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기후전환] 햇빛용돈 3800만 원...대전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우다영 기자 2026. 5. 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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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보호구역에 꽃 핀 미호동 '햇빛용돈'
"지역이 가진 문제를 탄소중립으로 풀어내야 좋은 사업"
기후위기와 지속가능한 전환, 지역소멸 위기를 둘러싼 뉴스가 쏟아진다.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목소리도 있고, 경제개발 논리를 내세우기 전에 환경과 생태 문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목소리가 피부에 와닿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추진되는 정책이 시민의 일상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직접적이고 분명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

<뉴스펭귄>은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녹색전환연구소>와 함께 전국 곳곳을 방문했다. 지역에서 추진한 기후 정책 중 주민들의 삶에 직접 뿌리 내리고 그들에게 경제적인 이익까지 안겨 준 정책을 골라 살펴봤다. 주민들이 실제 어떤 변화를 느꼈고 현장에서는 무슨 갈등과 고민이 있었는지 취재했다.

어떤 마을은 집집마다 태양광을 얹고, 또 어떤 지역은 버려진 공간을 쉼터로 되살렸다. 이런 실험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주민들 삶의 질을 직접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까? 이웃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두 번째는 재생에너지 수익을 주민 일자리와 돌봄 등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 대전광역시 대덕구 미호동 사례다. 이곳 주민들은 에너지자립과 채식 협력식당 운영 등을 통해 약 3800만 원 규모의 주민 수익을 올렸다. [편집자 주]

차 지나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바람 한 점 안 부는 4월, 오전 10시.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에 한 어르신이 인사하며 들어오자, 관계자가 "어제 주신 떡 너무 잘 먹었다"며 인사를 나눈다. 마을 한편 공터나 다름없던 이곳은 현재 주민들이 이유 없이 들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이다.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뉴스펭귄

대전 대덕구 미호동. 금강과 대청호 사이에 자리한 이 마을에는 현재 93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 약 210명 가운데 65세 이상 비율은 약 40%.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 규제가 겹친 마을에는 오랫동안 '소외'가 자연히 따라붙는 수식어였다. 강과 호수가 둘러싸고 있어 대전시의 외딴섬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미호동 공판장은 고립된 시골 마을 풍경을 대표했다. 주민들이 어렵게 마련한 공간이었지만, 상품 수급과 판매, 운영 인력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때 대청파출소였던 건물은 오랜 시간 방치됐고, 이후 주민 사랑방 형태의 '정다운마을쉼터'로 바뀌었지만 활기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이전 모습.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뉴스펭귄
지금 이곳은 '제로웨이스트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이라는 간판이 크게 중심에 서 있다. 1층에는 지역 농산물과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판매하는 공판장, 2층에는 주민 교육과 회의가 열리는 넷제로 도서관이 들어섰다.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올라가 있고, 태양열 온수 시스템도 설비돼 있다. 전력과 온수는 태양광으로 생산한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공판장 뒤편에는 꿀벌을 위한 식당(텃밭)이 조성돼 있고, 마당에서는 주민 장터와 외부 견학 프로그램이 열린다. 도서관은 "머리", 공판장은 "손과 발"이다.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마을 문제를 탄소중립으로 풀어내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이 가진 문제를 탄소중립으로 풀어내는 사업입니다"
양흥모 이사장.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미호동이 활기를 되찾은 건 오래되지 않았다. 2020년 대덕구와 대전충남녹색연합, 재생에너지 설비 기업 ㈜신성이앤에스, 미호동복지위원회,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은 '미호동넷제로공판장' 추진 협약을 체결했고, 2021년 5월 공판장을 정식 개관했다.

