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급속 확산... 새 백신·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채인택 2026. 5. 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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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확산하자 WHO “실험 백신이라도 투여”
사망률 50% 에볼라 서아프리카 퍼지자 ‘고육지책’
발병 유발 4개 에볼라종 중 1개만 백신·치료제 있어
바이러스 길목 막아 침투 차단하는 중화항체 기술 활용
동시면역 유발 ‘다중 에피토프’에 mRNA도 재등판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흑백 사진. 퍼블릭 도메인=세계보건기구(WHO)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바이러스 질환인 에볼라의 감염 의심 사례와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실험 백신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19일(한국시간 20일) 보도했다. 실험 백신은 아직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가 끝나지 않은 백신을 가리킨다. 효과와 안전성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시험 백신 투입을 WHO가 검토할 정도라면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이를 계기로 2026년 DRC의 에볼라 사태를 정리하고 관련 실험 백신이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WHO 일요일 새벽에 위기 선포할 정도로 다급…발병·사망 가속도

WHO는 일요일인 지난 17일 새벽(현지시간) DRC의 에볼라 유행과 관련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다. 당시 근거는 그 전날까지 5개월에 걸쳐 보고된 의심 사례 246건과 사망자 80명이었다. 하지만 20일까지 의심 사례는 500건 이상, 사망자는 131명으로 늘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발병과 사망자 발생 속도에 가속도가 붙었음을 알 수 있다.

에볼라 출혈열로도 불리는 에볼라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해 인간과 동물에서 발생하는 인수공통 감염 질환이다. 감염된 사람·동물의 체액이나 오염 물질과의 접촉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전파된다. 노출 뒤 2~3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인후통·근육통·두통·설사와 함께 출혈 증상이 나타난다. 종류·시기·상황 등에 따라 사망률이 25~90%, 평균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1976년 첫 보고 이래 17번째 유행…사망률 최고 90%

WHO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에볼라는 1976년 DRC에서 처음 보고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규모로 서아프리카와 중부아프리카 등에서 유행했다. 첫 유행 당시 318명이 감염돼 279명이 숨져 88%의 사망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 상당한 공포를 안겼다. 1995년에도 315명에 감염돼 81%의 사망률을 보였으며, 2000년에는 중부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도 425명의 감염자가 보고됐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4~2016년 서아프리카의 기니·리베라리아·시에라리온의 대유행 당시에는 2만8610명이 감염되고 1만1308명이 숨져 사망률이 40%정도였다. 하지만 2018~20년에도 3524명이 감염되고 2325명이 숨져 66%의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에볼라 4개 종 가운데 자이르종은 백신·치료제 나와

에볼라 바이러스를 염색한 전자현미경 사진. 퍼블릭 도메인=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2014~2016년 대유행을 계기로 백신이 필요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나왔다. 미국 제약사 머크(미국·캐나다 외에는 MSD라는 사명으로 활동)가 VSV-EBOV라는 백신을 개발하고 2019년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았다. 이어 에르베보(Ervebo)라는 브랜드명으로 공급에 들어갔다.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변형해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의 표면 당단백질을 만들어내게 했다. 인체는 이 당단백질을 바탕으로 면역 반응을 일으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2020년에는 벨기에 제약사 얀센(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이 자브데노(Zabdeno)와 므바베아(Mvabea)라는 두 종류의 백신을 8주 간격으로 번갈아 접종하는 에볼라 예방 백신 요법을 개발해 허가를 받았다. 그 결과 전 세계에는 현재 2종의 에볼라 백신이 공급되고 있다.

에볼라 치료제도 나왔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바이오 제약사인 리제네론이 2020년 허가를 받고 내놓은 인마제브(INMAZEB)다.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의 당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인간의 단일클론항체 3가지(아톨티비맙·마프티비맙·오데시비맙)를 조합했다. 단일클론항체는 특정 질병의 유발 물질이나 세포의 특정 부위만을 정밀 공격해 병을 치료하도록 인위적으로 제조된 항체다.

