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이런 노조는 없었다”…삼성전자 ‘기득권 노조’가 남긴 상흔
생존권 아닌 성과급으로 극한 대치…여론 ‘싸늘’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벼랑 끝 협상 끝에 손을 맞잡았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점을 단 90분 앞두고 임금협상안에 최종 합의하면서다. 파업이 현실화해 반도체 라인이 멈췄다면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예상됐던 만큼, 산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5개월간 이어진 삼성전자 노사의 싸움이 남긴 상흔은 지워지지 않았다. 이번 파업은 임금 보전이나 고용 안정 같은 '생존권'이 아니라 '성과급을 더 달라는 요구' 하나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여론은 싸늘하다. 특히 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대거 수용하면서 적자를 낸 부서의 직원들까지 당장 수억원의 성과급을 챙길 수 있게 되자, 일각에서는 나쁜 선례가 남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들만의 리그' 되어버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5월21일 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이번 노사 갈등의 도화선은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인공지능 열풍으로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최대 300조원대로 예상된다. 모순적이게도 이 거대한 결실이 노사 갈등의 씨앗이 됐다. 노조가 회사의 결실을 근로자와도 나눠달라며 파업을 결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먼저 노사 교섭을 통해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합의하자, 삼성전자 임직원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경쟁사와의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파업의 명분이 된 셈이다.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은 국민 전체로 번진 상태다.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라인을 성과급 문제로 멈추려 했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구조조정 저지 등 생존권과 직결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삼성전자 파업은 '성과급 배분 기준'이라는 철저한 실리적 의제에 국한됐다. 파업 우려로 주가까지 요동치자 주주들은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걸겠다고 항의하는 등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노사 협상이 반도체 부문에 집중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번 임금협상안에서도 노조가 요구해 관철된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선 폐지' 등은 모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의 특별성과급에만 한정됐다. 이에 따라 가전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등 타 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만 직원이냐"라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고, 일부 직원은 노조를 탈퇴하기까지 했다.

적자 부서도 수억원…"선을 넘었다"
특히 적자 부서도 수억원대 성과급을 챙겨갈 수 있게 되면서, 노조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 상태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DS특별경영성과급은 전체의 60%는 흑자를 낸 사업부에 지급되고, 나머지 40%는 DS 부문 전체에 공통 분배된다. 원래대로라면 적자 사업부는 공통 지급분의 일부(60%)만 가져가야 하지만, 사 측은 직원들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이 조항을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시스템LSI나 파운드리 등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인 사업부 직원들도 당분간은 수억원대 성과급을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마저도 사 측이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배분 비율을 크게 조정한 결과다. 당초 노조는 부문 7 대 사업부 3의 파격적 배분 비율을 요구해 왔다.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300조원)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산출해 보면 성과급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합의안에 따라 DS특별성과급 재원으로만 무려 31조5000억원이 책정된다. 이 중 40%인 12조6000억원이 DS 부문 임직원 약 7만8000명에게 고루 분배된다. 소속 부서의 적자·흑자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 1인당 약 1억6200만원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셈이다.
나머지 60%(18조9000억원)의 재원은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약 2만8000명)와 부문 공통 조직(약 3만 명)이 1 대 0.7 비율로 나눠 갖는다. 이 공식에 대입하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인당 약 3억8600만원, 공통 조직 직원은 약 2억700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결과적으로 메모리 사업부 직원의 경우 특별성과급에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액인 5000만원까지 더해, 최종적으로 인당 최대 5억98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노조가 기득권화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삼성전자의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당초 M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결성되어 기성 노조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 노조로서 정치 투쟁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추구한 철저한 실리주의가 결과적으로는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하는 기득권화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삼성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삼성 노조는 초일류 기업 노조라는 우월적 지위를 내려놓고 조직되지 못한 88%의 미조직·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앞장서는 연대의 성숙함을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은 노조 찬반 투표 후 최종 효력이 발생한다. 투표는 5월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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