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원대, 비수도권 대학 위기 해법으로 ‘법인화’ 만지작
경남 지방선거 이슈로 떠올라

국립창원대학교 대학 법인화가 6·3지방선거 이슈로 떠올랐다. 학교 측은 법인화를 통해 자율성을 강화하고, 지방대 위기에 선제 대응하면서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한 연구 중심 대학으로 대학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매년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비수도권에 위치한 지방 국립대라는 한계 속에서 기존 체제로는 대학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9일 대학 측에 따르면 국립창원대는 현행 국립학교설치령 체제를 벗어나 특별법 기반 법인으로 전환해 운영 자율성을 확보하고 연구 중심 특성화 대학으로의 체질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논의의 출발점은 창원대의 글로컬대학 사업이다. 국립창원대는 지난 2024년 글로컬대학에 선정됐다. 당시 글로컬대학 선정을 위해 거창·남해 도립대와의 통합을 추진했다. 올해 통합대학 신입생을 받으면서 첫 단계는 마무리했다. 다음 단계가 법인화다.
국립창원대가 법인화를 고민하는 이유는 생존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의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보면 전국 유·초·중·고 학령인구는 2020년 673만명에서 2035년 387만명으로 약 42.5% 줄 것으로 전망된다. 2035년을 전후로 전국 대학 구조 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엔 300여 대학이 있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과 의대, 특수대 등을 제외한 상당수 지역 대학은 존폐 기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국립창원대는 이 같은 구조적 위기를 인식해 선제적으로 법적 지위를 전환하고, 지속 가능한 대학 모델을 구축하겠다며 글로컬대학 선정 때 세부 실행 계획으로 법인화를 담았다.
현재 국내 국립대는 국립학교설치령에 따른 26개 종합대학과 특별법에 근거한 7개 국립대학법인으로 나뉜다. 국립대학법인에는 서울대·인천대(교육부 소관), KAIST·UNIST·GIST·DGIST(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KENTECH(산업통상부 소관) 등이 있다. 국립창원대는 특별법에 기반한 8번째 국립대학법인을 고려하고 있다. 과기원을 제외하면 비수도권 첫 사례가 된다.
국립학교설치령을 근거로 한 국립대는 교육부 예산과 지침에 의존한다. 예산과 조직, 인사 전반에서 정부 부처의 통제를 받는다. 주변 국립대와 통합 외에는 혁신의 여지도 적다. 반면 법인화를 하면 이사회 중심 독립 법인으로 전환된다. 예산 운용부터 인사·조직 운영, 산학 협력 등에서 자율성이 높아져 산업 변화에 맞춘 학과 개편, 성과 연봉·특별 채용 등을 통한 우수 연구자 유치 등으로 대학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학교 측 판단이다.
국립창원대는 법인화 후 방산·원전·에너지·조선 등 지역 산업에 맞춘 연구 중심 특성화 대학을 구상하고 있다. 창원국가산단 내 기업 등과 결합한 ‘산학 일체형 연구 중심 대학’이다. 기업과 공동 연구·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기업 참여형 연구·개발과 기술 사업화를 통해 ‘교육-연구-고용’이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산업 현장이 캠퍼스가 되는 셈이다. 대학은 재학생·졸업생의 현장 경험을 높이고 취업으로 곧장 이어져 학생들의 지역 정착률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지역 안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어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어떤 형태의 법인화를 할지는 유동적이다. 과기원 체제를 선택할 경우 연구 중심 특화 대학으로의 과감한 전환은 가능하지만 소관 부처 변경과 제도 정비 등 진입 장벽이 높다. 서울대·인천대 같은 일반 법인화 모델은 안정적인 전환이 가능하다. 지역 산업에 특화된 ‘특성화 대학 법인’은 지금껏 사례가 없었다.
과제도 있다. 법인화를 위해선 특별법 제정 등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학내 구성원과의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교직원 신분 전환과 고용 안정성 문제 등은 민감한 사안이다.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권도 관심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지난달 30일 인재 양성 공약으로 ‘창원대의 경남과기원 전환’을 발표했다. 창원대를 원전·방산과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경남의 전략 산업 분야 연구 중심 대학으로 특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도 지역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 대학 등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김 후보는 박 후보의 ‘과기원 전환’ 공약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법인화 형태에 대해서는 대학 구성원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법인화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은 뜨겁다. 국립창원대 제25대 교수회는 지난 2일 긴급 성명을 내고 “소수 이공계 엘리트 교육에 치중하는 과학기술원 전환은 종합대학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립대 법인화를 수반하는 과학기술원 전환은 국가 공공자산의 사실상 민영화를 초래하고 등록금 인상과 구성원 신분 불안 등 다양한 법적·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창원대 교수노조 등이 속한 ‘국립창원대 해체 저지 비상대책위’는 13일 박 후보 캠프 사무실을 찾아 “국립창원대는 공대만 있는 학교가 아니라 인문·사회·예술·자연과학 분야를 함께 갖춘 종합 국립대”라고 했다.
반면 지역 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창원국가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는 이번 지방선거 정책 건의 과제 중 하나로 ‘국립창원대의 연구 중심 특성화 대학 전환’을 꼽았다. 협의회는 “기존 대학 체계로는 첨단 기술 개발과 고급 인력 양성에 한계가 있다”며 “창원대를 카이스트(KAIST)·유니스트(UNIST)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 체계로 개편해 고급 연구 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국립창원대를 창원국가산단과 연계한 첨단 연구개발 거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국립창원대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도 찬성 성명을 냈다.
대학 측은 지난 6일부터 학내에서 특별법 국립대 관련 설명회를 이어가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특별법 국립대 개념과 운영 구조, 기대 효과와 우려 사항 등을 설명하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는 “대학의 미래와 관련된 내용인 만큼 충분한 설명을 드리고 의견을 들어 지역과 대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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