화하는 시도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둘째, '동적 자본 배분(Dynamic Capital Allocation)'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한 번 정해진 연간 예산을 고수하는 전통적 캐피털 거버넌스는 AI의 변화 속도에 적합하지 않다. AI 포트폴리오 리뷰를 월간 이상 주기로 실시한다고 답한 선도기업은 50%에 이르는 반면, 한국 기업은 27% 수준이다. 다행히 한국 기업은 파일럿 시작 후 가치 창출까지 평균 5.6개월로 3개 그룹 중 가장 빠르다. 이 강점을 살려, 검증된 파일럿에 자원을 빠르게 추가 배분하고 정체된 과제는 과감히 정리하는 분기·월간 단위 리뷰 체계를 갖춘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거버넌스를 '통제 메커니즘'이 아닌 '가속기'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보안(63%)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책임 있는 AI 프레임워크나 부서 간 거버넌스 위원회 운영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여지가 있다. 잘 설계된 거버넌스는 의외로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선도기업이 책임 있는 AI 프레임워크를 보유할 가능성이 1.7배 높다는 데이터는, 신뢰가 곧 확산 속도의 전제 조건임을 시사한다.

넷째, 재무 부서부터 'AI 내재화의 모범'을 보여주자. 지원 서비스 영역의 AI 내재화율 15%는, 뒤집어 보면 가장 큰 기회의 영역이다. 빈도가 높고 반복 가능하며 측정 가능한 재무 의사결정 — 청구서 처리, 결산, 자금 예측, 감사 대응, 비용 분류 — 에서부터 시작해, 그 성공 패턴을 다른 부서로 복제해가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재무 부서의 AI 내재화는 단순 효율화를 넘어,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재무·운영 데이터를 새로운 인사이트와 수익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7.2배 격차는 '벌어진 결과' 아닌 '만들어가는 과정'

AI 피트니스 지수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투자 수익의 열쇠는 효율화보다 성장에 있다." 한국 기업은 AI 도입의 좋은 출발점 위에 서 있고, 빠른 가치 창출 속도와 견고한 성과 추적 역량이라는 분명한 강점도 가지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활용의 정교함, 가치사슬 내재화, 자원 배분의 민첩성, 그리고 경영진의 책임 구조를 한 단계씩 보완해가는 일이다.
이 여정에서 가장 강력한 지렛대를 쥔 사람이 바로 CFO다. CFO가 AI를 단순 IT 비용이 아닌 장기 성장 자본으로 재인식하고, 측정·재배분·확산의 사이클을 재무 운영의 일부로 체화해 나갈 때, 그리고 자기 부서부터 AI 내재화의 모범을 보일 때, 우리 기업은 7.2배 격차를 만들어가는 쪽에 설 수 있을 것이다. AI는 이제 기술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 자본 배분의 문제이자, CFO가 함께 그려가야 할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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