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리스크 껐지만 불씨 남긴 삼성 성과급···내부 격차·자사주 지급 ‘변수’
외부 변수는 자사주와 산업계 파장···주가 기대 속 오버행·산업계 전반 성과급 요구 확산 우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당장의 파업 리스크는 일단 낮아졌다. 그러나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성과급 지급 방식이 자사주와 부문별 차등 보상으로 정리되면서 새로운 변수도 남겼다. 내부적으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과 스마트폰·가전 중심의 DX부문 간 보상 격차가 커지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특별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주가 부양 기대를 키우는 동시에 향후 매각 제한 해제 시점의 오버행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보상 체계와 주가 관리, 산업계 성과급 요구 확산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조가 예고한 파업 돌입을 하루 앞두고 20일 늦은 저녁 이뤄진 합의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되,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 별도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것이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산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고, 지급률 상한은 별도로 두지 않기로 했다.
성과급 지급 방식은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정했다. 회사가 정한 조건에 따라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구조다.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고,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향후 10년간 적용된다. 다만 2026년부터 2028년까지는 해마다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매년 DS부문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이 조건으로 알려졌다.
◇내부 불씨는 보상 격차···메모리 6억원·DX 600만원에 찬반투표 변수
가장 먼저 드러난 변수는 삼성전자 내부의 보상 격차다. 이번 합의안은 DS부문, 그중에서도 메모리사업부에 보상이 집중되는 구조다.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 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 규모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노사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DX부문과 CSS사업 등에 6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반도체 부문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경우 기존 OPI에 더해 특별경영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노사 산식상 가정한 사업성과를 기준으로 하면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이 최대 3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경우 신설 특별경영성과급만 최대 5억4000만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기존 성과인센티브(이하 OPI)까지 더하면 총 보상규모가 1인당 6억원에 근접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DX부문 직원들이 이번 합의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은 내부 위화감 해서 차원에서 마련된 600만원 규모의 자사주에 그친다. 여기에 기존과 동일하게 연봉의 최대 50% 상한선이 걸려 있는 OPI 제도만 적용받다 보니, 이로 인해 올해 삼성전자가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더라도 DX부문 임직원이 받을 수 있는 성과급은 연봉 1억원 받는 직원 기준 최대 6000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이 같은 불만은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노조에 가입한 DX부문 직원들은 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자는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DX부문 조합원 일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초기업노조가 DS부문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하면서 DX부문의 요구를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DS부문 조합원 수가 DX부문보다 훨씬 많고, 메모리사업부와 공통 조직을 중심으로 합의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안 통과와 별개로 내부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보상 격차가 조직 간 상대적 박탈감으로 번질 경우 향후 삼성전자 내부 인력 운용과 조직 결속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외부 변수는 자사주와 산업계 파장···주가 기대 속 오버행·성과급 확산 우려
외부의 변수는 자본시장과 산업계로 나뉜다. 우선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특별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별성과급을 장기간 자사주로 지급하려면 회사가 일정 규모의 자사주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 자사주만으로는 지급 물량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유통주식 수 감소와 주주가치 제고 신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지급하면 임직원 보상과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노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 주가 상승이 보상 확대와 연결되고 회사 입장에서는 성과 보상을 장기 주가와 연동해 책임경영 효과를 강조할 수 있다.
다만 자사주 지급 방식은 중장기 부담도 안고 있다. 성과급으로 지급된 주식 중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고, 나머지도 1년·2년 뒤 순차적으로 매각 제한이 풀린다. 향후 특정 시점에 임직원 보유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 오버행, 즉 잠재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사주 매입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각 제한 해제 시점과 물량 관리가 새로운 변수로 남는 셈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산업계 파장도 우려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만의 보상체계 문제를 넘어 대기업 전반의 성과급 요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기업과 IT,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를 넘어 성과급 산정 기준과 배분 방식이 노동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등에서도 임금·성과급 요구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이 굳어지면 신규 투자와 고용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시장 측면에서도 부담은 적지 않다. 성과급 요구가 대기업과 고수익 사업부를 중심으로 확산하면 고임금·고성과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같은 기업 안에서는 사업부별 격차가, 산업 전체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불거진 보상 격차 논란이 산업계 전반의 임금·성과급 구조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이번 삼성전자 노사 합의는 총파업을 막은 단기 해법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내부적으로는 DS와 DX 간 보상 격차가 조직 내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자사주 매입과 성과급 요구 확산이 자본시장과 산업계의 변수로 떠올랐다. 파업 리스크는 낮아졌지만, 삼성전자가 감당해야 할 과제는 오히려 복잡해진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는 국내 대기업 성과급 논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와 인건비 운용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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