지역과 기업이 서로 손을 잡았지만, 핵심은 실제로 실천하고 활용하는 주민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주민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낯선 외지인인 '해유'에 "갑자기 넷제로가 뭐냐", "라면과 막걸리는 안 파느냐"는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양흥모 이사장은 "주민들이 기존 공판장처럼 생필품을 파는 공간을 원했고, 처음에는 넷제로라는 감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관계를 만드는 게 먼저였다. 2020년 조사원으로 선정된 주민 9명이 39명을 인터뷰하는 '마을 자원조사'를 시작했고, '해유'는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주민학교를 열었다. 장을 잘 담그고, 그림을 잘 그리고, 농기계를 잘 다루는 등 저마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원이 달랐다.

주민디자인학교, 넷제로장터 학교, 에너지마을학교, 꿀벌식당 학교 등 이름은 달랐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뜻을 모았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 방식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다.

주민학교와 교육프로그램은 6년째 이어지고 있고, 2024년에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기후에너지위원회를 만들어 학교 일정과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 교육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식당에서 수업을 열기도 하고, 일정 과정을 이수하면 수학여행도 갈 수 있다. 어르신들의 자발적인 참여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양 이사장은 "수학여행 가려고 열심히 오신다"며 웃었다.
지난해 주민들이 수학여행을 다녀온 모습.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뉴스펭귄

교육을 받은 주민들에게 다음 숙제는 '경제적 전환'이었다. 양 이사장은 "기후위기나 탄소중립을 머리로만 설명하면 한계가 있다"며 "주민들에게 실제 수익과 변화가 생기는 경험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5만 8천 원에 완판된 콩...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공판장에서 처음 판매한 콩은 3일 만에 완판됐다. 판매금은 5만 8000원. 규모는 작을 수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확실한 경험이었다. 눈앞에 현금이 오가자 금세 입소문이 났고, 주민들은 "얼마에 팔 수 있냐"며 직접 농사지은 물건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양 이사장은 "마을 소농민들은 집에서 먹기엔 많고, 시장에 내다 팔 만큼은 안 되는 애매한 생산 구조에 놓여 있다"며 "특히 고령 소농들은 기존 농업정책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 공판장에서는 RE100들기름, 천연수세미, 소프넛(무환자나무 열매껍질 천연세제), RE100우리술 등이 판매된다. 수세미는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수세미를 크기별로 분류하고, 개수에 따라 정산한다. 양 이사장은 "1~2개 사용하고 나머지는 썩혀버리던 수세미를 이젠 손주들처럼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키운 수세미.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RE100 술.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소프넛. 천연세제다. 열매가 물에 닿으면 거품이 나면서 별도 첨가물 없이 그대로 세제가 된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꿀벌 먹이 고민하다 탄생한 'RE100 들기름'

'해유'에 따르면 RE100들기름(이하 들기름)은 미호동 대표 RE100 생산품이자, 국내 최초 '민간 자가소비형 재생에너지인증서(REC) 거래' 사례다. 일반적으로 REC 거래는 대규모 사업용 태양광발전소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미호동에서는 주민 가정집 태양광에서 남는 전력을 별도로 인증해서 지역 기업과 연결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RE100 들기름.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2025년 기준 주민 REC 거래 규모는 6만2526kWh. 거래된 REC는 총 62개이며, 주민 수익은 총 99만2000원 규모다. 주민별 수익은 약 1만6000원에서 최대 9만6000원 수준이다. 주민 가정집 태양광에서 남는 전력을 모아 RE100 상품 생산 기업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RE100 제품 생산 실적을 확보하고, 주민들은 추가 수익을 얻는다.

현재 주민 약 20명이 참여 중이며, 주민들이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은 충남의 들기름 제조업체인 농업회사법인내포㈜ 공장에 공급된다. 내포㈜는 이를 활용해 들기름을 생산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주민들이 생산한 재생에너지와 주민 농산물이 연결되면서 지역 안에서 순환경제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들기름의 첫 시작은 들기름이 아니었다. '윙윙꿀벌식당(이하 꿀벌식당)'을 만들다 보니 꿀벌 먹이에서 들깨가 남아 탄생했다. 꿀벌식당은 꿀벌 개체 수 보호를 위해 먹이를 공급하는, 말 그대로 식당이다.

