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착한 최윤범호, 역대급 최대 실적 넘어 '핵심광물 플랫폼'
증권가 “올해 영업익 2조원대 가능”
첫 분기배당·美 제련소 사업도 속도

고려아연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다시 썼다. 금·은·동 가격 상승에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가 겹치면서 105분기 연속 영업흑자 기록도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호실적을 넘어 동 증산과 핵심광물 사업이 장기 성장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720억원, 영업이익 74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4%, 175.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2.3%로 같은 기간 5.2%포인트 올랐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 생산능력과 신사업 투자가 맞물리며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가 가장 주목한 품목은 은이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의 1분기 은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16.2% 증가한 594t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연 정광에서 은을 회수하는 기술개발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도 은이 1분기 실적을 이끈 핵심 변수라고 봤다.
동 부문도 장기 성장 축으로 꼽힌다. 증권가는 귀금속 가격 변동으로 2분기 감익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동 증산이 이익 감소분을 보완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 동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840억원에서 올해 1500억원, 2027년 234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핵심광물 사업도 재평가 요인이다. iM증권은 중동 전쟁 불확실성과 공급망 리스크 속에서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군수·첨단산업 소재가 중국 수출 제한 영향으로 중국 외 지역에서 가격 강세를 보이는 만큼, 생산 역량을 갖춘 고려아연의 전략적 위상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통합 제련소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사업은 미국 내 전략광물 정제·회수 기반을 확보하는 공급망 프로젝트에 가깝다. 갈륨·게르마늄·안티모니처럼 반도체·방산·광학장비에 쓰이는 핵심 소재를 중국 외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미국 산업안보 전략과 연결된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기존 제련 기술과 부산물 회수 역량을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최윤범 회장 체제의 사업 재편이 있다. 최 회장은 2022년 말 취임 이후 기존 제련 경쟁력을 고도화하면서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축으로 한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본격화했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생산 대응력을 키운 점이 이번 실적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美 프로젝트 크루서블도 큰 변수
주주환원 확대 속 장기 성장 시험
증권가의 연간 실적 눈높이도 올라갔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고려아연 영업이익을 2조4539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99.2% 증가한 수치다. 메리츠증권과 iM증권은 각각 2조80억원, 2조2890억원을 예상했다. 연매출도 지난해 16조5879억원에서 2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은 판매량과 가격의 하방 지지, 핵심광물 사업 가시화 여부가 실적 방어와 주가 평가의 핵심 변수"라며 "2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대를 방어한다면 핵심광물 플랫폼 회사로의 재평가가 가능하고, 장기 주가 흐름은 동 증설 일정 등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환원도 확대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에서 사상 첫 분기배당을 결의했다. 주당 배당금은 5000원이며 총배당 규모는 1020억원이다. 미국 정부 투자로 추진되는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에도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의 과제는 단기 호실적을 장기 구조로 굳히는 일이다. 은 가격 효과가 둔화된 뒤에도 동 증산과 핵심광물 사업이 실적을 받쳐야 한다. 최윤범號 고려아연이 제련 기업을 넘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플랫폼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 = 고려아연이 미국 내에서 추진 중인 통합 제련소·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사업이다. 단순 금속 공장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진하는 전략광물 자립 체계와 연결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핵심은 아연·동·납 같은 비철금속뿐 아니라 갈륨·게르마늄·안티모니·인듐 등 첨단산업용 희소금속까지 미국 현지에서 정제·회수할 수 있는 통합 제련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있다.
기술적으로는 기존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슬래그(slug) 안에서 희소금속을 고순도로 분리·회수하는 공정 기술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광통신·전력반도체 소재로 쓰이는데, 일반 광산에서 단독 채굴되는 경우보다 아연·동 제련 과정 부산물에서 추출되는 비중이 크다. 고려아연은 이런 복합 제련·정련 기술과 고순도 회수 기술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단순 생산시설이 아니라 미국 AI·방산·반도체 공급망과도 연결된다. 갈륨은 RF칩·레이더·전력반도체(GaN), 게르마늄은 적외선 센서·광학장비, 안티모니는 탄약·배터리·난연재에 들어간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수출 통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런 소재를 자국 또는 우방국 공급망 안에서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광물 채굴"보다 "첨단산업용 전략소재 정제 플랫폼"에 더 가까운 개념으로 해석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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