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도가니탕·육개장…지역 농가 살린 효자 상품 됐다
한우 사골로 고부가가치 창출
급식·온라인…판매 경로 다각화

한우 사골로 만든 곰탕 하나가 지역 농가를 살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경기 안성 고삼농협이 식품 가공과 브랜드, 유통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13년 만에 매출을 90배 키우며 지역 농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윤홍선 고삼농협 조합장(사진)은 21일 안성 고삼농협 안성마춤푸드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농협도 이제는 단순 판매 조직이 아니라 식품 산업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역 농협이 단순한 농산물 판매 창구를 넘어 식품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말이다.
고삼농협이 만든 ‘착한들’ 곰탕과 도가니탕, 육개장 등 국탕류 제품은 최근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2년 2억원대이던 안성마춤푸드센터 매출은 지난해 205억8500만원까지 늘어 12년 만에 약 86배 증가했다. 농축산물 매입량도 같은 기간 30t에서 1010t으로 약 34배 증가했다. 지역 농산물 소비가 늘고 농가 소득도 함께 오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사업의 출발점은 지역 농가의 어려움이었다. 윤 조합장은 “고삼지역 축산농가들이 사골 소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지역 농산물로 농가 소득을 올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곰탕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값싸게 취급받던 한우 사골이 제대로 된 원료와 공정을 만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안성마춤푸드센터 생산라인은 일반 농협 가공공장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공장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대표 제품인 곰탕은 한 번에 1t이 넘는 뼈를 11시간 이상 끓인 뒤 고압균질기로 지방을 미세하게 분해해 육수와 섞는 유화 공정을 거친다. 오랜 시간과 정교한 공정이 뒷받침돼야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윤 조합장은 “설비와 위생 수준이 맛의 기본”이라며 “좋은 원료를 쓰고 정직하게 제조한다는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품질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은 물론 국제식품안전 인증 FSSC22000까지 획득했으며, 최근 출시한 삼계탕도 항생제를 쓰지 않은 냉장 닭을 사용했다. 현재 생산 품목은 곰탕·도가니탕·육개장·장터국밥·냉면육수·동치미·피클 등 30여 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경기미 솥밥을 활용한 간편식을 새로 개발하며 지역 농산물을 다양한 형태의 가공식품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판매 경로 다양화도 성장의 핵심 비결이다. 농축협계통 판매는 물론 누리망과 대형 유통점, 단체급식, 친환경 매장 등 여러 경로로 판매하고 있으며, 일본·대만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윤 조합장은 “한 곳 유통망에만 의존하면 위험이 커진다”며 “판매 경로를 다양하게 한 것이 안정적인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공과 수출까지 연결해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 지역 농협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성=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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