'해유'와 주민들은 꿀벌 먹이 부족 문제를 고민하다 들깨에 주목했다. 들깨는 정부가 지정한 대표적인 밀원식물 가운데 하나다. 특히 봄과 여름뿐 아니라 가을에도 꽃을 피운다는 점이 중요했다. 꿀벌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가을철 먹이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꿀벌이 들깨꽃을 먹으면 들깨가 남는데, 이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로 지금의 들기름이 탄생했다.

들깨는 이곳 어르신들이 많이 재배하던 작물이었다. '해유'는 새로운 작물을 들이기보다 기존 농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만 꿀벌을 위해 '무농약 재배'를 해야 하는데, 농민 입장에서 '무농약'은 노동 부담도 커지고, 생육에도 어려움이 생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 역시 경제적 전환이 필요했다. 무농약 들깨는 일반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해유'가 수매하고 있다. 특히 고령 주민들이 소규모로 재배한 들깨를 우선 매입했다.
꿀벌식당을 주민들이 가꾸는 모습.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뉴스펭귄

꿀벌식당은 주민들의 일자리도 만들어줬다. 2025년 기준 대청호 꿀벌식당 사업은 대전 대덕구 상수원보호구역 미호동, 삼정동, 이현동 등 6개 마을에서 진행했고, 올해는 충북 옥천군 대청호 수변지역으로 확대해 주민 일자리가 12명으로 늘었고, 들깨 수매도 더 확대할 예정이다.

일자리는 매니저로 채용된 주민들이 꿀벌식당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주 10시간 근무에 각 지역 반장은 월 100만 원, 매니저는 월 50만 원의 수익을 얻는다.

꿀벌식당 반장 오인세 씨(70대)는 꿀벌에 관심이 없었다가 이제는 전문가가 됐다. 기자가 방문한 4월, 오 씨는 꿀벌들을 더 배부르게 해줘야 한다며 길가에 유채꽃을 심었고, 기자에게 '농약 재배가 꿀벌들에게 치명적인 이유'를 연신 설명했다.
오 씨가 심은 유채꽃.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전기 만들고, 아끼고...주민들의 '햇빛용돈'

미호동 에너지전환은 주민들의 집 안팎에 녹아있다. 주민들은 REC 거래로 이른바 '햇빛용돈' 혜택을 보고 있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솔라시스터즈' 활동가 송정희 씨(70대, 미호동 24통장)는 연탄부터 기름보일러, 심야전기까지 차례로 써왔고 지금은 태양광을 쓰고 있다. 송 씨는 "한여름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도 전력기금이나 부가세 정도만 나온다"고 말했다.

송 씨 집에는 3kW 규모 태양광이 설치돼 있다. 일반적으로 3kW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한 달 약 300kWh 정도 전력을 생산한다. 송 씨의 3월 전기요금은 6820원이다.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민도 전기요금 절감을 체감하고 있었다. 심이순 씨(70대)는 김치냉장고 두 대,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에 더불어 농업용 창고를 쓰는데 "예전에는 10만 원 가까이 나왔던 전기요금이 태양광 설치 이후 절반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5kW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주민 가운데는 전기요금이 5000~6000원 수준으로 나온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앱 '위너지' 화면.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주민들은 스마트폰 앱 '위너지'를 통해 각 가정 태양광 발전량과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계획한다. 절전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가 지급되고 실제 통장으로 입금돼서다. 송 씨는 "이제는 전기를 생산해서도 돈을 벌고, 절약해도 돈을 번다"고 말했다. 2026년 4월 기준 송 씨의 보유포인트는 8000p, 누적포인트는 3만5000p으로 하루 최대 2000p를 적립하고 있다. 현금으로 쓸 수 있다.

