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상한 없앤 삼성전자, 최대 6억원 보상…올해 성과급 재원만 31조원

류종은 기자 2026. 5. 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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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잠정 합의한에 서명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총파업 위기를 극복하고 최대 6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성과급 보상 체계에 합의했다. 하지만 주주 단체가 이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선포하고 노동계 전반으로 성과급 요구가 번지며 경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명구 삼성전자 DS부문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에 서명하고 파업을 유보했다. 이번 합의로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에 따르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로 책정했으며 지급률 상한을 따로 두지 않는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인 300조원을 대입하면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만 3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재원의 40%는 디바이스솔루션(DS) 임직원 7만8000명에게 고루 분배돼, 적자 사업부도 최소 성과급 1억6000만원을 확보한다.

나머지 60%의 재원은 흑자를 낸 메모리사업부와 공통 조직이 1대 0.7의 비율로 나누어 가져가게 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3억8000만원의 사업부 몫을 추가로 챙긴다. 여기에 기존 초과이익성과급 5000만원까지 더하면 올해 메모리사업부의 1인당 최종 성과급 수령액은 6억원 수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을 뒤에서 지원하는 공통 조직 역시 대형 현장 사업부 못지않은 강력한 보상을 받는다. 공통 조직은 기본 분배금에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을 적용한 추가분을 얹어 받는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 연동분까지 합산하면 공통 조직의 최종 성과급 수령액은 4억6000만원 선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인사, 재경 등 지원 부서임도 강력한 성과 보상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확립된 셈이다.

이번 합의안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 초호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성과 체계로 분석된다. 지급률 상한선이 전격 철폐되면서 향후 실적에 따른 무제한 보상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내년부터 적자를 탈출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게 된다. 적자 사업부에는 공통 지급률의 60%만 적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는 1억6000만원의 성과급을 보장받지만, 내년에는 공통 분배금마저 9700만원 선으로 줄어들 수 있다.
2026년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 주요 내용. 

이번 특별경영성과급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며 지급 직후 3분의 1만 즉시 처분할 수 있다. 나머지 주식은 각각 1년과 2년 동안 매각이 제한되는 구조를 취했다. 또 향후 3년간 매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이라는 지급 조건이 붙었다. 조건 미달이나 적자 발생 시에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한다.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기본인상률 4.1%와 성과인상률 2.1%를 더해 총 6.2%로 결정됐다. 사내주택 대부 제도가 신설되고 자녀출산경조금도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이상 500만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완제품 부문과 CSS사업팀에는 사기 진작을 위해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파격적인 보상안이 공개되자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즉각 위법성을 주장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노사 잠정 합의안을 규탄했다. 이들은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할당하는 계약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다.

세금 징수 전에 성과급을 산정하는 방식은 국가의 조세권을 우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세후 이익 단계에서도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금을 유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에게 귀속돼야 할 분배권이 정당한 절차 없이 침해됐다는 입장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잠정 합의안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대상으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전국 단위 주주 결집에 돌입했으며 네이버 카페와 주주 행동 플랫폼을 통해 소송인단을 모으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세금 징수 전 영업이익을 성과급 기준으로 삼는 방식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주 단체는 이 발언을 위법성의 근거로 삼아 노조에 파업 예고 철회를 요구했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 주요 일지.

더 큰 문제는 이번 합의의 여파가 자동차와 조선 등 국내 핵심 제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했다. HD현대중공업 통합 노조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공정하게 배분하라는 임금인상 요구안을 전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일렉트릭 등 대형 제조 기업 노조들도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성과급 치킨게임이 반도체를 넘어 국가 중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완성차 업계의 경우 지난해 미국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여서 사측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성과급 요구 릴레이가 기업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지급 여력이 있어 합의했으나 이는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보상에 지나치게 중점이 맞춰지면서 향후 신규 투자나 고용 창출은 다소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과도한 보상 요구가 장기화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 대외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과급 지급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이탈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대기업으로의 인력 쏠림을 유발해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 간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최정일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초대형 글로벌 기업의 협상 결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 기대 수준만 높아질 수 있다"며 "이는 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며 생산성 혁신과 동반성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계에서는 다른 산업군이 반도체 업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이익 규모가 큰 국내 대기업 노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압박을 가할 경우 해외 이전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업 유보로 급한 불은 껐지만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