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바꾸는 감사의 미래 [EY한영의 비욘드 뷰]

마켓인사이트 2026. 5. 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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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손동춘 EY한영 감사부문 AI 감사 리더(파트너)
이 기사는 05월 18일 06: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손동춘 EY한영 감사부문 AI 감사 리더(파트너)

회계·감사 환경은 지금 구조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다. 데이터는 폭증하고, 거래는 복잡해졌으며, 규제와 리스크는 다층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회계·감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선택적 도구가 아니라, 업무 수행의 전제가 되는 필수 기반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AI 에이전트(Agentic AI)가 있다.

생성형 AI(GenAI)가 문서 요약과 초안 작성, 검색·리서치 등 업무를 보조하는 영역에서 가치를 증명해왔다면, AI 에이전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목표를 이해하고 여러 단계를 스스로 계획해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답변하는 AI’에서 ‘일을 하는 AI’로의 이동이다.

이 변화는 감사에서도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멀티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감사 플랫폼에 내재화해 대규모 감사 수행 체계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예컨대 EY는 회계법인 중 최초로 지난 4월 AI 에이전트를 글로벌 감사 플랫폼에 통합해 전 세계 다수의 감사 업무에 적용했다. 이제 질문은 더 이상 AI를 도입할 것인지가 아니다. AI가 실제로 행동하는 감사 환경에서 감사의 신뢰를 어떻게 설계하고 유지할 것인지가 핵심이 되고 있다.

 업무 자동화에서 업무 수행으로

전통적인 AI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강점을 지녀왔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감사 업무를 개별 작업 단위가 아니라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수행하는 ‘디지털 감사 동료’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감사 데이터 분석을 통한 범위 설정부터 데이터 수집·분석, 이상 거래 탐지, 감사 결과 초안 생성에 이르기까지 업무가 연속적으로 수행된다.

이러한 흐름이 곧 완전한 자동 감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AI가 반복·수집·정리의 부담을 떠안는 동안, 감사인은 전문적 판단과 회의적 시각, 리스크 해석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앞으로 감사의 경쟁력은 인력 투입 규모가 아니라, 위험을 얼마나 빠르게 좁히고 핵심 이슈를 선제적으로 포착하며 판단의 근거를 투명하게 남길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표본 중심에서 전수 분석·상시 모니터링으로

감사기법의 오랜 제약은 시간과 비용이었다. 이로 인해 표본(sampling) 중심의 접근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AI 기반 분석은 대량 데이터의 전수 처리와 패턴 탐지에 강점이 있다. 특히 이상 거래 탐지나 위험 신호 식별에서 표본의 한계를 줄이는 방식으로 활용돼 왔다. 여기에 AI 에이전트가 더해지면서 감사는 연말에 몰아서 확인하는 점검 방식에서 벗어나, 평소에도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내부감사 영역에서는 지속적 모니터링과 증빙 수집, 리스크 평가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회계 이슈는 더 이상 연말에 발견되는 사건이 아니라 경영 과정 중에 조기 경보가 울리는 리스크로 인식된다. 내부통제 운영은 문서 중심에서 데이터와 로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재무보고 품질 역시 연말 일회성 점검이 아니라 연중 누적된 신뢰의 결과로 평가받게 된다.

 AI는 감사 도구이자 대상

AI 에이전트가 본격화할수록 감사의 검증 대상도 확대된다. 이제는 누가 무엇을 했는가를 넘어, 왜 그런 판단과 행동이 발생했는지가 중요해진다. AI가 의사결정에 개입하거나 자동 실행까지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그 과정의 추적 가능성과 설명 가능성이 곧 컴플라이언스와 책임 소재로 직결된다.

또한 AI 에이전트는 기업 보안과 권한 관리 체계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승인 구조는 비인간 행위자인 에이전트의 상시 실행을 전제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감사는 앞으로 권한 관리와 실행 로그, 모델 변경 이력, 데이터 흐름 등 AI 거버넌스 전반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감사 조직, 피라미드에서 하이브리드로 재편

감사 산업은 이미 인력과 비용 측면에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산업 구조를 바꾸는 변수다. 반복적 절차인 자료 요청과 정리, 대사, 형식적 문서화는 AI가 상당 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감사 조직은 저연차 인력의 반복 업무 비중은 줄어들고, 데이터·기술 중심 역량의 중요성은 커지며, 파트너와 시니어 인력의 고부가가치 판단과 자문 역할이 강화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이동할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인력 구조에서 기술과 전문가 중심의 네트워크형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AI 에이전트는 감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감사의 목적과 방식, 그리고 가치 제안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게 한다. 앞으로의 감사는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되며, 실시간성과 AI 협업을 전제로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신뢰다.

AI가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시대일수록 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기업과 이해관계자는 AI가 신뢰할 수 있는지, 그 의사결정은 설명 가능한지, AI 시스템은 제대로 통제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과 감사인은 몇 가지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AI 거버넌스를 내재화해야 한다. AI 활용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경영과 통제의 문제이므로, 데이터와 모델, 의사결정 로직 전반에 대한 명확한 통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둘째, 인간 중심의 감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AI가 업무 수행을 담당할수록, 인간은 회의적 사고와 윤리적 판단, 복합적 해석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셋째, 감사는 재무제표 검증을 넘어 AI와 감사의 융합 서비스로 확장될 준비가 필요하다. 감사는 더 이상 과거를 검증하는 기능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로 진화할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감사인을 대체하기보다, 감사인을 더 전략적인 존재로 재정의하게 한다. 지금은 기술 도입의 시기이자, 감사의 미래를 다시 정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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