마을이 키운 일자리, '솔라시스터즈'

그런데 고령층이 다수인 이 마을에 스마트폰 앱은 어떻게 쉽게 쓰일 수 있었을까. 젊은 사람도 어려워하는 '에너지' 얘기를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학습했을까. 현재 이 교육은 주민 활동가 '솔라시스터즈'가 맡고 있다. 이들은 마을투어와 재생에너지 견학 안내, 태양광 유지관리 역할도 함께 한다. 마을 내 학교 프로그램을 정식 이수하고, 별도 면접을 거쳐 선정된 활동가들이다.
솔라시스터즈. 왼쪽부터 서염숙(68세), 송정희(70세), 양옥희(69세), 조영아 씨(73세).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뉴스펭귄

솔라시스터즈 덕분에 주민들은 앱 사용에 익숙하다. 태양광 전력 조절 장치(인버터)에 이상이 생겨도 즉시 대처한다. 송 씨는 "인버터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주민들이 서로 연락해서 업체에 바로 전달한다"며 "외부 업체에만 맡기는 것보다 관리가 더 빠르다"고 말했다.

또 솔라시스터즈는 이 마을이 키운 새 일자리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 R&D 예산으로 시작한 솔라시스터즈는 현재 급여를 받지 않고 투어와 강의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40분에 약 10만 원 가량 받는다. 송 씨는 "일주일 동안 밭농사보다 많이 번다"며 "2022년에 은퇴했는데 이제는 집에만 있지 않아 활기가 더 생겨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솔라시스터즈가 안내한 방문객만 50~60팀이다.

먹거리까지 챙기는 탄소중립

미호동의 자원 활용은 지역 식당까지 허투루 보지 않는다. 탄소중립은 먹거리에도 있다. 이곳에 새로운 채식 식당을 만들기는 현실적인 부담이 있고, '해유'는 원래 있던 식당과 협력하는 방법을 택했다. 양 이사장은 "작은 농촌 마을에서 채식 전문 식당을 새로 운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지역 식당들이 채식 메뉴를 개발하면, 견학 프로그램이나 단체 방문객들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아 해당 식당으로 연결한다. 현재 협력 식당은 3곳이다.

조건도 있다. 이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절반 이상 사용해야 한다. 양 이사장은 "지역 농산물 소비와 채식 문화를 함께 연결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 안내된 호반 레스토랑 채식 메뉴.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뉴스펭귄
협력식당 중 한 곳인 '호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재광 씨.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협력식당 중 한 곳인 '호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재광 씨(미호동 25통장)는 "처음에는 채식 메뉴라고 해서 막막했는데 단체 방문객 대상으로 해 손님도 많아진 걸 체감한다"며 "결국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또한 태양열 재생에너지 혜택을 보고 있다. '호반 레스토랑' 건물 옥상에는 9kW 규모 태양광이 설치돼 있다. 김 씨는 "여름철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면 전기요금이 한 달에 110만 원까지 나왔는데, 태양광 설치 이후 50~60만 원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돌봄, 복지와 함께 가는 에너지전환
넷제로 공판장 앞 장터 현장.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뉴스펭귄

미호동 주민들은 태양광뿐 아니라 태양열 온수와 히트펌프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특히 마을회관에는 약 10년 전부터 히트펌프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데, 주민들은 태양광과 히트펌프 설치 이후 "마을에서 제일 시원하고 따뜻한 곳"이라고 말한다. 히트펌프가 24시간 안정적으로 돌아가면서 계절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텔레비전으로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주민들은 "마을 최고령자인 104세 어르신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데, 퇴원하면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을회관을 뽑았다"고 말했다.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지 않은 주민들도 있다. 미호동은 이들도 재생에너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VNM(Virtual Net Metering·가상상계서비스) 기반 사업도 함께 운영한다. 다른 장소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ICT 기반으로 연결해 전기요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LH 매입임대주택 옥상에 설치된 공유 햇빛발전소.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뉴스펭귄

현재 미호동은 LH 매입임대주택 옥상에 설치된 공유 햇빛발전소와 연결돼 있다. 신탄진 일대 LH 매입임대주택 10개 동 옥상에는 약 150kW 규모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됐고, 이 전력을 VNM 방식으로 미호동과 연계하고 있다.

