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를 걷는다면 이런 느낌일까···SNS서 화제인 ‘깃털의 방’이 뭐길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경험하는 형태 예술
빛·소리·촉각·일상 오브제 활용한 기획전

“동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 요즘 SNS에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깃털의 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전시가 있다. 관람객들은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리고 들어가 가볍고 따뜻한 깃털로 채워진 공간에서 묘한 해방감을 맛본다. 몰입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이 작품은 미국 페미니스트 미술의 선구자 주디 시카고의 ‘깃털의 방’이다. 관람객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깃털 속을 직접 걸어 들어가서 관람하는 이 설치 작업은 현재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56년부터 1976년 사이 여성 작가들이 선보인 초기 환경·설치미술 작업을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빛, 소리, 촉각, 일상 오브제를 활용해 관람객이 직접 작품 안으로 들어가 경험하도록 만든 작업으로 구성됐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조은정 큐레이터는 “오늘날 우리가 설치미술이라고 알고 있는 예술 형태를 당시에는 ‘환경’이라고 불렀다”며 “관람객이 안으로 들어와 참여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형태의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시는 단순히 감각적이고 대중적인 전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사와 비평 담론에서 누락돼 왔던 여성 작가들의 실험 정신을 재조명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주디 시카고가 1960년대 후반 남성 작가 에릭 오어, 로이드 햄롤과 함께 결성한 ‘더 룸 컴퍼니’ 시절 선보인 환경 설치 작업이다. 작품은 사각형 방의 모서리를 곡면 처리하고 조명을 활용해 경계 없는 공간처럼 연출한 뒤 내부를 깃털로 채워 넣는다. 관람객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조 큐레이터에 따르면 작품은 196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갤러리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당시에는 닭털을 사용했다. 이번 리움 전시에서는 동물 학대 없이 채취한 거위 다운 소재를 사용했다.
그는 또 “당시 미국 미술계는 남성 중심 미니멀리즘이 주류였고 차갑고 단단한 산업 재료가 선호됐다”며 “주디 시카고는 부드럽고 가벼운 깃털을 사용해 관람객의 존재 자체를 작품 안에 무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기존 조각처럼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환경 미술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어린이날 개막 이후 11월 29일까지 이어지는 리움미술관 역대 최장 기획전이다. 조 큐레이터는 “오랜만에 어른들뿐 아니라 어린이들까지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이 가미된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며 “가족 단위로 여러 번 방문해도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간을 길게 잡았다”고 말했다.
전시는 독일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처음 기획된 뒤 로마와 홍콩을 거쳐 서울로 이어진 순회전이다. 리움은 여기에 기존 전시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여성 작가들의 작업을 추가해 미술사적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아시아, 유럽, 남·북미를 아우르는 여성 작가 11인의 흥미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여성 작가 최초로 환경 미술 형태를 시도한 정강자의 작품 ‘무체전’도 고증을 거쳐 재구성됐다.
장회정 선임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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