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미술관이 던지는 질문 ‘청소년은 기계일까’
스마트폰·알고리즘·AI와 함께 자란 세대
기술이 민감하게 통과하는 ‘경계적 신체’

전시실이 댄스 스튜디오로 탈바꿈했다. 미래의 무대를 떠올리게 하는, 은빛 반사막과 구조물 사이에 퍼포머가 멈춰 있다. 땡땡이 무늬가 반짝이는 핫핑크 치마, 형광 연두색과 분홍색 짝짝이 스타킹 차림의 퍼포머가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 골반을 느슨하게 흔들며 공간을 가로지르다가 바닥에 털썩 앉고, 다시 일어나 몸짓을 이어갔다. 멀찍이 머뭇거리는 관람객에게 눈빛으로 말을 걸고, 함께 동작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 안은미의 설치·퍼포먼스 작업 ‘핑크박스’는 그가 2012년 청소년들과 함께한 ‘사심 없는 땐스’를 확장한 것이다. 홀로그램처럼 빛나는 구조물 속 화면에 소환되는 학생들은 당시 유행하던 춤과 저마다의 몸짓을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10여년 전 움직임은 오늘의 퍼포머와 연결되고, 관람자 또한 거울과 영상, 빛 속에서 장면의 일부가 된다. 이 공간에선 전시 기간 매주 토요일마다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움직임을 만들고 공유하는 워크숍이 열린다.
뉴미디어 특화 미술관으로 출발한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의 ‘서서울의 투명한 |청소년| 기계’는 인간과 기술,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가 새롭게 구성되는 동시대를 ‘청소년’이라는 존재를 통해 들여다보는 전시다. 어린이 대상 전시·프로그램을 선보여온 북서울미술관에 이어 서서울미술관은 청소년에 초점을 맞춘다.
오늘날 청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알고리즘, 인공지능(AI)과 함께 자라난 세대이다. 일상은 이미 기계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미술관은 청소년을 기술 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통과하는 ‘경계적 신체’이자, 새로운 감각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주체로 바라본다. 전시에선 국내외 미디어아트 소장품과 함께 청소년이 전시에 직접 참여하고 그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되는 ‘유스 스튜디오’를 선보인다.

“[공지] 여러분의 손목은 싱싱한가요?” 안성석의 ‘손목의 세대’는 청소년이 PC방처럼 원형으로 배치된 컴퓨터에 앉아 ‘플레이어’가 되는 작품이다. 참여자들은 서서울미술관 일대를 구축해 놓은 마인크래프트 서버에 접속해 가상 세계를 함께 만들어간다. 이들의 손목이 만들어내는 기민한 움직임이 역동적인 예술의 실천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이렇듯 스튜디오에선 ‘패치워크’처럼 청소년의 신체와 감각, 놀이, 노동, 기술이 엮여간다. 우주+림희영의 ‘심박 신호를 이용한 과자 포장 개봉 장치 제어 워크숍’은 네 명의 참여자가 심호흡·명상 혹은 운동을 통해 서로의 심박 간격을 일치시키면 기계가 작동해 과자가 주어진다. 개인의 신체 정보가 물리적 움직임으로 변환되는 과정은 유쾌하지만, 막상 성공은 쉽지 않다. 양아치는 플랫폼 자본주의가 포획하는 삶의 문제를 청소년의 신체로 확장하고, 최수련은 번역과 필사라는 행위를 통해 디지털 시대 인간의 해석을 사유한다.
미디어아트 소장품 전시의 부제는 ‘내 어머니는 컴퓨터였다’. 포스트휴먼 ‘청소년’을 생성하는 사회적·기술적 조건을 암시한다. 김윤철, 염지혜, 로랑 그라소, 아니카 이 등의 작품은 인간 중심 시선을 벗어나 인간과 기계, 생명과 비생명이 얽히며 변해가는 세계를 미학적으로 성찰한다. 전시는 7월26일까지.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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