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선거공약 ‘데이터센터 유치’…미국선 ‘전기 먹는 하마’ 기피시설
과도한 물·에너지 사용, 전기요금 상승 위협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에이아이(AI) 산업과 관련한 공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에이아이 산업에 필수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공약도 그중 하나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이 활발해, 데이터센터가 일자리 창출 등을 가져올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요소처럼 부각되는 모양새다. 데이터센터의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이번 달 국회에서 통과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이런 흐름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에이아이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선 지역 주민들로부터 데이터센터가 ‘기피 시설’로 취급받고 있어, 우리나라의 ‘유치 붐’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3월 실시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 10명 가운데 7명(71%)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하게 반대’ 46%, ‘어느 정도 반대’ 24%다. 이는 원전에 대한 반대율(53%)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역대 갤럽 조사에서 가장 높았던 원전 반대율(63%)보다도 높다. 반대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절반(50%)이 물·에너지의 과도한 사용,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꼽았다. 인구·교통량 증가 등 지역 생활환경 악화, 공공요금이나 생활비의 상승 등도 이유로 꼽혔다. 반면 데이터센터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일자리 증가, 세수 증가, 주택·인프라 개발 등 경제적 이점을 주된 찬성 이유로 꼽았다.
미국은 곳곳서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

문제는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매우 거세, 주 정부 차원에서 ‘건립 유예’ 등의 규제까지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메인주의 사례다. 메인주에는 그간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없었는데, 신규 건립 이야기가 나오자 주민들의 요구로 주의회가 ‘데이터센터 유예’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7년 말까지 20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필요로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승인을 중단하고, 대신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비용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는 내용이다. 메인주의 법안은 비록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로 효력을 내지 못했으나, 비슷한 내용의 규제 시도가 미국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주정부 차원의 일률적인 유치나 규제를 넘어, 주민투표 등을 적극 활용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사우스다코타주는 최근 데이터센터 건립 유예를 결정할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6번째로 많은 주인 오하이오주(200여개, 1위인 버지니아주는 550여개)에선, 유권자들에게 최소 25㎿ 전력을 필요로하는 데이터센터의 건설을 금지할 것인지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제안이 발의됐다. 위스콘신주 포트워싱턴에서는 최근 데이터센터에 세금을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면 유권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주의 제인스빌은 4억5천만달러 이상의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에 유권자 승인을 요구하는 조처를 검토 중이다.
‘첨단산업’ 데이터센터가 ‘기피 시설’된 이유는?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전기 요금 상승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전체 전력 수요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1.5% 수준이었지만 2030년 그 두 배로 늘어날 거라 내다본다. 미국처럼 데이터센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는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전체 전력의 12%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자연스레 ‘전기 요금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뒤따른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피제이엠(PJM)을 감시하는 단체인 ‘모니터링 애널리틱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피제이엠의 도매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이는 데이터센터 때문”이라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동안, 치솟은 전기 요금은 전력망 내 시민들이 함께 부담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데이터센터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설비들을 식히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물도 갖다 써야 한다. 최근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조지아주 페이예트빌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도했다. 이곳 주민들이 수압이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을 잇달아 겪어 조사를 벌여보니, 인근 데이터센터에서 수개월간 2900만갤런의 물을 사용하고도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것이 적발된 것이다. 2900만갤런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44개에 해당하는 양으로, “개발사인 퀄리티 테크놀로지 서비스(QTS)가 계획 과정에서 합의한 최대 사용량을 훨씬 초과한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또 주 전체의 심각한 가뭄으로 주민들에게 ‘물 절약’ 권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조지아주는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데이터센터가 많은 주(200여개)로, 이곳 물 부족 문제는 정치적 쟁점으로도 비화하고 있다.
“전기요금 안 올린다” 서약에도 주민들 “규제”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의 자발적 서약은 별로 큰 신뢰를 얻지 못했으며, 되레 주정부 차원의 규제 입법 등의 시도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됐다. 기후 전문 매체인 그리스트는 이 서약에 대해 “이론적으론 미국인들이 데이터센터 확장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백악관은 이를 실제로 이행토록 할 감독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다. 소비자·환경단체들은 이 서약이 무의미하고 강제력이 없으며 궁극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데이터센터가 많이 들어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민 반발이 점차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 금천구에서 데이터센터 신규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동의 없이 지어선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서, 시공사와 법적인 갈등으로까지 번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 서울, 경기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주민 반발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녹색전환연구소·참여연대·환경정의는 6·3지방선거 출마 후보자와 정당들에 제안하는 “에이아이 데이터센터 지방선거 공약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들은 에이아이 산업 관련 공약들이 “대체로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유치, 적극 투자를 강조하는 반면, 꼭 필요한 전력망과 수자원 확보 방안, 재생에너지 공급 계획,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주민참여 방안 등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8대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원전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는 대규모 에이아이 데이터센터의 전력망과 수자원 확보 계획이 있는지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 아래 지자체의 탄소중립 목표를 지킬 수 있는지 △공급 가능한 재생에너지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 방안은 무엇인지 △데이터센터 유치로 일자리는 얼마나 생기고 △지역 산업과 연계된 생태계 조성 계획은 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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