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사채까지 겨눈 정부…이재명표 ‘약탈금융’ 근절 속도
카페 폐쇄·운영자 수사 확대…피해자는 원스톱 구제
李 “고리대는 망국 징조”…금융 공공성 압박 연장선

정부가 상품권 예약판매를 가장한 변종 불법사금융까지 대부업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강력 대응에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불법 사금융과 약탈적 추심을 잇달아 비판하며 금융의 공적 책임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정부가 신종 사채 수법까지 정조준한 것인데, 범정부 차원의 단속과 구제 체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이재명 정부 세 번째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범정부 TF'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금융감독원, 법률구조공단,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최근 인터넷 카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품권 사채'였다. 급전이 필요한 피해자가 불법 사채업자에게 상품권을 파는 것처럼 계약을 맺으면, 업자는 먼저 돈을 지급한 뒤 이후 고리의 이자를 붙여 상품권으로 상환을 요구하는 방식인데, 겉으론 상품권 예약판매나 매매계약 형식을 나타내고 있으나, 실질은 돈을 빌려주고 고율의 대가를 받는 대부거래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특히 피해자가 상품권을 갚지 못하면 업자가 오히려 "상품권 거래 사기"라며 협박하거나 경찰에 고소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상품권 사채를 이용한 뒤 불법 추심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외형상 상품권 매매를 가장하더라도 거래 실질을 기준으로 대부업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부업 등록 없이 반복적으로 이 같은 거래를 한 경우 불법사금융업자로 보고 수사와 제재를 강화한다는 것.
피해자 구제 역시 일반 불법사금융 피해자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마련한 원스톱 종합·전담지원체계를 통해 상품권 예약판매 피해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전담자가 배정, 금융감독원은 연 60% 초과 이자율 대부계약에 대한 무효확인서를 발급한다. 또 정부 개입 사실을 불법사금융업자에게 경고해 추가 추심을 차단한다.
불법사금융업자가 피해자를 사기 피의자로 고소했거나 이미 사기죄 확정판결이 난 경우에도 법률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청구 이의의 소' 등 민사소송을 지원해, 업자가 확보한 판결문이나 지급명령의 집행력을 다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온라인 유통망도 단속 대상에 올렸다. 인터넷 카페 등이 사실상 상품권 사채를 중개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인데, 카페 폐쇄와 유사 카페 개설 금지, 카페 운영자 수사 확대 등 조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이 대통령이 최근 이어온 '약탈금융' 비판의 연장선으로, 이 대통령은 앞서 불법사금융 특별단속 결과를 공유하며 "고리대, 도박은 망국 징조"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금융은 민간 영업 형태이지만 국가 발권력과 독과점적 인허가에 기반한 준공공사업이니,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 대부계약에 대해서도 "법정이자 초과대출은 무효, 이자율 60% 이상이면 원금도 무효"라며 "갚을 필요 없고 그렇게 빌려준 업자는 형사처벌된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20년 넘은 장기연체 채권을 추심하는 일부 금융권 행태에 대해선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지적하며 관계 당국의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지난 2월 발표한 불법사금융 근절 방안의 후속조치도 점검했다. 유관기관 합동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범죄이익 국가몰수, 실소유주와 자금원천이 불분명한 계좌 차단, 온라인 플랫폼 불법정보 자율 운영정책 마련 의무화 등 20개 과제 대부분은 법령 개정과 시행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대부업 광고 때 발신자 표시 제한을 의무화하는 방안과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은 추가 보완하기로 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피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면 채권자가 직접 추심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다. 현재 불법사금융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률구조공단이 무료 선임을 지원하고 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앞으로도 변칙적인 신종 불법사금융 행태들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형식보다 실질에 주목하여 철저히 범죄를 단속하고 피해자가 구제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은 관계부처·유관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협업해야만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근절 TF를 중심으로 원팀으로 지속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