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리그는 시작했다… V리그도 '홈그로운 제도' 도입 서둘러야

김정훈 스포츠평론가 2026. 5. 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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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쿠시는 왜 프로의 문턱 앞에 멈춰야 하나… 한국이 키운 선수들을 품을 제도가 필요하다


목포여상 염어르헝과 인쿠시.(사진=김경수 기자/ 발리볼코리아닷컴DB 자료)


【발리볼코리아닷컴=김정훈 스포츠평론가】한국 프로스포츠가 구조적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선수층 약화, 특정 스타 선수 의존 심화는 이제 일부 종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한국 프로배구 V리그는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새로운 스타와 새로운 선수 자원을 발굴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이 검토 중인 '홈그로운(Homegrown) 제도'는 단순한 규정 개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단기적 선수 수급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배구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구조 개혁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이미 한국 축구는 먼저 변화를 시작했다.



K리그는 2025시즌부터 홈그로운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외국 국적 선수라도 한국 유소년 시스템에서 일정 기간 성장했다면 국내 육성 선수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FC서울 유스 출신 바또 세일로 사무엘과 대구FC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한 아이작 오세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명확하다.



국적이 아니라 '어디에서 성장했고 누가 키웠는가'를 기준으로 보자는 것이다.



한국 학교와 유소년 시스템에서 훈련받고 성장한 선수들을 단순히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V리그 역시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하기 어렵다.





목포여상 인쿠시.(사진=김경수 기자/ 발리볼코리아닷컴DB 자료)




목포여상 인쿠시.(사진=김경수 기자/ 발리볼코리아닷컴 DB자료)


현재 가장 현실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선수가 몽골 국적의 인쿠시다. 인쿠시는 목포여상과 목포과학대를 거치며 사실상 한국 배구 시스템 안에서 성장한 선수다. 이미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며, 스타성과 성장 가능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최근 인쿠시가 정관장을 떠난 이후 많은 배구팬들이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인쿠시 같은 선수가 V리그 무대에 지속적으로 남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아시아쿼터 제도의 현실이다.



현재 V리그 아시아쿼터는 사실상 아시아 정상급 선수들을 즉시전력감으로 선발하는 구조에 가깝다.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인쿠시를 위해 제한된 아시아쿼터 한 자리를 투자하기에는 구단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결국 인쿠시 같은 선수들은 잠재력과 흥행성을 인정받고도 제도적 한계에 가로막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홈그로운 제도가 도입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학교 및 유소년 시스템에서 일정 기간 성장한 선수에게 국내 육성 선수 자격을 부여한다면, 인쿠시는 굳이 복잡한 귀화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V리그 무대에서 다시 활약할 가능성이 열린다.



이는 특정 선수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천안봉서중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케냐 국적의 천안청수고 1학년 박믿음 역시 같은 현실에 놓여 있다. 한국 학교 시스템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귀화를 하지 않는다면 향후 프로 진출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지금 구조에서는 한국 스포츠 시스템이 육성한 선수들이 국적 문제 때문에 프로 진출의 벽 앞에서 멈춰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선수 개인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리그 전체에도 손실이다.



배구는 축구보다 선수층 위기가 더욱 심각한 종목으로 평가된다. 중·고교 배구부 감소와 유망주 부족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특정 스타 선수에 대한 의존 역시 리그의 불안 요소다.



결국 리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자원을 적극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자원은 반드시 한국 국적 출생 선수에만 한정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한국 학교와 유소년 시스템이 직접 길러낸 선수라면, 그 자체로 한국 배구의 자산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홈그로운 제도가 정착된다면 효과는 단순한 선수 수급을 넘어설 수 있다. 구단들의 유소년 투자 확대, 지역 연고 강화, 새로운 팬덤 형성 등 장기적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는 '이야기 산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 성장한 외국 국적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고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서사는 충분한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 인쿠시 사례에서 이미 그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다.



K리그는 이미 변화를 시작했다. 이제 V리그도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국적만을 기준으로 선수를 구분하는 폐쇄적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 스포츠 시스템 안에서 성장한 선수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홈그로운 제도는 특혜가 아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택이다. 



이 칼럼은 스포츠평론가 김정훈이 기고 한 글 입니다. 외부 칼럼의 경우 본지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도 있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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