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 문신 시술, 무면허 의료행위 아냐”…34년 만 판례 변경

최경진 2026. 5. 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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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의학적 지식·경험 꼭 필요치 않아”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1992년 확립한 ‘문신은 의료행위’라는 기존 판례를 34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문신 행위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며 “통상적인 서화문신(레터링 문신)과 미용문신은 대부분 질병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 없이 시행돼 왔다”고 밝혔다.

이어 “문신 시술은 미적 지식과 기능, 경험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반드시 의료인 수준의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시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했고,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형사처벌 대상이 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판례는 34년 만에 변경됐다.

대법원은 또 “1992년 당시와 비교해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며 “문신 시술을 원하는 사람들은 보건위생상 위험 등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신체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행복을 추구할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접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용실을 운영하던 박씨는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두피 문신 시술을 했고,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서화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1·2심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지난해 9월 국회에서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통과됐으며, 해당 법은 내년 10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문신 시술 대부분이 의료 목적보다 심미적 목적에 가깝고, 실제 시술자 상당수가 비의료인이라는 점에서 법과 현실 사이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대법원은 이날 “문신사법 시행 이전이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문신 시술자의 업무상 과실로 상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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