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들어간 ‘스마트 도시’, 주요 사업 절반 가까이 서비스 중단

정부가 2019년부터 1조원 이상 투입한 ‘스마트 도시 조성·확산 사업’에서 1000억원 넘는 예산 낭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 도시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탄소 중립 도시’를 만들겠다며 ‘그린 뉴딜’ 정책의 하나로 시작한 사업으로, 이후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투입된 예산만 797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사업 성과가 저조하고 관리·운영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돼 왔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국토교통부는 관련 사업을 수행한 지방정부 가운데 13곳의 121개 사업을 집중 점검한 결과, 309건의 위법·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추진단에 따르면, 121개 사업 가운데 1046억원이 들어간 52개(43.0%) 사업은 사업이 완료되지 못했거나, 준비 부족, 운영·관리 부실로 예산이 낭비됐다. 한 지방정부는 111억원을 들여 ‘수요 응답형 버스’ ‘지능형 합승 택시’ 등 10개 사업을 벌였으나, 이용 실적이 저조하고 운영비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2년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다른 지방정부는 110억원을 들여 ‘실시간 교통 정보 수집 인프라 구축’ ‘AI(인공지능) 기반 교통 신호 체계 구현’ 등 5개 사업을 했으나, 교통 신호 체계를 담당하는 경찰청과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실제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지방정부는 200억원을 들여 ‘수요 응답형 버스’ ‘초소형 전기차’ ‘공유 모빌리티’ 등 11개 사업을 벌였는데, 지역 운수업체들이 수익성 저하를 우려해 반발하자 1년 7개월 만에 사업을 중단해 버렸다. 한 지방정부는 102억원을 투입해 목적지 주변의 주차장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과 주차 공유 플랫폼을 만들고 2023년 1월 운영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마켓에서 앱이 검색되지 않는 등 사용 불가 상태인데도 관리 없이 방치되고 있다.
지방정부와 민간 사업자 간 계약 과정에서 법규를 어긴 경우도 229건 적발됐다. 관련 사업들에 들어간 예산은 총 339억원이었다. 한 민간 사업자는 지방정부들과 ‘배리어프리 내비게이션 구축 사업’을 하면서 관련 부품 구매액을 2000만원 이하로 쪼개, 28개의 서로 다른 사업인 것처럼 계약했다. 경쟁 입찰을 피하고 수의 계약을 해 사업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 한 지방정부는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용역을 민간에 맡기면서, 용역 지침에 따라 산정한 사업 기간을 120일에서 70일로 임의 축소하고, 산정서를 첨부하지 않은 채 입찰 공고를 내는 등 관련 지침을 어겼다.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비를 부정하게 타내거나, 지방정부가 사업비를 엉뚱한 곳에 쓴 사례도 13건, 11억2478만원어치 적발됐다. 한 민간 사업자는 한 건의 연구·개발을 놓고 스마트 도시 사업 연구·개발 과제와 다른 정부 부처의 연구·개발 과제를 동시에 받아 양쪽에서 사업비를 타냈다. 한 지방정부는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전동 오토바이 배터리 충전에 쓰겠다며 5억원짜리 사업을 해놓고, 여기서 나온 전기를 산하 목재협동조합의 운영에 썼다가 적발됐다.
추진단과 국토부는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시장 분석 및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사업 선정 평가를 강화하고, 민간 사업자가 사업과 관련해 적절한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지방정부가 민간 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반드시 국토부가 지정한 별도 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 계획서를 검증하기로 했다.
또 지방정부의 계약 담당자 한 사람이 임의로 민간 사업자와 계약하지 못하도록, 계약 요청 업무와 계약 승인 업무를 서로 다른 공무원이 수행하도록 하고, 민간 사업자가 실적 보고서, 정산 보고서 등을 제때 제출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기로 했다. 한편 사업비를 부당하게 전용한 것으로 드러난 지방정부 공무원 2명을 문책하고, 사업비를 부적정하게 쓴 민간 사업자들로부터는 사업비 15억6454만원을 환수하기로 했다.
추진단은 “이번 점검 결과에 따른 환수와 문책 요구 등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조금 편성·집행 등 제도를 더욱 투명하고 엄격하게 운영하고, 스마트 도시 사업이 실제 도시 문제를 해결하며 시민 편의를 증진하는 내실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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