현재 미호동에서는 54가구가 RE50+ 마이크로그리드 체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실증 결과 RE75 수준까지 달성했다. 태양광은 66가구에 총 329kW 규모로 설치돼 있고, 태양열 온수는 23곳, 히트펌프는 14곳에서 운영 중이다.

VNM 참여 주민들은 스마트폰 앱 '위너지'를 통해 각 가정의 발전량과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일정 수준 이상 절전에 성공하면 포인트나 지원금 형태 보상도 지급된다. VNM 방식으로 100kWh를 절감하면 약 1만5000원, 200kWh 절감 시 약 4만 원 수준 전기요금 혜택이 발생한다.

최근 '해유'는 공기업과 연계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LH와 함께 공유 햇빛발전소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금융취약계층 100가구와 LH 매입임대주택 주민 11가구에 월 7000원~1만 원 수준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큰 금액은 아니지만 주민들에게는 정서적인 안정감과 공동체 효과도 크다"며 "재생에너지 사업이 단순 전력 생산이 아니라 지역 돌봄과 연결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는 지역 농산물 순환 구조로도 이어진다. LH 매입임대주택 옥상 햇빛발전소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미호동이 공급받는 대신 미호동 농산물을 제공하는 이른바 '탄소중립 품앗이'다.

양 이사장은 "충남은 에너지자립률이 200% 수준인데 대전은 5%도 되지 않는다"며 "대전은 결국 충남과 에너지 연계 및 협력이 필요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 사이 관계와 연대, 협력"이라고 덧붙였다.

미호동의 전략은 전기요금 절감 수준을 넘어, 재생에너지 수익이 다시 지역 안에서 순환해야 한다는 취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마을 햇빛발전소를 설치해서 주민들이 나눠 쓰기만 하는 건 낮은 단계라고 본다"며 "수익금이 다시 지역경제와 주민 성장에 투자돼야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 정책은 재생에너지 수익을 복지사업이나 단순 소비 수준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경제를 키우는 방향까지 연결하는 데는 아직 소극적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 본격 확대되는 햇빛소득마을...괜찮을까?
미호동 전경. (사진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뉴스펭귄

최근 정부가 전국 확대를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 정책에 대한 걱정도 남는다. 정부는 올해 햇빛소득마을 700곳 이상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햇빛발전소를 크게 짓는 게 목표가 되면 안 된다. 주민들이 에너지를 이해하고 직접 참여하면서 효능감을 느끼고, 경제적 기회와 공동체 회복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녹색전환연구소는 <주민의 삶을 바꾼 49가지 기후정책> 백서에서 "앞으로 지역 에너지전환은 단순 태양광 보급을 넘어 주민 참여형 협동조합과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복지 체계를 함께 결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분산형 에너지전환'이다.

특히 미호동 같은 사례에서 주민학교와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모델은 중간지원조직 없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협동조합 지원과 REC 수익 환원, 주민 참여형 에너지위원회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태양광 발전 설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ESS와 마이크로그리드를 함께 구축해 지역 단위 전력 안정성과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며 "발전 수익 역시 전력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복지와 지역기금, 주민 돌봄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미호동 주민들이 에너지 자립으로 일궈낸 수익은 총 주민 수익 규모 약 3800만 원 규모다 

▲넷제로공판장 임대료 수익 600만 원 ▲솔라시스터즈 활동 수익 370만 원 ▲윙윙꿀벌식당 주민매니저 활동비 1200만 원 ▲채식 협력식당 운영 603만1000원 ▲주민 농산물 매입 511만5560원 ▲주민 REC 판매 99만2000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