지금 유행하는 에볼라종은 백신과 치료제도 없어…바이오 업체 경쟁

문제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모두 6종이 있고 이 가운데 4종이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데,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과 표적 치료제는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 1개 종에만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는 2014~2016년 서아프리카에서 대규모 유행을 일으켰을 정도로 흔하고 치명적이어서 제약사와 국제기구 등이 백신 개발에 매달렸기에 이 정도 성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분디부교 에볼라 바이러스(BDBV)에 의한 에볼라에는 병을 예방하거나 발병시 사망률을 줄여줄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없다. 수단과 우간다에서 여러 차례 발병했던 수단 바이러스, 드물게 발견된 타이 포레스트 바이러스 등 인간에 발병하는 다른 에볼라 바이러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숭이와 돼지에게 병을 일으키는 레스튼 바이러스와 시에라리온의 박쥐에서 발견된 봄발리 바이러스 등 사람 감염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종은 연구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유행 중인 BDBV에 대항할 백신은 어느 정도는 개발되고 있다. WHO가 실험 백신 투여를 고려하는 이유다. 기초적인 효능과 안전성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됐음을 뜻한다.

미국 중심으로 인도와 중국까지…서로 다른 바이오 기술의 향연

다양한 바이러스의 형태를 시각화한 이미지. 끈 모양의 에볼라 바이러스 형태가 독특하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현재 BDBV종 에볼라에 대항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는 지금까지 에볼라는 물론 코로나19 등과 싸우면서 축적되거나 개발됐던 다양한 바이오 기술이 망라되다시피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 중인 후보물질 중 눈에 띄는 것으로 백신 한 종류와 치료제 두 종류 등 모두 세 가지가 있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아우로 백신(Auro Vaccines)에서 생산하는 베시쿨로백스(VesiculoVax) 백신은 동물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 백신 후보물질이다. 이 백신은 벡터 기술을 응용한다. 독성을 크게 낮춰 안전성을 확보한 수포성구내염바이러스(VSV)를 운반체(벡터)로 삼아 예방하려는 BDBV의 항원 단백질을 체내에 전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백신을 접종해 체내에 항원 단백질이 주입되면 인체는 BDBV에 감염된 것으로 인식해 면역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 회사는 인도 제약사 오로빈도 파마의 미국 자회사로 백신 개발 전문 기업이다. 말레이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 자주 보이는 니파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도 나서 현재 후보물질의 임상 1상을 마친 상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맵 바이오파마슈티컬(Mapp Biopharmaceutical)이 개발한 MBP134는 실험적인 범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다. 2013~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유행 당시 병에 걸리고도 살아남은 환자로부터 분리한 광범위 중화클론 항체(bNAb)들을 조합한 칵테일 치료제다. MBP134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에 항체가 먼저 달라붙어 바이러스의 침투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중화항체 기술을 활용했다. 중화항체의 원리는 바이러스 백신은 물론 각종 표적 항암 치료제와 류머티스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투여에서 BDBV에 대해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 있는 나노비리사이드(NanoViricides)가 개발한 실험적인 NV-387는 광범위 나노 항바이러스제 분야의 유망주다. 인도에서 목두창 바이러스(MPXV)를, 미국에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를 각각 대상으로 하는 1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현재 2차를 준비 중이다. 다만 아직 BDBV에 대해선 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NV-387은 바이러스가 인간 등 숙주 세포 표면에 부착해 침투하는 '헤파란 황산 프로테오글리칸' 수용체를 차단해 바이러스의 침투를 90% 이상 막아낸다. 이러한 범용 항바이러스 능력 때문에 BDBV에도 효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야말로 미국 전역의 다양한 바이오 업체들이 그동안 쌓은 바이오 기술을 바탕으로 에볼라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혼신의 힘을 쏟는 모습이다. BDBV 백신이나 효과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면 실력이 증명되면서 투자가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에볼라 관련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개발한 기술과 쌓은 경험은 다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데도 충분히 쓰일 수 있다.

동물실험 단계에서도 다양한 바이오 기술이 에볼라 백신 개발에 동원되고 있다. 중국에선 과거 코로나19 당시에 적용했던 mRNA 기술을 바탕으로 백신을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하는 동물실험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임상시험으로 가려면 아직 영장류 대상 실험 등이 남아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등에서는 면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다중 에피토프(Multi-epitope)' 기술을 응용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중 에피토프는 하나의 항원 단백질에 존재하는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항원 결정기(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부위)'를 가리킨다. 이를 서로 연결하면 여러 면역 반응을 동시에 일으켜 강력한 백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로 항체를 혈액으로 분비해 침임자를 무력화하는 B세포와, 항원을 인식하고 감염된 세포를 직접 파괴하면서 다른 면역 세포를 지휘하는 T세포를 동시에 활성화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최대화한다. 효력이 좋고 부작용이 적은 백신을 만드는 바이오 기술이다.

이처럼 다양한 바이오 기술이 동원되면서 새로운 에볼라 백신 개발은 부쩍 탄력을 받고 있다.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채인택 의학 저널리스트 (tzschae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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