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00mm 물폭탄에도 ‘강남역 홍수’ 없게”...세계최초 도시홍수 예측 실험장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5. 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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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연구원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 가보니]
강남 6차선 도로 완벽하게 재현
초당 0.3톤 채우자 1분만에 잠겨
기후부, 서울 강남 등 6개 區에
올여름 도시홍수 알림 서비스
경북 안동에 설치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에서 도로가 물에 잠기는 실험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 6차선 도로를 그대로 재현한 시설로, 이렇게 실제 실험장을 만든 것은 세계최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 강남의 6차선 도로를 똑같이 만든 경북 안동의 한 세트장. 연구자가 펌프를 틀자 도로 옆 수로에서 물이 흘러넘쳤다. 펌프가 초당 0.3톤의 물을 쏟아내자 불과 수십초 만에 도로가 잠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사를 따라 맨홀로 흘렀지만, 배수 용량을 넘어서면자 도로 가장자리부터 빠르게 물이 차올랐다.

권영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실험 결과 유량이 4배로 증가하면 도로는 6배 빨리 잠기는 것을 확인했다. 이론적으로는 예측할 수 없었던 문제인데, 원인이 무엇인 지는 추후 연구에서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도시홍수는 복잡한 인프라 구조 때문에 이론만 가지고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도시홍수 실험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홍수 연구와 예보는 하천과 인근 중심이었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반포천 홍수경보 발령’이라는 문자가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2022년 서울 강남역 침수,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침수 등 하천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도 침수 사고가 잇따랐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한호우가 잦아지면서 도시에서도 홍수로 인한 사망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건설연은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을 구축하고, 21일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왕복 6차선 규모의 도로 20m 구간을 모의로 만들었고, 지하 배수터널과 우수저류시설 등 실제 도시와 동일한 배수 시설까지 갖췄다. 이런 실험장을 구축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최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올해 여름부터 서울시 강남구 등 6개 구를 대상으로 도시홍수 예보 대국민 알림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하 공간이 복잡하고 침수 이력이 많은 곳들을 중심으로 향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알림 서비스의 기반 기술 역시 건설연이 직접 개발하고 현재 표준을 만드는 중이다. 구 단위로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방식인데, 구체적인 포맷은 기후부와 상의중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실험장에 물을 채우면서 도시홍수의 전 과정을 분석할 예정이다. 최대 1.6m 높이의 도로 침수 상황을 재현할 수 있고, 다양한 압력 센서와 레이더로 물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실험에서 성인 남성 허벅지 높이인 70㎝까지 물이 차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7분에 불과했다.

인공지능 도입해 예보 더 정교하게
경북 안동에 설치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 극한 폭우를 가정해 유속을 조절하면서 도시홍수의 다양한 변수들을 계산하고 원인을 분석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시는 우수관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물이 어디서 흘러 들어오는지를 몰라 훨씬 위험하다. 도시 전역에 깔려있는 우·배수관은 평소에는 편리한 인프라이지만, 홍수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사람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한다. 오래된 배수관, 물이 스며들지 않는 아스팔트 포장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도 많아 지금까지 도시홍수는 예측의 사각지대였다.

건설연은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도시홍수 예·경보 시스템을 개발했다. 도시의 각종 정보를 입력해 강우 상태에 따라 어느 지역이 위험한지를 미리 예측하는 방식이다. 김형준 건설연 연구위원은 “우수관 망, 지표면 토양 특성, 토지 이용 현황, 고도 등 도심의 각종 데이터를 시뮬레이션에 입력했고, 침수 위험을 구 단위로 예측해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구축한 실험장은 도시홍수 예측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된다. 김종민 건설연 전임연구원은 “배수 형태에 따라 도심 홍수 수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빗물받이나 맨홀 뚜껑 같은 구조물의 모양에 따라 배수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데이터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정일문 건설연 수자원하천연구본부장은 “도시홍수는 기존의 하천 홍수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돼 인명 피해 위험이 더 높다”며 “나중에는 인공지능(AI)을 도시홍수 모델에 도입해 정교한 예보를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AI 홍수예보의 효용은 이미 하천 홍수 예보에서 입증된 바 있다. 건설연은 2024년 세계 최초로 AI 하천 홍수예보 기술을 개발했고, 현재 기후부의 홍수예보 시스템에 활용되고 있다. 김형준 연구위원은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AI 예보가 도입된 후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가 약 89% 감소했다”며 “AI는 기존 모델보다 30분 이상 예측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박선규 원장은 “10년 이상 도시홍수 연구를 해왔고 건설연의 기여가 입증되고 있다”며 “도시홍수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경북 안동에 설치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이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된 시설은 세계최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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