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비 넘겼지만…삼성 평택캠퍼스엔 곳곳이 ‘상흔’
상인·협력업체는 안도…주주 반발·노조 갈등은 여전
“사업장까지 멈출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행이죠.” 파업 위기를 넘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카페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는 21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전 찾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는 총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안도감과 함께 최근까지 이어졌던 노사 갈등의 흔적이 동시에 남아 있었다.
전날 밤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캠퍼스는 평소 출근 풍경을 되찾았지만, 비에 젖은 총파업 현수막과 노조를 비판하는 천막 농성은 격렬했던 충돌의 여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노조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고비도 남아 있는 만큼 현장 분위기는 완전한 봉합보다는 ‘일단 충돌은 피했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이날 오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평택 고덕동 1742 일대에는 검은 우산을 든 삼성전자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평소처럼 사업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캠퍼스 앞 도로는 출근 차량들로 붐볐지만, 지난 4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궐기대회 당시 수만명이 몰려 구호와 확성기 소리가 뒤덮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이날 현장에서는 빗소리와 차량 이동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출근 중이던 직원들의 표정도 이전보다 한층 밝아 보였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일단 최악의 충돌 국면은 피했다는 인식이 퍼진 모습이었다.
삼성 평택캠퍼스 곳곳에는 파업 위기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평택캠퍼스 정문 앞 도로에는 지난 4월 궐기대회 당시 내걸렸던 전삼노 현수막들이 아직 철거되지 않은 채 걸려 있었다.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총파업으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자’, ‘참을 만큼 참았다. 무능 경영 심판하고 생존권 사수하자’, ‘매년 위기일 땐 경영진 성과급, 슈퍼사이클 땐 직원들 갈라치기 장난하나’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은 최근까지 이어졌던 노사 대립의 긴장감을 그대로 보여줬다. 비를 맞은 채 도로 위로 길게 늘어선 현수막들은 마치 격렬했던 갈등의 상흔처럼 보이기도 했다.


캠퍼스 인근에서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한미자유의물결’의 천막 농성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삼성은 국민이 주인이다’, ‘피 빨아먹는 노조 해체’, ‘삼성 노조는 자식들의 미래를 망치는 집단’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노조를 비판했다.
자신을 삼성전자 주주라고 소개한 한 관계자는 “총파업 사태 자체를 막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노조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기업 경영 성과는 결국 주주 가치와 연결되는 만큼 주주들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평택캠퍼스 인근 상권에서는 안도감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캠퍼스 앞에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40대 점주는 “사업장까지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다 보니 걱정이 컸다”며 “노사가 협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포 점주 역시 “주변 상권 점주들도 총파업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평택캠퍼스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는 30대 노동자는 “총파업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협력업체들도 일감이 줄어들까 걱정이 많았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협력업체 처우와 현장 분위기도 함께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잠정 합의안은 재적 조합원 과반 참여와 과반 찬성을 얻어야 최종 확정된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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