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수행평가 30개'…학교는 여전히 수행지옥
[EBS 뉴스12]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외에 학생들이 치르는 '수행평가'가 큰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학기에 평균 서른 개가 넘는 수행평가로 밤을 새우는 일이 부지기수고, 학원이나 부모의 손을 빌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해 정부가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박광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손승현 학생.
중간고사가 끝났지만 다시 수행평가 준비로 분주합니다.
여러 과목의 평가가 몇 주 사이에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자는 시간까지 줄여야 합니다.
인터뷰: 손승현 2학년 / 경기 운산고등학교
"가장 많은 날은 7교시 중에 7개가 되는 날도 있는데, 서너 개씩 몰려 있다 보니까 3시간, 2시간씩 자고 아니면 아예 안 자고 학교에 와서 잠을 자면서까지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행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학교 현장의 부담은 심각합니다.
내신의 40% 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평가인데, 과목마다 두세 차례씩 치러지는 데다 정기고사를 피해 특정 시기에만 쏠리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겁니다.
실제 학생 4백8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언론의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은 한 학기에 평균 30개가 넘는
수행평가를 치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3분의 2는 '양이 너무 많다'고 호소했고, 수행평가를 할 때 '사교육이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습니다.
부담 과중과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교육부는 '수업 중에만' 수행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낮습니다.
입시와 직결되다 보니 여전히 외부 도움에 의존하는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문성호 편집장 / 청소년 언론 토끼풀 (서울 충암고 1학년)
"학교 현장에서 절반 이상이 어차피 사교육이나 부모님 도움받아가지고 달달 외워가지고 와가지고 시험을 칠 거면 수행평가 사실 이거 지금 좀 운영하는 데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교사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행정 지침과 규제가 복잡해 수업 맥락에 맞춘 자율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송수연 정책연구원장 / 교사노동조합연맹
"교육청별로 수행평가의 비율, 서·논술형 평가 비율, 심지어 정기 시험 횟수, 실시 시기, 세부 기준 공개 방식 등을 강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 과정이나 수업, 학생 맥락에 맞는 평가를 설계하기보다는 지침이 요구한 형식부터 형식적으로 좀 도식적으로 맞추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육부는 학교나 교과 중심이 아닌 '학생'을 기준으로 평가 비율과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시도 교육청과 협의 중입니다.
인터뷰: 김한승 교육혁신과장 / 교육부
"아이를 기준으로 맞춰주는 어떤 이런 평가의 모습으로 가야 될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시도교육청하고 계속 좀 협의를 하고 설득해 나가고 있습니다."
주입식 지필 평가를 보완하겠다며 도입된 수행평가.
과제의 양부터 평가 과정까지, 학생의 진짜 사고력을 균형 있게 담아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EBS 뉴스 박광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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