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쉬는 줄 알았는데 출근입니다”… 부처님오신날에도 일하는 노동자 300만 명
“같은 빨간날인데 누구는 쉰다”… 근로자 수 따라 휴식권 갈린다

“연휴라더니 우리랑은 상관없는 얘기였네요.”
오는 25일 부처님오신날 대체공휴일을 앞두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여행 예약과 연휴 계획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휴일을 보내는 건 아닙니다.
법적으로 대체공휴일 유급휴일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약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달력은 같은 빨간색인데, 누군가는 쉬고 누군가는 평소처럼 출근하는 현실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 “대체공휴일도 남 얘기”… 300만 명이 법 밖에 있었다
21일 국가통계포털(KOSIS)의 ‘사업장 규모별 적용인구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직장 건강보험 가입 사업장 202만 684곳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은 136만 8,866개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사업장의 67.7% 수준입니다.
이곳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약 298만 명으로, 전체 직장가입 근로자의 16.5%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5조는 관공서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을 유급휴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사업주가 자체적으로 쉬게 하지 않는 이상 출근해야 하고, 휴일근로수당 역시 법적으로 보장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상당수가 사실상 연휴 체제로 움직이는 동안, 일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겐 평일이나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이어지는 셈입니다.

■ “같은 근로자인데 왜 제외되나”… 해마다 반복되는 박탈감
논란은 매년 반복됩니다.
설과 추석, 어린이날, 광복절처럼 대체공휴일이 이어질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빨간날이 남 얘기 같다”, “같은 노동자인데 왜 제외되냐”는 반응이 쏟아집니다.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소규모 제조업체처럼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현장일수록 휴일 적용은 더 어렵습니다.
소수 업장인 경우, 직원 한 명만 빠져도 운영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동계나 전문가들은 지금의 예외 규정이 지나치게 오래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들을 종사 근로자 수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불리하게 처우받는 것”이라며 “헌법상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5인 미만 사업장은 공휴일뿐 아니라 연장근로 제한, 휴업수당, 일부 해고 제한 규정 등에서도 예외 적용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시장 안에서 가장 작은 사업장에 가장 약한 보호가 적용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현실 무시 못한다” 반론도… 멈춰선 제도 논의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부담도 함께 거론합니다.
직원 2~3명이 돌아가며 운영하는 영세사업장에서는 하루 휴무만으로도 매출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유급휴일까지 의무화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괄 적용은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제도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지만, 영세사업장 부담 문제와 맞물리면서 실제 입법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체공휴일이 늘수록 노동시장 안의 간극은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누군가에게는 여행과 휴식이 예정된 연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님이 몰리는 평일보다 더 긴 노동시간이 기다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부처님오신날 대체공휴일 역시, 같은 달력을 보고도 전혀 다른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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