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밤낮없이 일했다"…삼성전자 6억 성과급에 '부글부글'

이미나 2026. 5. 21. 15:3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삼성전자 노사가 사업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보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이 역대급 보상을 확보하게 된 가운데, 그늘에 가려진 부품·장비 등 하청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깊은 한숨과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천문학적인 성과급 잔치가 결국 협력사들을 쥐어짠 단가 인하의 결과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밤 사업성과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지급률 상한을 폐지하는 보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인 300조원을 기준으로 할 때 DS 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 재원만 약 3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봉 1억원 기준 임직원은 올해 최대 6억원 안팎(세전)의 성과급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올해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임직원 역시 최소 1억6000만원의 성과급을 보장받는다.

이 같은 대기업의 '억대 성과급 잔치' 소식이 전해지자 후방 생태계를 떠받치는 협력사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날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협력업체 관계자의 호소글이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을 삼성반도체 하청기업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삼성 반도체 정직원들만 일을 잘해서 이익이 난 것이냐"며 "우리 하청 직원들도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성과주의를 두고 "우리가 일을 안 했냐고 하면 '돈 받았잖아'라고 치부하겠지만,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한 하청 직원들도 모두가 같이 땀 흘려 이뤄낸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핵심 인력은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 핵심 개발자들만 성과급을 가져가라"며 "같이 일하다 보면 '정말 어떻게 회사에 들어왔지' 싶을 정도로 일머리 없는 대기업 직원도 한둘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특히 하청업체들을 가장 절망하게 하는 것은 사측의 이중적인 태도와 끊임없는 단가 압박이다. A씨는 "노조의 파업 압박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쥐어주겠다고 합의하면서, 정작 협력사들에게는 매년 피 말리는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산입에 거미줄은 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는 실정인데 단가나 깎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사진=뉴스1

그는 이익 분배의 형평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은 혼자 커진 것이 아니다. 국가적 배려, 주주들의 투자, 하청기업의 노력이 일심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월 300만~400만원을 받으며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느라 바쁜 협력사 직원들 입장에서 대기업의 보상 논쟁은 극심한 위화감을 준다. 회사 울타리 밖이 얼마나 추운지 모른 채 잘 벌 때 적당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A씨는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다면 하청업체 단가나 조금 올려줘서 우리 직원들에게도 성과급을 쥐여주며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유통 및 IT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의 고질적인 '임금 이중구조'와 '성과 독식'이 국내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황에 따른 초과 이익과 과도한 보상 요구의 청구서가 결국 하청업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철진 경제평론가는 YTN뉴스에서 "SK하이닉스 10%에 이어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마저 영업이익의 12%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면서, 대기업 노사 협상의 눈높이'가 유례없이 높아졌다"면서 "실제로 카카오 노조는 파업을 결의하며 영업이익의 15%를, 현대차·기아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등 연쇄적인 보상 도미노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평론가는 "네이버, 카카오처럼 주가 흐름은 부진해도 견고한 이익을 내는 기업의 노조가 '삼성전자 가이드라인'을 명분 삼아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영업이익의 12~15%'라는 보상 관례가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하며 연쇄 파업과 갈등의 구도를 만들어낼 텐데, 이 거대한 딜레마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노사 문화의 핵심 숙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