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의료행위’ 판례 30년 만에 깨졌다…대법, “무면허 문신 시술, 의료법 위반 아니다”[세상&]
“통상적 문신 행위,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안 돼”
“문신은 일부 집단 전유물 아냐…자연스런 문화”
“의료인 아닌 사람 기본권 제한 범위 최소화해야”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미용 목적 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관련 기존 판례를 30여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오후 문신 시술자 A씨와 B씨 각각의 의료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두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각각의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원합의체는 이들 사건에 대해 “비의료인이 행하는 통상적인 문신 행위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문신 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두 사건의 핵심 쟁점은 문신 시술이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의료법은 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소재 미용실에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두피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A씨는 1·2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은 “두피 문신 시술은 바늘을 이용해 문신용 염료를 찍은 후 두피를 찔러 염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바, 이러한 두피 문신 시술 행위는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습을 수반하고 있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하지만 이날 전원합의체는 “미용 문신 시술을 받는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외모를 개선하거나 원래 생김새를 강조하는 등 미용효과를 얻기 위해 문신을 의뢰하고, 시술하는 사람 역시 미용적 측면에 중점을 둬 문신 행위를 할 뿐, 그 과정에서 질병의 예방·치료나 건강 증진을 위한 행위임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도 했다.
경기 성남에 있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인 서화(레터링)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B씨는 하급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은 B씨에 대해 “바늘이 달린 문신 기계에 잉크를 주입한 후 피부에 상처를 내고 잉크를 주입하여 피부에 스며들게 하는 방법으로 오른쪽 팔에 문신을 하고, 그 대가로 35만원을 교부받아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2심은 “이러한 시술 방식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은 피시술자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문신 시술을 이용한 반영구화장의 경우라고 하여 반드시 감소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규정은 의료행위를 의료인에게만 허용하고 일반인에게 이를 금지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함을 목표로 한다”며 “그러나 다른 한편, 이는 의료인 아닌 사람들의 의료행위, 또는 유사한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의료행위의 범위를 사회 통념에 비춰 반드시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행위로 한정해 의료인 아닌 사람들의 기본권 제한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두 사건에 대한 이날 선고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내려진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국회는 지난해 9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내년 10월 29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돼 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고 하더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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