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무면허 의료 행위 아냐”
대법원 판례, 34년 만에 뒤집혀
대법원이 21일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한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 의료 행위로 보고 처벌해 온 기존 대법원 판례가 34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날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신 행위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며 “통상적인 레터링 문신이나 미용 문신은 대부분 질병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 관련 없이 이뤄진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문신 시술은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씨는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두피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사람의 오른팔에 염료를 주입해 글자를 새기는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의료인이 아닌 상태에서 문신 시술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날 대법원 판결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대법원은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 행위로 판단한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 대상으로 판단해왔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1992년 이후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로 의료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면서 “문신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보건 위생상 위해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신체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 문신 시술을 받을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며 기존 판례를 34년 만에 뒤집었다. 대법원은 특히 ‘레터링 문신’의 경우 “피시술자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사건들, 간직하고 싶은 추억들,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 인생의 좌우명, 종교적 신념처럼 개인적인 서사를 반영한 자신만의 도안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자신이 선택한 도안을 매개로 스스로 추구하는 사회적 인격상을 신체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은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나왔다. 국회는 지난해 9월 일정한 자격과 위생 관리 요건을 갖춘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의 문신사법을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문신사법 시행 이전인 현행 의료법 체계 아래에서도 통상적인 문신 시술 자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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