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위증 혐의’로 1심 실형…‘정치인 체포조 미보고’는 무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사항을 국회에 즉시 알리지 않는 등 다른 핵심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계엄 문건 안 받았다’ 위증 등 혐의만 유죄…법원 “국민 신뢰 훼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는 21일 조 전 원장의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등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내란 특검팀이 조 전 원장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6개 혐의 중 2개만 유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관련 문건을 받은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 계엄 이후 꾸려진 국회 내란국조특위에도 비슷한 취지로 허위 서면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계엄 당일) 대통령실 CC(폐쇄회로)TV 등을 보면, 관련 문건을 수령한 사실이 없다는 피고인의 답변은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불과 2달여 만에 그 기억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국가정보원장으로서 국회의 질의에 최대한 성실히 사실대로 답변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잘못이 있었다면 비판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였어야 하는데도 자신의 책임을 축소·은폐했다”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장원 ‘이재명 잡으러 다닌다’ 보고했지만…법원 “윤석열 지시인지 몰랐을 것”
재판부는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모두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3일 밤 11시50분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독대 보고’와 관련한 혐의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2024년 12월3일 밤 10시53분쯤 윤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방첩사를 지원해줘라”,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라는 말을 들었고, 약 1시간 뒤에 조 전 원장에게도 이를 보고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3월 조 전 원장의 재판에서도 ‘방첩사에서 이재명·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다고 합니다’라고 보고했지만, 조 전 원장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의 보고를 받고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분명하게 인지했는지, 나아가 이를 실제 상황이라고 인식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은 체포 주체를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고 이런 사실을 접한 계기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이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것을 대통령의 지시로 인식하고, 나아가 정치인 체포와 관련한 지시로 인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비상계엄 과정에서 발생한 풍문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따라서 국정원법상 (국회에 대한)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원장이 체포조 관련 내용을 국회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 혐의, 홍 전 차장의 독대 내용과 관련해 국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 ‘홍장원에게 체포조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해명이 담긴 서한문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발송한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의 증언을 거짓말로 만들려는 목적으로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의 국정원 내 행적이 담긴 CCTV 영상을 국민의힘에게만 제공해 정치 중립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어떤 의원과 어떤 통화를 했는지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정치 관여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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