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덕 상품권 사채”…대통령 단속 주문 당일 검찰은 무혐의 처분

김보담 2026. 5. 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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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10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상품권 사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50만 원 대출해 주고 9일 만에 80만 원 상품권으로 받는 경우가 있더라"라며 "명백하게 이자제한법 위반"이며 "계약 무효에 처벌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이런 기사도 있던데, 50만 원 대출해 주고 9일 만에 80만 원 상품권으로 받더라. 이건 명백하게 이자제한법 위반이죠. 우리 법무부 장관, 맞죠? 이게 돈으로 안 갚고 물건으로 또는 대체 상품으로 갚는다고 대부업법 적용이 안 되는 게 아니죠?

정성호 법무부장관: 네, 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이거 무효인 데다가 처벌될 사안이죠? 원금 안 갚아도 되죠?

정성호 법무부장관: 네, 지금 법률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연간으로 따져서, 수수료 명목을 불문하고, 여하튼 실제 빌린 돈에 연간 60% 이상을 붙여서 뭔가를 받는다고 하면 원금도 안 갚아도 된다는 거죠. 그런 계약은.

정성호 법무부장관: 법률 개정으로 안 갚아도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 근데 아직도 이런 짓을 하는 악덕 사채업자들이 있나 봐요. 이거 처벌 조항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 경찰에서는 이런 것도 단속 열심히 좀 해 주세요. 이게 뭔 잔인한 짓입니까? 이게 주로 청년들이 이런 피해를 입거든요.

- 2026년 5월 12일 제21회 국무회의 중

그런데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인천지검은 박 모 씨를 추심하던 사채업자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직장까지 이어진 추심에 '사직'…오히려 '사기죄'로 피소돼 벌금형


시작은 지난해 4월, 박 씨가 상품권 카페에서 21만 원을 빌리면서부터였습니다.

일주일 뒤 박 씨가 상품권으로 갚아야 했던 돈은 30만 원. 9만 원 차이지만, 연 이자율로 따지면 2,230%에 달합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박 씨는 돈을 갚지 못했고, 그때부터 업자의 추심이 시작됐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욕설이 섞인 전화를 받았고, 업자는 박 씨의 집 주변 사진을 찍어 보내며 "지금 당장 침입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예정됐던 상환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자, 업자는 이번엔 박 씨의 직장에 전화했습니다.

"당장 사기꾼 박○○을 나오라고 하라"며 전화를 받은 회사 여직원을 위협했습니다.

박 씨는 결국 그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업자의 추심은 멈추지 않았고, 지난해 5월 되려 박 씨를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상품권 거래 계약을 맺고 금전을 받은 뒤 약속한 상품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 씨에게 벌금 100만 원 구약식 처분을 내렸습니다.

■ "무효에 처벌될 사안" 대통령 지적한 날, 검찰은 '무혐의' 처분


높아지는 추심 수위에 심각성을 느낀 박 씨는 지난해 5월 업자를 대부업법과 채권추심법 위반으로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대부업법 위반에 대해 '상품권 거래'이기 때문에 '금전 대부 계약'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다만, 업자가 추심 과정에서 박 씨를 향해 욕설을 하는 등 위협한 행위는 채권추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상품권 사채'를 직격한 지난 12일, 인천지검은 '채권추심법'에 대해서도 업자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실제로 금전 대여 행위를 한 것"…"본질을 봐야"

하지만 '상품권 사채'가 불법이라는 법적 판단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부산지방법원은 상품권 사채업자 A 씨에게 대부업법 위반과 무고죄로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가 '상품권 예약 판매'를 가장해 실제로는 금전 대여 행위를 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또, A 씨가 채무 변제를 압박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며 '무고죄'도 적용했습니다.

사실은 피고인이 가입자들로부터 상품권을 구매하지 않는 것임에도 피고인이 상품권 대금 조로 가입자들에게 금원을 지급하면, 가입자들은 일정 기간 후 원금과 이자를 합산한 금액의 백화점 상품권 등으로 피고인에게 대물변제하는 내용의 금전대부 계약을 체결하고 이자를 통해 수익을 얻기로 마음먹었다.

상품권 매매를 가장한 금전 대부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이들로부터 상품권을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이들이 상품권 판매를 빙자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상품권 대금을 받고도 상품권을 보내주지 않아 위 대금을 편취당한 것처럼 신고함으로써 채무자들에게 채무 변제를 압박하기로 마음먹었다.

- 부산지방법원 형사11단독

또, 부산지법은 지난달 28일 상품권 예약 판매 수법으로 연이율 최고 2,655%를 요구한 사채업자 B 씨에게 대부업법 위반죄를 인정해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장래에 일정한 액수를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돈을 준 것은 명백한 대부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품권 사채'가 상품권 거래를 가장했을 뿐, 본질적으로 대부 계약이 맞다고 말합니다.

상품권 거래 과정을 들여다보면, 업자들이 피해자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부터 가족관계증명서와 건강보험 자격 확인, 지인 연락처 등을 요구합니다.

'상품권 사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채무자들의 신용을 평가한 뒤 돈을 빌려주는, 신용 공여 행위이기 때문에 대부업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실질 관계를 보는 거죠. 형식은 돈을 주고 나중에 상품권을 받는 것이지만, 상품권은 돈으로 환금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금전 대차'로 보는 것입니다. 수사 당국에서도 형식은 상품권 거래로 꾸며도 '실질 관계'를 기준으로 해서 수사하는 상황입니다. 대부업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불법 추심 행위는 자연히 위법이 되는 것이고요.

- 김경수 KBS 자문 변호사

인천지검은 박 씨 사례에 대해 "수사 사안이라 불기소 사유를 알려줄 순 없다"며 "재수사 여부도 확답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 이 대통령 "상품권 사채는 불법" 재차 경고 … 경찰에 강력 수사 주문

이렇게 '합법'의 형태를 가장한 채 서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품권 사채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다시 한번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20일) 국무회의에서 상품권 사채는 '불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상품권 50만 원을 빌려주고 80만 원을 받는게 마치 정당한 사업인 양하고 있다"며 강력한 수사를 주문했습니다.

이어 "그것이 마치 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혀 합법이 아니다"라며 "명목을 불문하고 무엇인가를 빌려주고 너무 과도하게 받는 건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 대행 역시 이 대통령의 지시에 즉각 "알겠다"고 답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누군가의 삶을 흔들고 있을 '상품권 사채'. 이번에야말로 수사기관이 '합법을 가장한 불법'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촬영기자: 정준희, 그래픽: 최창준, 유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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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담 기자 (bod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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