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흔들리는 ‘보수 심장’ 대구…“민주당 뽑아야 바뀐다” vs “암만 그래도 우리는 보수”

대구=김수정 기자 2026. 5. 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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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추경호 오차범위 내 접전 이어가
공소취소 논란 속 침체된 경제 해법도 관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대구는 민주화 이후 단 한 차례도 진보 계열 정당에 시장 자리를 내준 적 없는 대표적인 보수 텃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의 아성을 무너뜨리고자 당내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적 인물인 김부겸 후보를 공천했다. 국무총리 출신인 김 후보는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이력도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3선 국회의원에 원내대표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후보를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가 21일 대구 범어네거리와 반월당사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구시장 민심은 그야말로 ‘안갯속’이었다. 채널A가 지난 17~19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42.2%, 추 후보가 37.7%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4.4%p) 내 접전이었다. 이 조사는 대구지역 유권자 80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 12.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대구가 1%라도 바뀌려면 민주당 뽑아야”

지난 19일 대구 최대 번화가인 서문시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며 김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10년 이상 약초 가게를 운영한 김모(63)씨는 “나를 포함해 주변 상인들은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그러다 보니 민주당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지금은 이재명 정부가 정권을 잡는 만큼, 지역 경제 지원 측면에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49)씨는 “이번에 대구가 1%라도 바뀌려면 한 번쯤은 김 후보를 도전해볼 만하다”며 “지금까지 대구시장은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모두 보수 계열이었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었고 경제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이제는 경종을 울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동성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윤모씨(38)는 “민주당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는 지금의 국민의힘보다는 나아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계엄 이후 여전히 방향을 잃은 것 같다. 이번 경선 과정만 봐도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경쟁보다는 내부 인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가 결정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여당 독주 막아야… 대구라도 국민의힘”

노년층을 중심으로는 여전히 보수세가 건재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일 못 하는 국민의힘이 밉다”면서도 “암만 그래도 대구는 보수”라고 밝혔다.

서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강모씨(68)는 “대구마저 민주당에 내주면 여당의 독주가 더 심해질 거다. 그런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민주당이 그동안 대구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게 무엇인가”라며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철새처럼 움직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13일 앞둔 21일 오후 대구시 중구의 한 초등학교 펜스에 후보자들의 선거 벽보가 설치돼있다./연합뉴스

서문시장에 장을 보러온 남구 시민 A(75)씨는 “대구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지금 정부여당이 공소취소를 통해 대통령 죄를 없애려 한다는데 그건 정말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다. 또다른 시민 역시 “국민의힘이 일을 못 해 밉다”면서도 “그렇지만 대구라도 국민의힘을 뽑아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33년째 GRDP 최하위 대구…흔들리는 ‘보수 텃밭’ 공식

이날 만난 대구시민들은 지지 후보가 누구이든 간에 ‘대구=보수’ 공식이 약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정치적 진영보다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침체한 지역 경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3년째 전국 최하위이고, 지난 10년간 13만명의 청년이 고향을 떠났다.

동성로에서 휴대폰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이제 대구는 보수, 전라도는 진보 같은 구도는 벗어나야 한다”며 “특정 정당을 한쪽 지역이 당연하다는 듯 계속 밀어주는 구조가 굳어지면 정치인들도 긴장하지 않게 된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4)씨는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대구는 일자리가 없어 선배들 대부분이 서울에 간다”며 “두 후보 모두 일자리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라고 무조건 보수를 지지하는 건 나이 많은 사람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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